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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이동건작은 화면 속, 살아 숨 쉬는 내 머릿속 세상을 그려내다

  바쁜 일상 속 아주 잠깐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휴대폰을 들여다보자. 특히 고된 일과를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사람들 손에 쥐어진 휴대폰 화면에는 십중팔구 ‘웹툰’이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하루 방문자 수는 약 750만 명으로 웹툰은 모바일 삶 속에 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스낵컬처’일 것이다. 웹툰 작가 이동건은 다양한 독자층 중에서도 특히 2·30대의 여성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2011년 <달콤한 인생>으로 데뷔하여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체로 여성들의 주목을 끌어낸 그는 일명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작가’이다. 특히 현재 수, 토요일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유미의 세포들>로 잘 알려진 그는 LG 손해보험 <별을 부탁해>, 에어비앤비 <나의 인생샷을 찾아서> 등의 브랜드 웹툰으로 이미 독자층을 매료시켰다. 한 번 보면 눈에 콕 하고 박히는 그림체로 지친 우리의 눈에 행복감을 선사하는 웹툰 작가 이동건을 만나보자.

 

Q. 웹툰 작가로 데뷔한지 6년째이다. 웹툰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사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따로 준비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다. 그저 달콤한 회사라는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해결방안을 고민하던 중 ‘캐릭터를 만들고 만화로 제작하면 매출이 더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제작한 만화가 이슈가 되었지만 여전히 매출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네이버로부터 정식 연재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세상에 선보인 웹툰이 데뷔작인 <달콤한 인생>이다.

Q. 이동건 작가는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작가로 손꼽히는데 이러한 칭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여자도 알기 어렵다는 여자의 심리와 유행을 정확히 묘사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A. 직업 특성상 사람들이 ‘아, 맞아!’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민감하게 짚어내곤 하는 것 같다.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이 널리 알고 있지만 잘 다루어지지 않거나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것들을 잡아내서 반영하다 보니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원래 그런 심리를 관찰하고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예전 미술학원에 다닐 때 여러 친구 중에서도 특히 여자 친구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분위기가 한편으로는 색다르게 느껴졌었다. 남성들은 싫으면 그냥 싫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여성들은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남성과 달라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이후 웹툰 콘티를 짜고 구상하면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했다. 웹툰 작가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할 때 사실 유미의 옷보다 이야기와 댓글에 더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의류업체 쪽에서 일한 아내가 ‘내용은 관여하지 않아도 옷만큼은 간섭해야겠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더라. 그러다 보니 오프숄더와 같이 유행하는 트렌드의 흐름을 반영한 옷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Q. ‘LINE-WEBTOON’이라는 애플리케이션 통해 유미의 세포들은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돼 연재되고 있으며 조회수와 좋아요 수 역시 평균 4~5,000에 육박한다. 점차 전 세계로 넓어지는 웹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현재 네이버가 웹툰 관련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런칭했다고 들었다. 사실 이와 관련한 소식이 있으면 그때그때 전달받기는 하지만 가끔은 반응이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곤 한다. 처음에는 <유미의 세포들>이 SF, 로맨스와 같은 장르가 아닌 한국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는 생활툰이다 보니 과연 다른 문화권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남녀 사이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또 서양권과 비교했을 때 그들은 조금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그들이 <유미의 세포들>을 읽다가 의아해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많은 팬 분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국가에 있는 팬들이 메일을 보내 응원해주기도 한다. 특히 실제 브라질 작가분이 팬아트를 그려주셔서 놀라웠던 적도 있었다. 아무쪼록 전 세계 <유미의 세포들>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많은 분께 감사하다.

 

Q. 웹툰은 스낵컬처, 일명 손안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문화의 선두두자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웹툰은 드라마 및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색다른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이러한 웹툰의 드라마, 영화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우선 2차 제작은 작가인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유미의 세포들>은 네이버 엔터테인먼트에 속해있어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네이버를 통해 2차 제작과 관련 여러 컨택이 들어오고 있다고는 들었다. 따라서 <유미의 세포들>이 영화화가 될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유미의 머릿속 ‘세포들’을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지가 제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드라마, 영화와 관련한 제의는 이에 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내 의견으로는 <유미의 세포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보고 싶다.

