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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er Calder, <모빌>, 판화, 64 x 49cm, 제작년도 미상,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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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모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아기방의 천장에서 한가로이 돌아가는 모빌과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손. 아마 모빌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가느다란 철사와 실에 매달린 온갖 물건들이 서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은 흡사 하나의 수형도(樹型圖)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공예품은 그러나, 미술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흔히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는 몬드리안의 아틀리에를 방문하고, 거기서 작품이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몬드리안은 그의 생각을 거부했고, 칼더는 이 발상을 자신의 조각에 접목했다. 그는 자신의 공학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매달린 물체들이 정교한 공학적 계산 아래,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움직이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은 이러한 칼더의 작품을 ‘모빌(mobile)’이라 명명했고, 이는 곧 미술사에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개념으로 정착된다. 

‘움직일 수 있는’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모빌리스(mobilis)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듯이, 모빌은 기존의 조각 작품과 다르게 바람, 동력 등의 물리적 요인에 의한 움직임을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물론 칼더는 모빌뿐 아니라 정적인 조각 작품도 제작했는데, 이는 모빌과 대비된다는 의미에서 스테빌(stabile)이라 명명되기도 했다. 칼더는 스테빌, 모빌 등의 조각 작품에 더해서 회화, 판화와 같은 다른 전통적인 장르의 작업도 활발히 생산하는 등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구사했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은 칼더의 판화 시리즈 중 하나로, 그의 상징적인 모빌 작업을 2차원의 공간으로 옮겨 담은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기하학적인 선과, 흑색, 적색, 청색 등 강렬한 원색의 단순한 대비에서 칼더가 영향을 받았던 몬드리안과 후안 미로의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서로 엇갈린 선들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원들은 칼더의 모빌에서 느낄 수 있는 운동감을 평면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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