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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2병, 청년들의 마지막 사춘기희미한 이정표 아래 서성이는 젊은 그림자들

  ‘중2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청소년들이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불만, 그로 인한 반항과 일탈 행위를 지칭하는 이 용어는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농담으로 활용될 만큼 사회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중2병’을 넘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2병’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중2병과는 달리,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보통 즐거운 새내기 시절을 지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기 시작하는 대학교 2학년이 된 이들이 겪는 일이라 하여 ‘대2병’이라 칭한다. 그러나 대2병은 그 이름처럼 대학교 2학년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님을 반증하듯 최근에는 이를 소재로 한 웹툰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하였다.
  이렇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대2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복합적 원인들이 맞물린 이 질병 아닌 질병은, 개인적·사회적 발생요인이 어우러져 있다. 입시를 끝내고 새내기 생활을 즐기던 학생들은 2학년에 진학하자, 취업과 진로에 대한 현실적 고민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불안, 부담감 등은 대2병의 개인적 발생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상실하고 막연한 선택지 속에 던져진 청춘들이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대2병은 새로운 역할이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의욕을 잃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 현실은 대2병의 대표적인 사회적 발생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자는 43만5천명에 달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자신들의 전공으로 겪는 회의감 또한 커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알바천국’이 2014년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공별 취업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5.8%가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이 고민된 적 있다’고 답했다. 특정 계열의 전공 이외에는 취업이 어려운 사회에 좌절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4월초 치러진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5만 명의 수험생들이 몰리기도 했다. 절박한 심정의 청년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양상으로 보인다.
  대2병 환자는 우리 주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본지에서는 대2병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학우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2학년에 재학 중인 최윤범(경영2) 학우는 최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쩍 깊어져, 자신과 같은 대학생들이 또 있는지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봤다고 했다. 그 결과 ‘대2병’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본인이 대2병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  내렸다.


“대2병은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상태로 오로지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해왔기에, 막상 대학에서 배우는 나의 전공이 나와 맞는 건지 고민하게 돼요. 또 졸업 후에도 이 전공을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대2병 환자로서 현재 어떤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직은 대2병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 지 몰라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전공에 대해 깊게 탐색해보고 싶어 경영의 세부 과목을 공부하는 학회에 가입하여 자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대2병 해결책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저는 대2병을 굳이 이겨내야 한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지난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굳이 중2병을 이겨내려고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의 주관과 생각이 뚜렷해지니 자동적으로 사라진 것처럼요. 대2병도 어쩌면 자기의 전공과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탐색해 볼 시간을 가지면 저절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공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을 선택한 박수빈(컴퓨터정보통신3) 학우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그녀는 휴학을 선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며 자신의 전공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2-3년 정도 다니면 휴학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실제로 제 주변 친구들의 대부분이 현재 휴학을 한 상황이고요.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빛나는 순간만 있을 것 같은 대학생은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지치기도 해요. 저처럼 다른 공부를 위해 휴학을 선택하거나 심한 경우 자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기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와 다른 전공을 공부하려는 계기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컴퓨터정보통신공학에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입시 이후 그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휴학을 선택했고 지금은 자신이 진정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의 낭만을 꿈꾸며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그러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뒷전이고 대학 입학이 먼저인 경우가 많아서 입학 후에는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현실의 냉혹함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봐요. 만약 저처럼 대2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면 생각을 전환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 쉬고 난 뒤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있지만, 현재 고민하는 바는 비슷했다. 입학하기 전 나름대로의 로망을 품고 왔을 청춘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내 전공을 살려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기에 이른다. 20대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대2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SBS 스페셜 ‘대2병, 학교를 묻다’ 편에서는 ‘휘게 교육’을 제시한다. ‘휘게(Hygge)’는 덴마크 사람들이 추구하는 편안하고 소박한 삶이라는 뜻으로, 휘게 교육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결정권을 갖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휘게 교육을 접목시킨 대2병 해결방안은 친구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학습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낯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성장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스스로 대2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하고 있다. 다양한 고민을 거쳐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회로 나아가기 전에 겪는 이 아픔을 우리는 반드시 치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 rhr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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