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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순기능과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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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이 개인별로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역시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의 관점 혹은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순기능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은 상품과 서비스가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내용과 잘 부합되는 매력을 부각시키는데 이러한 능력이 사용된다면 이는 디자인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효용을 과장하거나 내용과는 상관없는 겉치장의 방편으로 디자인이 오용되기도 하며 이러한 측면은 디자인의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늘리려면 우선 각각의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자인의 분야가 다양한 만큼이나 순기능과 역기능 또한 여러 가지 내용이 있겠으나 우선 순기능부터 구체적인 예시를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좋은 디자인은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예를 들어 잘 디자인된 도구는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힘들게 해야 했을 일들을 손쉽게, 경우에 따라서는 유쾌하거나 심지어 우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사람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브랜드, 사용하는 제품, 입는 옷, 들고 다니는 가방, 집의 인테리어 등 여러 종류의 디자인 결과물들을 선택하고 사용함으로써 본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잘 디자인된 결과물은 행동유도성(affordance)을 제공하며 매뉴얼을 찾아보지 않아도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를 이끈다. 만든 사람의 배려나 철학을 담아 디자인된 결과물은 성공적인 경우 사용자의 정서적 애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지만 그 기술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언어로 인터페이스를 제시하거나, 보편화된 기술을 창의적으로 조합하여 유용한 사용자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디자인의 영역이다. 디자인은 사회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신체적, 문화적, 지적 차이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디자인 대상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은 범죄나 사고를 예방하기도 하고, 소외 계층이나 저개발국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시도들 또한 꾸준하게 제시되고 있다. 디자인은 상품이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사람들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역할을 하며 그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환경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디자인이 잘못 활용되면 다음과 같은 역기능을 하게 되기도 한다. 디자인이 오직 상업적 의도로 표피적으로만 활용될 경우 디자인은 담고 있는 내용 이상으로 겉모습을 부풀려 소비자를 기만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당연하게도 실망으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것 자체를 목표로 현란하게 디자인된 결과물들이 사용자에게 지속적인 만족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디자인은 스타일 진부화를 통해 필요 이상의 소비를 유도하기도 한다. 최신 유행 디자인의 이면에는 그 유행이 지나간 이후 그 디자인이 철 지나 보일 것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며 사용의 측면에서 아직 멀쩡한 대상물을 두고 끊임없이 또 다른 최신 유행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디자인은 순수 미술과는 구분되는 분야이며 그 결과물은 어떠한 측면에서든 쓸모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한 특징은 상품으로서의 디자인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디자인에 있어서 상업성은 중요한 한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업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디자인을 통한 경제적 성공은 위에서 살펴본 디자인의 여러 가지 순기능들이 잘 달성된 결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고 결과로서의 상업적 이익만을 지상 목표로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 것 같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클라이언트나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단편적이고 조급하게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디자인 전문가라면 함께 일하는 관계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높여 가면서 프로젝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관계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디자이너 본인의 관점이 스스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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