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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피크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사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어란 필터를 통하여 세상을 본다. 하늘의 무지개를 쳐다보면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무지개의 색은 200개 이상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언어는 사람들의 사고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거기에 나오는 언어 정책 중 ‘더블 싱크(double think)’가 있다. 더블 싱크는 “알면서 모른다는 것, 진실을 알면서 교묘히 꾸며진 거짓말을 하는 것, 상반된 두 개의 의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등을 의미하는데, 오세아니아 당의 슬로건인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 그 예라 하겠다.

  더블 싱크처럼 이중 사고가 들어간 말을 후대의 학자들은 ‘더블 스피크(double speak)’로 명명하였다. 더블 스피크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다란 의미로, 분명하지 않고 모호하며 의도적으로 계산된 언어의 악의적 사용을 의미한다. 언어가 사람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둘러대거나 과장한 말이 더블 스피크이다. 더블 스피크의 사용으로 청자는 원말이 내포한 부정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화자의 의도대로 왜곡된 의미로 그 대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국 영어 교사 협회인 NCTE(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에서는 1974년부터 매해 잘못된 언어 사용자에게 ‘The Double Speak Award’란 상을 수여함으로써 더블 스피크의 사용을 풍자하고 있다. 1974년 캄보디아 주재 미 공군 공보담당관 데이비드 오퍼 대령은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계속 ‘폭격’이라고 쓰는데 폭격이 아니라 ‘공중지원’입니다.”라고 함으로써 최초의 더블 스피크 상 수상자가 되었다. 1983년에는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인류를 전멸시킬 수도 있는 ‘MX미사일’을 ‘평화수호자’라 부름으로써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5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모호한 답변의 대가인 도널드 트럼프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더블 스피크는 이처럼 의도적인 언어 왜곡을 의미한다. ‘인력재배치, 자원 방출, 전직 기회, 포괄적 효용성 제고’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이 말들은 기업들이 ‘해고’를 대신하여 쓰는 더블 스피크이다. 우리 생활에서 더블 스피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격 인상’ 대신 ‘가격 현실화’라고 하거나 ‘경기 후퇴’ 대신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하는 것 역시 더블스피크의 예들이다.  

이제 대학을 생각해 보자. 정부에서 주도하는 대학 발전 계획이 대학 정원 축소를 의미하며, 인문학 진흥 사업이 결국 학과 통폐합을 의미한다면 이것 역시 하나의 더블스피크가 아닐까. 이제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진정한 대학 발전과 교육 백년지대계를 고민하고 이를 더블 스피크가 아닌, 진실한 언어로 표현하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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