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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이제 사라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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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해제되고, 미래를 낙관하는 업종들이 있다.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팬데믹을 전후로, 즉 2019년 대비 2020년 영화관 업종 Big3 브랜드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액은 각각 △70.0% △65.5% △68.6% 감소했다. 이들은 현재 오프라인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한편, 해당 시기에 급부상한 ‘홈 시네마’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염병의 여파로 위축된 대면 활동 대신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시민 사회의 여가 생활이 재구성되었고, 관객은 안정적인 플랫폼 환경에서의 영화의 유통에 적응해간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성공은 해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공룡들을 국내로 집결시켜, 콘텐츠 공급을 자극한 바 있다. 영화관의 미래를 ‘엔데믹’에서 찾을 수 있을까? 

 

▲1895년 12월 28일, 최초의 상영이 이루어진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Le Grand Cafe Capucines)
▲1895년 12월 28일, 최초의 상영이 이루어진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Le Grand Cafe Capucines)

영화관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쉽게 오인하는 것은 그 시작점을 영화의 시작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관의 시작은 영화 상영의 시작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1888년,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스 르 프린스에 의해 만들어진 무성영화 <라운드헤이 가든 씬(Roundhay Garden Scene)>이다. 이후 1889년,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은 키네토스코프라는 영사기를 개발해, 사람들은 영화를 즐겨왔다. 그러나, 최초의 영화관은 조금 뒤인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열차의 도착(L'Arrivee D'Un Train A La Ciotat)>(1896)를 비롯한 10편의 영상이 ‘시네마토그라프’에 의해 상영됐다. 당시 1프랑의 입장료로 3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존 1인이 관람하던 형태로 영상을 송출하던 키네토스코프와 달리, 시네마토그라프는 대중적 상영이 가능한 영사기다. 대중이 함께 관람하는 현대적 의미의 영화를 상기했을 때, 영화관의 시작은 둘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의 확보에 있는 셈이다. 즉,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화관의 시작은 영사기, 그중에서도 시네마토그라프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발명된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Cin&#233;matographe)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발명된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Cin&#233;matographe)

국내 최초의 영화관과 최초의 국내 영화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899년 여름, 미국 여행가 버튼 홈스가 국내에 처음 영화를 소개했다. 국내 최초의 실내 극장으로서 관립 극장인 협률사(協律社)는 1903년부터 영화를 상영했고, 영화만을 다루는 영화관은 1910년, 경성고등연예관이 개관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조선총독부는 「조선영화령」을 제정해, 극장에서 일제의 선전 문화영화를 의무 상영하도록 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관과 영화를 규명함에 있어, 그 국적을 분명히 할 때, 이후로 개관한 1912년 종로의 우미관, 1915년을 전후로 황금관, 대정관, 유락관 등 역시 국내 영화관의 시초라 보기 어렵다. 현재, 다수설로서, 1907년 설립된 단성사를 국내 최초의 상설 영화관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개봉했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국내의 경우 영화 상영 전반에 관여한 자본의 국적을 면밀히 살핀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단성사 내부/출처:국가기록원
▲1962년 단성사 내부/출처:국가기록원

국내 영화관의 변천사: 단관 개봉에서 멀티플렉스로 

초기 영화관의 형태는 단관극장으로 스크린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고전적 형태의 상영관이다. 국내의 경우, 80년대 후반까지 이러한 형태로 ‘단관 개봉’을 해왔는데, 1989년 서울 시네마타운(現 서울극장)이 3개관으로 증축하면서 국내 최초로 복합 상영관 시대를 열었다. 몇몇 영화관들이 상영관 수를 점차 늘리던 와중, 1989년 11개의 상영관을 갖춘 CGV 강변점이 개관하며 대형 멀티플렉스 프랜차이즈 시대로 접어들었다. 멀티플렉스(Multiplex)란, 다수의 상영관이 한 건물에 몰려있는 형태로, 현재 일부 독립영화관과 예술영화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모든 영화관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해당 개념을 대기업 중심의 프랜차이즈화된 복합 상영관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 강변점 내부/출처:채널CJ 미디어라이브러리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 강변점 내부/출처:채널CJ 미디어라이브러리

한편, 멀티플렉스로의 변화는 한국 영화 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첫 번째로 영화 관객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두 번째로는 개봉 스크린 수는 늘리고, 상영 기간은 줄이는 ‘와이드릴리즈’의 개념이 확대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당시 영화 상영에 깊게 관여하던 할리우드 영화 직배사의 교섭력을 견제할 수 있는 한국 영화의 상업적 성공에 멀티플렉스 역시 크게 이바지한 셈이다.

