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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독어독문10) 동문끝없이 배움을 추구해 나가는 대학원생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약속시간인 오후 4시가 되도록 더위는 가실 줄을 몰랐다. 기자는 기자가 흘리는 땀이 긴장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자가 전희진 동문에 대해 아는 것은 그녀가 독어독문과의 조교이자 대학원생이라는 것뿐이었다. 기자는 동문이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곧 전희진 동문이 나타났다. 그녀는 뜻밖에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자의 긴장감을 날려보내 주었다.

▲전희진(독어독문10) 동문

  인터뷰는 그녀의 근황을 물으며 시작했다. 그녀는 이대로 배움을 끝내기 아쉬워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설명하는 그녀는 진심으로 배움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감탄스러웠으나 또 한편으로는 기자와 그녀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기자는 그렇게 즐겁게 공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자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기자에게 자신도 처음부터 공부를 좋아했던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도 처음 대학에 들어와서는 버겁게 학점관리를 해가며 놀기 바빴다고 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서울 관광’이었다. 기자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녀는 기자의 반응을 예상한 듯 쑥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방 출신이었기에 서울이 낯설었던 그녀는, 학업과 연관된 장소들을 직접 돌아다녔다고 한다. 처음에는 관광이 목적이었지만 배운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해나가니 점차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는 그녀가 말하는 배움이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조금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삶’에 대한 공부야말로 진정한 공부라는 것이다. 그녀는 학교를 벗어난 공부가 오히려 배움에, 그리고 삶에 더 도움이 되었다며 그녀의 또 다른 경험을 들려주었다. 학창시절, 그녀는 사람들에게 우리 궁궐에 대해서 알려주고 궁궐을 가이드 해주는 ‘궁궐 길라잡이’ 활동을 했다. 그녀는 학교를 벗어난 곳에서, 학교 안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소통하며 그녀는 성장해나갔다. 

  그녀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은 한 할아버지였는데, 해설 한마디 한마디를 열심히 필기하는 그 할아버지를 보며 배움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틀리게 배워서는 안 된다’, ‘제대로 배워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의 느낌을 기자에게 전해주었다. 이후로 ‘배워서 남주자’가 삶의 모토가 되었다고 그녀는 농담처럼 말했다. 배워서 남주자니, 보통은 ‘배워서 남주냐?’라고 하지 않나? 살짝 당황하는 기자에게 그녀는 배워서 남주자가 어머니의 입버릇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라던 어머니의 말이 그녀의 목표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배움으로 남을 돕기 위해 조교가 된 것이라며 다소 쓱스럽게 말하는 그녀가 기자의 눈에는 참 대단해 보였다.

  마냥 부럽게 느껴지는 열정을 가진 그녀에게도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의 적성과 목표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대학에 들어온 뒤에는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에 오히려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방황했다고 한다. 기자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강한 동감을 느꼈다. 또 그녀의 이야기에 동감하는 이가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한창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기자는 그녀에게 만약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그 방황을 극복할 것인가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홀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쫓기는 감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평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미로를 헤매고 있다고 느끼던 기자는 저만치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문도 이 길을 거쳐갔다는 것에 묘한 위안을 받았다. 그녀가 보여준 길을 따라서, 기자 역시 용기를 내 한 발 나아가고 싶어졌다.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 기자는 문득 이번 주말 기차표를 검색해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수현 기자  ng146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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