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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아노스 지음, 아모르문디, 2013

<동양고전의 이해> 최양규 교수가 추천하는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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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생각하기에 고대의 저술은 모두 진지하고 엄숙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옛사람들도 현대인 못지않게 풍자와 유머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런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자가 루키아노스(Lukianos, 120년경~180년경) 이다. 그는 서기 2세기, 로마제국의 동쪽 지역에 살았던 사람으로 재치 있는 산문 작가였다. 그의 작품집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에 실린 몇 가지 작품을 간단히 살펴보자

  루키아노스의 다채로운 상상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진실한 이야기』 1편이다. 이 작품에는 공중에 떠있는 섬들과 그 섬 주민들 사이의 전쟁을 보여준다. 이것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하늘에 떠 있는 섬 라퓨타(Laputa)가 생겨나는 데 영향을 주고, 다시 거기서 영화 <아바타(Avatar, 2009)> 속의 섬들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또 이 작품에는 고래 뱃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그려지는데, 이를 보면 『피노키오』의 고래 장면은 물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2003- )>시리즈의 유령선 선원들의 모습이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진실한 이야기』 2편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일종의 ‘좋은 저승’에 사는 여러 철학자들이 우스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면 통 속에 살면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희롱했다는 디오게네스는 술주정뱅이로 등장하고, 아이트나 화산에 몸을 던졌다는 엠페도클레스는 통구이가 되어 나타난다. 스토아학파 사람들은 고행으로 덕을 쌓느라 거기 오지 못했고, 회의주의학파 사람들은 여전히 회의에 빠져 도착하지 못했다.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학파 사람들만 잔치 자리에서 여기저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가의 철학자들에 대한 조롱은 『죽은 자들의 대화』(2005)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거기서 소크라테스는 미소년들을 탐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유한 미남 제자 알렉산드로스를 갈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의 주류는 속된 자들이 좇는 부와 권력, 명예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밝히는 내용들이다. 저승의 신적 존재들도 우습게 그려진 경우가 많다.

  저승의 뱃사공 카론은 자기 승객과 뱃삯 때문에 다투고, 헤르메스는 카론에게 밀린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알렉산더 대왕 부자(父子)는 서로 자기가 더 뛰어나다고 다투며 상대를 깎아내린다. 특히 누가 더 잘 생겼는지 다투는 경우에 그렇다, 모두가 백골로 변했으므로 대개는 죽은 자는 어차피 모두 동등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꿈, 또는 루키아노스의 생애’는 자전적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으로, 특히 마지막에 화자가 젊은이들에게 가난에 기죽지 말고 학업을 계속하라고 독려하는 대목이 가슴을 울린다. 루키아노스의 작품들은 우리가 재미로 서로 들려주는 이야기이나, 살아가며 마주치는 여러 상황에서 보이는 태도가 옛사람들의 그것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보여준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반성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이 저자는 18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번역의 질 또한 훌륭하다. 고전어 번역자들의 꿈은 고전어 원문을 단어 대 단어로 옮기는 것, 즉 능동태, 수동태, 복문의 구조는 물론이고 원문 단어의 품사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과 희랍어, 라틴어는 아예 다른 어족에 속하니, 이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원문을 유지하려는 것이 이들의 습관이고 결벽증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원문에 가깝게’라는 원칙을 지키며, 다소 ‘유연하게’ 표현들을 바꾸고, 문장을 나누고, 엄밀하게 직역하기보다는 문장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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