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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사고와 글쓰기> 정종진 교수가 추천하는 『아니마와 아니무스』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하 융)은 한때 지그문트 프로이드(Freud)의 유능한 제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인간 심리를 대하는 방식에서 의견 차이로 인해 융은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는 다른 분석심리학이라는 융 자신만의 색채로 이론을 정립해 나가게 되었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의료심리학이자 응용심리학이다. 특히 우리 마음의 심층에 있는 혼인 심혼(心魂)을 다루고자 하는 심층심리학에 속한다. 심혼이란 우리 마음의 심연 속에 존재하면서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는 강렬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누미노제(Numinose, 신성한 힘)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 무언가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역할이나 태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근엄한 선배와 귀여운 후배로, 가녀린 여성이었다가 강력한 알파걸의 모습으로, 마초남이었다가 범생이로. 이러한 모습은 자아가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 이에 적응해가는 가운데 형성되는 행동양식으로, ‘사회적 역할’에 따라 사회집단이 개인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갈 때 생기는 것이다. 융은 이것을 외적 인격으로서 ‘페르소나(Persona, 탈)’라고 부른다.

  우리는 조선시대 양반사대부들이 부인이나 딸 앞에서는 근엄하기 짝이 없는 남성으로서의 페르소나를 쓰고서 여성들에게 정숙과 순종, 절개의 페르소나를 씌웠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여성이 아니라 임금으로 바뀌면 재빨리 여성들에게 씌웠던 페르소나를 자신이 뒤집어쓰고서는 ‘님이여’라며 연군가를 소리 높여 불렀던 것도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속한 사회와 집단은 우리에게 주어진 페르소나에 충실하기를 요구하기에 우리는 ‘○○○’답게 살아간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게 된다. 그러나 융에 의하면, 내적 인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리 무의식 속에 있는 내적 인격이다.

  내적 인격은 오랜 기간 이성을 경험한 결과, 집단 무의식 속에 생겨난 것으로 남성 속의 여성적 요소 그리고 여성 속의 남성적 요소를 가리킨다. 이것이 융의 아니마와 아니무스이다. 융은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서로 다른 관심과 특성을 나타내지만 남성의 무의식에는 ‘아니마’라는 여성의 인격이, 여성의 무의식에는 ‘아니무스’라는 남성의 인격이 원초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놓고 이는 여성의 아니무스 신장에 대한 남성의 불안함을 드러내는 말이라거나, 모성을 향한 남성의 의존심을 은폐하고 남성이 지닌 여성성을 숨기려는 애절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면 이는 바로 융의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개념으로 해석된 것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 무의식 속의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작동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원형인 무의식 속에 키워져 있던 이상적인 여성상과 남성상이 타인에게 투사되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 깊이 내재하고 있던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모습을 사랑에 빠진 이성을 통해서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의 환상의 충족이다. 그러나 오래 사귀다 보면 상대 이성에게 실망하며 싸우고 서로를 탓하기도 한다. 원래의 환상이 깨지고 더 이상 상대방이 내 마음속의 이상형이 아닌 허상이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방의 탓이 아니라 서로의 탓이고 자신의 탓이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아니마/아니무스 상의 일방적 억지투사가 아니라 상호투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신의 아니마/아니무스의 강요가 아니라 상대를 받아들이려는 존중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융이 아니마(Anima)/아니무스(Animus)라 부르는 심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서 볼 수 있고 어떻게 경험되는가?’, ‘그 역할과 작용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융학파 분석가인 이부영 박사의 안내서이다.

 

 

정리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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