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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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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신문 현직 기자로서, 편집국장으로서 마지막 글을 쓸 때가 왔다. 학내외에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는 지금, 무슨 주제를 선정할지 고민하다가 기자 개인의 신문사에 대한 소소한 ‘오피니언’을 쓰기로 했다. 전반적인 신문사 운영 방향에 관한 제언도 얘기하겠다. 신문사 생활을 하며 있었던 일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 신문을 이끌어갈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고자 한다. 기자가 이전에 썼던 칼럼들보다는 가벼운 내용이 될 것이다.
기자의 신문사 지원 동기는 ‘바빠지고 싶어서’였다. 장래 희망 중 기자가 있긴 했지만, 필사적이지는 않았다. 주식 동아리, 독서 동아리에 떨어지고 나서 신문사에 원서를 썼다. 면접 본 경험이 없던 기자가 신문사에 뽑혔던 것도 코로나19를 비롯한 외부사정, 갑작스러운 신문사 내부 인력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어찌 됐든 기자를 뽑은 신문사는 동기를 잘 충족시켜줬다. 신문사는 바빴다.
신문사에서 취재기자였던 기자는 취재하는 것이 서툴렀고, 두려워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그가 기자를 잡상인이나 사이비 종교 권유자로 보일까 무서웠다. 하지만 그 어려웠던 취재도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이전보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도 사그라졌다. 좋게 말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상태가 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첫 취재에서 느꼈던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관성에 따라 기자에게 할당된 기사만 기계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경향이 커졌다. 이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내용의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큰 영향을 끼쳤다. 실례로 기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관련 기사를 많이 작성했다. 2020학년도 2학기 서울캠퍼스, 세종캠퍼스, 2021학년도 1학기 서울캠퍼스, 2021학년도 2학기 서울캠퍼스 전학대회를 다뤘다. 전학대회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사안 대부분은 별다른 논의 없이 찬성 인원만 바뀌었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신문사가 규정한 최소학기를 다 채우고 나가려 했을 때, 신문사 내부 상황은 인력난에 허덕였고, 한 명 한 명의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에 고민했지만, 신문사에 애정은 남아있어서 국장에 임했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했던가. 편집국장 일을 배우며 보조하는 부편집국장도 지내지 않았던 기자에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실수도 더러 했다.
이번 학기 만들었던 신문, 만들기까지의 과정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면을 채운 보도 기사 중 취재를 통해 더 깊게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사도 있었다. 담당 취재 기자한테 더 명확하고 현명하게 지시했더라면 기사가 더 깊은 논의를 담도록 할 수 있었다. 또 소극적이고 불성실하게 조직에 임하는 기자가 있어서 애도 먹었다. 체계적 신문사 규정을 만들지 못해 해결하지 못했다. 종간 후 최선을 다해 고안하겠지만, 차기 편집국장께 짐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
본 칼럼은 내용뿐 아니라 글 구성도 단순하게 했다. 그래서 글에서 다루고 있는 논의의 심도가 얕다. 말년 기자의 해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해당 칼럼에서 실험정신을 봤으면 한다. 보통 지면에 실리는 칼럼은 지면의 품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암묵적으로 해당 규칙은 지켜진다. 논리적 구성을 따라야 하고, 대단한 내용에 고급 어휘를 써야 할 것 같다. 이에 기자가 여기에서 보이고자 하는 실험은 ‘단순하게 칼럼 쓰기’이다. 요즘 사람들은 다양하고 많은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의 어느 광고가 묘사했듯이, 시청자들은 “3초를 주겠어. 날 감동시켜봐”라는 태도로 임한다. 현대 사람들은 어려운 글보다는 정보를 주입해주는 동영상에 열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하게 글쓰기는 아예 의미가 없지 않다.
꼭 단순하게 쓰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실험정신을 가져라”이다. 기존에 있었던 것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전학대회 기사가 매년 비슷하게 기획된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창작의 고통을 수반할 것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는 자원이 될 것이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후에 ‘홍대신문을 읽고’ 기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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