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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너의 이름은 '똥'군기(1)충성! 새내기는 입학을 명 받았습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산뜻한 봄노래가 캠퍼스에 울려 퍼지는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대학가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이름도 산뜻한 새내기! 새내기가 들어온 지 어언 한 달. 이때쯤 되면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우중충한 캠퍼스의 분위기도 활기로 채워진다.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새내기들이 서서히 선배들과 교류하며 친근한 선후배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때도 바로 이 시기다. 그러나 일부 대학의 과도한 학내 군기문화, 일명 ‘똥군기’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주로 이 즈음이다. 당장 지난 2월 26일(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신입생 OT에서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강제로 PT 체조를 시켜 논란을 빚은바 있다.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똥군기’ 논란. 과연 이러한 학내 군기문화의 원인과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선후배 관계를 이룩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이수현 기자 ng1462@mail.hongik.ac.kr

 


여기가 교도소야, 학교야? 군기문화라는 감옥

군기문화의 실태를 살펴보다

  이러한 사건을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군기문화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진행된 「한국과 대만의 대학문화 비교: 위계와 성차별, 폭력의 군대적 징후를 중심으로」(2010)라는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국 25개 대학의 대학생 2,06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15.1%는 대학 입학 후 선배에 의한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고, 35.6%는 언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31.2%는 대학 내 단체기합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예체능 계열 학생은 무려 65%가 그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이한 것은 군기문화의 피해자였던 학생도 대학 내 군기문화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윤경 교수는 이에 대해 “폭력이나 권위가 추억화 되며 성찰과 비판의 여지를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이러한 연구결과를 해석했다.
  이처럼 군기문화에 찬성하는 학생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학 내 군기문화 적발률은 지난 몇 년간 폭증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SNS의 보급으로 군기문화에 대한 증거물을 찾기도, 익명으로 이를 신고하기도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에 따라 군기문화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대학가 군기문화에 대해 여론이 집중된 것은 2014년부터였다. 2014년 2월 26일(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숭실대 생활체육학과 신입생에게 배부된 학교생활 지침서가 공개되었는데 해당 지침서에는 복장, 말투 등 세세하고 엄격한 규제사항이 적혀있었다. 해당 지침서는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으며 여러 차례 뉴스로 보도되는등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사건 직후 서울여대 체육학과 군기 논란과 덕성여대 체육학과 군기 논란이 연이어 SNS를 통해퍼지며 대학가에 만연한 선후배간 군기문화에 경종이 울렸다.

재학생이 제보한 신입생 학교생활 지침서-건국대(좌)/건희대(우)출처:각 대학별 인터넷 커뮤니티

   2014년 당시 논란이 되었던 숭실대 생활체육학과와 서울여대 체육학과 신입생 생활지침을 살펴보았다. 숭실대의 경우 신입생들에게 ‘다나까 말투 사용’, ‘염색·파마, 화장, 반바지, 매니큐어 금지’,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등의 규칙을 강요하였다. 서울여대의 경우 ‘학교에서 체육복, 모자, 슬리퍼, 이어폰 착용 금지.’ ‘선배가 보일 경우 뛰어가서 그 앞에서 인사하기’, ‘공강일 만들지 않기’ 등의 불합리한 규칙이 존재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분석하였을 때 위 사례와 같이 강한 군기문화를 가진 몇몇 학교와 학과에서는 선배에 대한 예절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복장 규제, 시설물 이용 규제, 개인시간에 대한 규제 등 신입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군기문화는 때로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폭력으로 치닫기도 한다. 지난 2월 26(일)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에서 신입생 OT 진행 중, 새벽 6시에 신입생들을 집합시키고 리조트 정문 앞에서 단체 팔 벌려뛰기 50회를 시킨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대덕대, 원광대, 인천대 등에서도 이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혹은 선배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거나 집합을 시키고 체벌을 부가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또한 원치 않는 학생에게 행사 참여나 음주를 강요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대학가 군기문화의 폐단이 사제관계에까지 퍼지고 있다.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2,35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학원생의 45.3%(1,066명)가 교수로부터 부당 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교수에게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은 무려 31.8%(338명)에 달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군기문화로 인한 문제가 선후배간을 넘어서 사제지간에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목) 국민대 예술학부 교수는 학생을 상대로 한 가혹행위로 인해 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되었으며 지난 2016년에는 강남대 회화디자인학부의 교수가 제자를 폭행, 감금해 징역 8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교수에 의해 자행되는 군기문화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선후배간 발생한 군기문화보다도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수는 상대적으로 학생보다 높은 위치에 있으며 학생이 문제를 고발하더라도 그 위치를 이용하여 학생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앞서 소개된 ‘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부당 대우를 받은 학생 중 65.3%(696명)는 교수에게 이러한 대우를 받아도 별다른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수현 기자 ng1462@mail.hongik.ac.kr