Q. 웹툰 작가에게 ‘그림체’란 작가의 특징이자 정체성이다. 사람들은 어릴적 본인만의 글씨체를 갖게 되고 이후에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글씨체를 바꾸어 간다. 작가 역시 본인의 그림체를 갖게 되었던 시기와 이후에 바꾸어 나갔던 과정이 존재할 것 같다. 작가의 그림체 변천사와 작가에게 있어 그림체가 가지는 의미가 궁금하다.

A. 처음 웹툰을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가장 큰 목표는 독자들이 빨리 외울 수 있는 그림체를 갖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흰색과 파란색 캐릭터’ 하면 스머프가 연상되듯 둥글고 노랑머리를 가진 캐릭터를 생각하면 ‘유미’로 직결되게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땡땡의 모험』(1929)을 가장 좋아하는 만화로 꼽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몇 안 되는 색과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체. 이 두 가지 요소는 처음 만화를 접했을 때 가장 흥미를 느끼게 했던 요소였다. 좋아하는 그림체 외에도 주변의 이야기도 듣고, 댓글을 읽고, 그림체를 많이 찾아보며 이것저것 접목하다 보니 지금의 그림체가 완성된 것 같다. 또 일본 만화 작가 중 데즈카 오사무(てづかおさむ)의 그림을 좋아해서 그 사람의 선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현재’의 그림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했지만 그림체에는 완성형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지금 제일 괜찮게 그리고 있는 방법이 바로 본인의 그림체일 것이고 작가와 그림체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Q. 웹툰 작가 ‘이동건’으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독자들이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자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재를 찾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존재이며 관련된 에피소드를 찾고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쓴다. 그러면 독자들이 종종 메일이나 비공개로 글을 남겨줄 때도 있고 팬 아트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목적 없이 자기가 읽고 느꼈던 점을 의견 회신 형식으로 보내주는 독자들이 있다. 그 중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있었는데 무조건적으로 유미의 편을 들어주는 세포들을 보고 다시금 반성하게 되었다는 독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웹툰을 통해 누군가를 계몽하고 깨우치게 하는 지침을 주기보다 소소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이렇듯 나는 작가로서 주목받기보다 작품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한 부분을 너무 좋아해서 그 부분만 반복해서 보는 작품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디즈니 영화 <라푼젤>(2010)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중간에 ‘I have got a dream’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만 종종 찾아보곤 한다. 앞으로 나는 특정한 장면을 찾아보게 하는 그런 작품을 그리고 싶다.

Q. 학생들은 기존에 인기 있었던 직업에서 벗어나 웹툰 작가, PD 등 미디어를 이끄는 일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사실 나는 최종 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조직생활이 불편하다. 누군가와 토론하며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툰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은 나 혼자 하게 된다. 만약 협업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웹툰 작가는 최고의 조건인 것 같다. 또한, 지금 웹툰은 단순히 만화의 기능에서 벗어나 드라마, 영화의 소재와 광고의 기능까지도 맡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본다면 웹툰 작가는 좋은 직업이다. 그리고 웹툰 작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그림체, 콘티는 나중으로 미루라고 조언 하고 싶다. 그건 나중에 하다 보면 금방 감을 잡고 유튜브만 찾아보아도 그림체는 금방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배울 수 없는 것은 최초의 발상과 생각이다. 무엇을 그릴지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연애를 한 번도 안 한 친구가 그리는 로맨스와 20번 차이고 온 친구가 그려내는 로맨스는 차이가 크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더 공감되고 재미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19살부터 30살까지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린 적은 없다. 그저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전부 그런 경험들이 모여 나중에 재미있는 발상이 되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성공한 경험만이 값진 경험은 아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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