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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사이즈를 넘어 다양한 아름다움을 꿈꾸는 ‘66100’

  흔히들 ‘걸크러쉬(Girlcrush)’라고 한다. 쉽게 말해 ‘오, 저 언니 너무 멋있어.’라며 동경과 함께 찬양의 언사를 날리게 되는 감정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은 다리 사이가 달라붙지 않는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다른 여성을 보며 걸크러쉬를 느낀다. 우린 아마 자기에는 애매한 시각 심심한 입을 달래줄 치킨을 주문하기 전 오늘 본 그 언니의 몸매를 떠올리며 치킨집 번호를 누르려던 손가락을 주춤할 것이다. 여기, 그런 여성들에게 그리고 이 여성들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는 많은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멋진 언니가 있다. 해외 패션쇼를 통해 데뷔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은 매일같이 숫자에 연연하는 우리들의 인식을 산산조각 내버리며 심장 한가운데 진정한 크러쉬를 일으킨다. 그녀는 현재 플러스 사이즈 모델, 독립패션잡지 「66100」 편집장, 그리고 다양한 이들을 위한 쇼핑몰 66100의 대표로서 많은 이들에게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닌 다양한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기에 아름답다는 그녀, 지금 바로 만나보자.

Q. 2010년 미국의 최대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패션쇼인 ‘FFF(Full Figure Fashion) 위크’로 데뷔하였으며 이후 여러 패션쇼와 모델 콘테스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아직 다소 생소한 직업인 것 같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본래 외식조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요리를 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인터넷 화면에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문구의 도전슈퍼모델코리아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본래 무엇을 배우든 남들보다 습득력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질려버린 적 또한 많았다. 금방 질리는 일 말고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겁 없이 덜컥 지원했다. 평소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 같다. 첫 번째 도전은 2차 비키니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미련이 남아, 미국에서 모델로 데뷔하게 되었다.

Q.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이어 직접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여자 사이즈 66이상, 남자 사이즈 100이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66100」이라는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국내외 온도 차가 크다. 외국에서의 플러스 사이즈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이즈가 존재한다. 꼭 44만이 답이 아니며, 현실은 더더욱 44사이즈만으로 이루어진 이상적 세계와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입는 옷의 모델 또한 다양한 사이즈로 존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단어 자체가 아직 생소하며,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같은 직업도 가십으로 소모될 뿐이다. 외국에서의 모델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에서는 플러스 사이즈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패션쇼에 설 일이 없었다. 해외에서 쇼를 갔을 때 이전엔 그곳도 마찬가지였다고 들었다. 태초부터 인식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긴 여정을 기꺼이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혼자금을 털어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항상 같다. ‘사이즈와 상관없는 아름다움.’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절대적인 기준에 목 매이지 않고 다양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우리나라는 특히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다이어트를 외치며, 사회적으로도 날씬한 것을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획일화된 기준, 날씬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인식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아무래도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당장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서 메인에 걸려 있는 기사들을 보라. 연예인의 몸매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기사가 몇이나 있는가. 미디어 속, 그리고 컴퓨터 화면을 맞대고 앉은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획일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무의식적으로 수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현상과 그에 따른 문제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과 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택하는 방법 등 문제의 고리들을 엮어보며, 이 고리를 끊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생각이다.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변화하지 않으며, 내 자신의 생각 또한 누군가가 변화시켜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나를 포함한 누군가를 외모 혹은 사이즈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편향된 시선들이 모여 사회적인 잣대를 형성하듯, 그 견고한 잣대를 뒤흔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Q. 이번 봄 신상을 업데이트하며 ‘상세설명’을 넣지 않는다는 공지가 눈에 띄었다. 다른 쇼핑몰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를 빼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새롭다. 어떤 고민에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평소 쇼핑몰을 통해 스커트 등 여러 제품을 소개하면서 ‘여성스럽다’ 등의 수식어를 써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런 단어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목적인데, 그 옷 앞에 붙은 설명이 그 다양성을 위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식으로 채워졌던 일종의 기준들을 각자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빈칸으로 열어두자는 의미에서 설명을 생략했다.

Q. 여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외모왜뭐 페스티벌’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빅앤뷰리풀’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뚱뚱한 여성을 모티브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이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여러 사람이 모여 외모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다름 네트워크’라는 것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이 네트워크에서 필름파티를 진행했다. 모두 다른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는 여러 영상을 보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평소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편견 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서로의 생각 또한 공유할 수 있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8월경에도 동일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Q. 현재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는 플러스 사이즈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의 문제인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A.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무엇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각기 고유하게 아름답다. 화장을 하고 안하고, 날씬하고 뚱뚱하고 이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평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사회적 기준에 내 몸을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된다.

Q. ‘수능 끝났으니 살 빼겠다는 열아홉 소녀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소녀들을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다. 맛있는 디저트 앞에서 살을 걱정하고, 여름을 위해 살을 빼겠다며 매일 다이어트를 다짐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A. 먹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마라. 무조건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남의 시선에 혹은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배가 허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해서 먹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음식 섭취는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먹는 것을 통해 풀고자 했던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고 배만 두둑이 차올라 때로는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오기도 한다. 기왕 먹을 거면 맛을 음미하면서 즐겁게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어라. 맛으로 우리의 욕구를 충족하면 배 속으로 들어오는 음식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이다. 남의 시선에 따라 맹목적으로 날씬한 몸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것이 다이어트이다. 살 뺀다고 절대 예뻐지지 않는다. 당신은 사이즈와 상관없이 지금 그대로 이미 예쁘니깐.

정이솔 기자  dlthfrhkd@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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