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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봄을 피운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작품들

 

  6월 민주항쟁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1987년 6월 10일(수)부터 29일(월)까지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6월 민주항쟁은 반(反)독재·민주화 시위로서,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국민들은 민주화를 열망했지만, 이어 등장한 신군부 세력은 잠시나마 이 땅에 찾아왔던 봄을 다시 어둠 속에 가두어 놓았다. 숨죽인 민주주의를 밟고 일어선 군부정권은 1987년, 4·13 호헌 조치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최루탄에 의한 이한열의 사망 사건 등을 잇달아 쏟아냈다. 분노한 국민들은 6월 10일 이후 전국적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와 민주화를 외쳤고, 6월 29일 집권 여당으로부터 대통령 직선제 개헌 선언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는 기나긴 군부독재의 종말과 함께 민주화의 꽃을 피워낸 국민들의 승리였다. 다가오는 6월을 맞아, 6월 민주항쟁 이전, 당시, 이후의 기억을 담은 작품들을 살펴보며 그 흐름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6월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남영동 1985>(2012)는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정치인 김근태가 1985년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철저하게 짓밟혔던 6월 민주항쟁 이전의 시대상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인 남영동 대공분실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 인사에 대한 고문이 자행됐던 곳이다. 주인공 김종태는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갑작스레 이곳으로 끌려가게 되고 22일 동안 물고문, 전기고문 등에 시달리며 거짓 진술을 강요당한다. 영화는 보는 이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당시 이루어졌던 가혹한 고문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자신을 고문했던 당사자가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 앞에 서게 되지만, 이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이를 통해 주인공뿐만이 아닌 당시 고문 피해자들의 상처가 신체를 넘어 영혼에까지 깊게 박혀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198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2년 후 발생한 6월 민주항쟁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장소도 남영동 대공분실인 까닭이다. 대학생이던 박종철은 1987년 1월 이곳으로 연행되어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하다 숨졌다. 당시 군부정권은 고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 당시 부검의가 박종철에 대한 물고문이 자행되었음을 시인하여 이 분노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소설 「위기의 사내」(1991)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한복판에 선 주인공의 시각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주인공 한기웅은 책을 출판할 정도의 지식인이었지만, 정의와 거리가 멀게 흘러가는 사회상에는 한동안 무기력한 태도를 가져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서적을 출판하여 정부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던 차에, 1979년 11월 서울 명동에서 재야인사들이 모여 대통령 직선제, 유신헌법 폐지, 양심수 석방 등을 촉구한 ‘YWCA 위장결혼식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받은 경험 때문이다. 이후 경찰의 ‘우범자 카드’에까지 오른 그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평마저 내뱉지 못하는 ‘거세당한 지식인’으로 살아간다. 소설은 이러한 주인공이 6월 민주항쟁의 한복판에까지 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지식인으로서 생명을 되찾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도심 한복판에서 역설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격려하며 다시 피 끓는 젊은 날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은, 6월 항쟁 당시 침묵에서 참여로 적극 나선 지식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L의 운동화」(2016)는 오늘날 6월 민주항쟁이 남긴 유산 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당시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주인공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의 오래된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실제 2015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시위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운동화를 복원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당시 최루탄 파편에 머리를 부상당해 병원에 이송됐던 이한열의 운동화는 정신없던 상황 통에 한 짝만 남았다. 30여 년이란 세월을 증명하듯 낡음을 넘어 거의 삭아버리다시피 한 그의 운동화를 복원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주인공은 오랜 시간동안 고뇌하며, 그 날의 기억에 점점 닿아간다. 마침내 주인공이 운동화 복원 작업에 나서며, 주변인에게 전한 말은 6월의 유산에 너무 쉽게 익숙해진 오늘날의 우리에게 내뱉는 메시지와도 같다. ‘피해자가 이미 죽고 없으니, 피해자를 대신할 운동화를 어떻게든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피해자이자 증인이니, 어떻게든 살아서 증언하도록요.’


  인간의 나이 30살은 젊음의 어수룩함과 서투름에서 멀어져감과 동시에, 중년의 원숙함과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이 땅에 6월의 함성이 울려 퍼진지 올해로 30년, 이 땅의 민주주의 또한 그와 같기를 바라본다.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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