군기문화, 그 뿌리를 파헤쳐보다

한국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군기문화의 뿌리

▲‘軍’기문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 내 군기문화,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군기문화에 대해 얘기하려면 우선 그 원형이 되는 군대문화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현대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지만, 군대는 내부적으로 강력한 위계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군대에서는 계급적 권위가 절대적이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또한 군대는 공동체 의식을 매우 강조해 집단의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도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이는 국가를 수호해야 하는 군대의 목적 상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조직문화이지만 이것이 군대 밖 사회에 적용되면 군기문화의 주범이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나타나는 선배에 대한 복잡한 예의체계나 복장에 대한 규율 등은 의례를 중시하는 군대문화가 대학가 문화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잘못된 유교문화의 이해
군기문화의 근간(根幹)은 선배는 후배의 위에 있으며 후배를 훈계하고 이끌 권리와 의무가 주어진다는 전제이다. 이런 전제는 한국 사회 근간에 깊게 뿌리내리고있는 전통사상, 유교에서 비롯된다. 유교는 오랜 기간 우리의 선조들의 도덕률로 존재했던 만큼 여러 훌륭한 덕목을 갖추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서열 문화에 기초를 두고 있다. 유교에서 중요시 여기는 덕목인 충(忠)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현대에는 이러한 유교의 서열 문화적 양상을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속에는 유교적 서열문화가 깊숙이 내재되어있다.
  본래 유교문화에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에 대한 존중 또한 중요하게 여겼지만 근대에 들어와서는 유교문화의 이러한 면모가 잊혀졌다.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존비어(尊卑語) 체계이다, 존비어는 높고 낮음을 보여주는 언어라는 의미로 존댓말 체계를 뜻한다. 국어의 존비어 체계는 본래부터 나이, 선후, 직위 등과 같은 유교의 삼강오륜이 추구하는 규범적 질서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본래 존비어 체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극존칭을 하급자에게 강요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기이하게 변형된 유교문화가 우리 사회에 침투하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군기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 내 군기문화에 영향을 끼친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았 다면, 이번에는 시야를 좀 더 좁혀 학내에서 자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군기문화의 유발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자.
▲ 잡을 수 밖에 없는 지푸라기, 학내 인간관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각 대학들의 일명 ‘똥군기’ 사례를 꼬집거나 비꼬는 글들이 종종 화제가 된다.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사례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소속 학생이 일정인원 수 이상을 넘지 않는 소규모 단위 학과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소속 학생 수가 많은 학과에 비해 선후배 관계가 상대적으로 가깝거나, 졸업 이후에도 긴밀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졸업생들의 사회진출 분야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 대학시절의 선후배 관계가 사회에서의 상하 관계로 그대로 전이되기도 한다. 인원수가 많은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가진 학과 내부에서 선배들이 강요하는 군기문화는 후배들의 입장에서 ‘감히’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며, 또한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학내 군기문화는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지배하며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확실성 또한 학내 군기문화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의 여파로 대학생들이 맞이할 미래 또한 불안정해지면서, 설사 불합리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선뜻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 내 규율과 전통에 저항하기 전에 그 행동이 앞으로 가져올 영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현재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않다. 직접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일정한 지위와 미래에 대한 안도감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담보한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분위기는 이를 채워주지 못한다. 대학 커뮤니티는 불안정한 현재에서 대학생들이 속할 수 있는 유일한 자본이자 바탕이기에, 학내 군기문화 개선을 부르짖는 ‘잔다르크’는 섣불리 그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다.
  이렇듯 뿌리 깊은 우리나라 학내 군기 문화의 형성을 비단 특정 원인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 내부 깊숙한 곳에서 발현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은 직·간접적으로 대학사회로 흘러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군기 문화를 확대 및 재생산하고 있다.

 

이수현 기자 ng1462@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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