 

다양하고 특별한 영화관

이 같은 멀티플렉스는 영화관 업계의 주류를 대변하게 되었지만, 관객들은 종종 프랜차이즈화된 영화관의 획일화된 체제 하에 상영되는 콘텐츠에 대한 반감, 단관극장에 대한 향수를 표현해왔다. 자신의 독특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소비자들은 영화 상영에 대한 새로운 공간을 갈망해왔고, 이들의 열망은 극장의 형태를 다원화시켰다. 

최근 예술영화관으로 명명되고 있는 독립영화 극장은 독립영화, 즉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로, 관객들은 블록버스터나 일반 영화에 밀려 상영하기 힘든 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다. 국내 예술영화관의 시초는 1994년에 세워진, 대학로에 있는 동숭시네마텍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멀티플렉스 역시, 자체적인 예술영화관 브랜드를 만든 바 있는데, CGV의 아트하우스, 롯데시네마의 아르떼, 메가박스의 아트나인이 그러한 예다. 

자동차 극장은 큰 주차장에 스크린을 배치하고, 음향을 FM 주파수로 차량 스피커를 통해 나오도록 해, 자동차를 탄 채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4월에 경기도 포천의 베어스 타운에서 자동차 극장이 처음으로 설립됐다. 이후, 땅값이 크게 오르며 임대료 문제 등으로 다수의 자동차 극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영화 상영과 영화를 매개로 한 문화활동 전반을 일컫는 단어다. 공간의 형태보다, 영화를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상영할지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가 주점에서 스크린을 내리고 영화를 상영하는 시도다. 앞서 영화관의 의미를 실질적인 영화 상영이 이루어진 공간으로 규정한 바, 홍대, 이태원, 성수동 등 각처에 영화를 관람하는 주점들과 이들 내부에서 시행하는 영화 동호회 등의 활동 역시 새로운 영화관과 그 상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홍대에 재개관한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2022년 홍대에 재개관한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홈 시네마의 시작과 영화관의 종말?

영화관의 흥망과는 관계없이, 영화관을 찾지 않고 영화를 보고자 한 흐름은 이전에도 있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비디오 및 DVD를 대여해 주던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관객들은 이미 홈 시네마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케이블 TV의 보급과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TV의 영화 전문 채널이 늘어나면서 비디오 대여점은 서서히 몰락했다. 이와 동시에, 1990년대 후반부터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은 P2P(Peer to Peer: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것)를 통한 영화의 불법 다운로드를 성행시켰지만, 종국에는 셋톱박스를 통해 영화 VOD(Video On Demand: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 주는 맞춤 영상 정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망을 통한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의 확산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VOD 업계를 중심으로, 영화관에서 개봉이 끝난 후 서비스를 개시하기까지의 홀드백(hold back) 기간이 점차 단축되는 등, ‘홈 시네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OTT 플랫폼이다. 초기에 이들 플랫폼이 콘텐츠의 유통사 역할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구독 경제에 기반한 사업의 타당성을 제고하고자 스스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붙잡아 두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 현재 핵심 키워드는 단연 OTT다. 이들 OTT는 스스로 제작부터 상영까지의 전반의 과정에 관여한다. 제작, 배급, 유통, 상영을 독점하고 있던 현재 멀티플렉스로서는 단연 막강한 경쟁자로 OTT를 손꼽을 수밖에 없다. 한편, 불특정 다수의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영화를 관람하는 형태에서 영화 상영과 영화관의 시작점을 확인한 점은 그러한 형태 안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타인과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과 경험한 일련의 과정이 누적되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종류나 폭은 커진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과, 집에서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간극은 그런 맥락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당신은 왜 극장에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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