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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정치현대 건축의 이해
  •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7.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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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와 정치

  건축은 예로부터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가져왔다. 다 알다시피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이 자신의 엄청난 권력을 이용해서 피라미드라는 개인의 무덤치고는 너무나 사치한 건축물을 남겼다. 그렇게 한 이유에는 대형 토목공사를 통해서 사람들을 조정하려는 이유가 있다. 나일강의 범람으로 나일강 삼각주에는 농사가 쉬웠고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잉여식량이 생산되었다. 식량과 시간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문명의 싹이 튼다. 그렇게 이집트 문명은 발생했지만 동시에 식량과 시간이 남으면 기존권력에 반기를 드는 세력도 싹트게 마련이다. 우리는 보통 피라미드는 노예가 건설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최근에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억압받은 노예가 아닌 왕족과 동일한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는 전문건설인력에 의해서 건축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로 노동자를 위한 신도시가 피라미드 옆에 있었고, 그곳에서 출토된 유골에서는 골절 당했을 때 왕족과 동일한 치료를 받은 흔적을 가졌음을 든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피라미드는 왕이 세금으로 얻은 엄청난 경제력을 이용해서 유휴노동력을 대형 토목사업에 사용하는 경제순환구조를 만든 경제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이집트 판 뉴딜 정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경제를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되면서 동시에 왕권을 유지시키는 권력유지의 시스템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들은 또다시 왕권에 대한 존경심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건축은 순수하게 예술이라기보다는 경제, 정치, 권력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다.

  건축을 정치적으로 잘 이용하여 대형제국을 건설한 대표적인 실례가 로마제국이다. 로마는 남부유럽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그리스로부터 전수받은 건축기술을 전파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로마가 서양건축에 기여한 바는 볼트구조와 벽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마인들은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벽돌을 굽고 이를 이용해서 아치와 볼트구조를 사용해 로마의 기본적인 건축물들을 전 유럽에 만들었다. 유럽의 도시들은 크게 로마가 만든 도시와 중세시대때 만들어진 도시로 양분되는데, 로마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신전과 콜로세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신전과 콜로세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사용하여 로마는 유럽전체에 그 지역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통치를 하면서도 동시에 로마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로마인들은 건축을 권력통치의 수단으로 아주 잘 사용한 나라인 것이다.

  중세에 와서는 교황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형 성당을 짓고 글을 읽지 못하는 민중들에게 건축공간을 통해서 감동을 주어 신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했다. 성직자와 일부 귀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문맹자였던 유럽인들에게 성경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고딕성당공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이지 않는 권력의 손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과거 왕과 교황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자본가들과 정부가 나누어서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권력분권의 시대적 흐름은 르네상스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교황과 왕이 가장 부자이면서 동시에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시대 이후 시민들이 무역을 통해서 돈을 벌게 되고 자본을 통해서 권력을 가지는 새로운 세력이 생겨났다. 최초의 다국적기업은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같은 이태리 도시국가의 유명집안들이었을 것이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현재 의약품을 지칭하는 메디슨(Medicine)의 어원이 메디치인 것을 보더라도 약재상을 통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은 고스란히 권력이 되고 이는 건축문화에도 반영되게 된다. 그 흔적은 현재까지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 현대 도시들의 랜드마크가 되는 대형 건축물들을 보라. 오래된 도시는 교황이 만든 성당, 조금 덜 오래된 도시는 왕들이 만든 왕궁, 그 이후에 성장한 신흥도시들은 다국적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만든 대형기업 사옥들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형자본은 모두 은행과 투자자에 의해서 움직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들을 움직이는 기관은 금융기관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이들의 규모는 너무 커져서 세계최고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정부조차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세력이다. 그 권력의 실체는 결국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이 금융회사가 소유한 사옥들이다. 규모면에서 건축을 바라보았을 때도 이처럼 정치, 경제, 권력, 건축의 연관성이 보인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아도 정치와 건축은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다시피 90% 이상의 건축물들은 디자인을 하는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지 않고 단순히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지어진다. 하지만 세계 건축계를 리드한다고 하는 뛰어난 건축가들의 작품 역시 정치적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지난 30년의 건축계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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