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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 드리워진 성(性)범죄의 그림자건강한 대학가 성문화를 위해 개인과 대학·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대학 내에서 성희롱 문제가 제기된 첫 사례는 1993년 서울대학교에서 발생한 조교 성희롱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대에서 1년간 유급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우 조교는 상급자인 신 교수로부터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들었다. 조교가 이에 대해 항의하자 신 교수는 당초 약속과 다르게 조교 재임용 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에 우 조교는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사건은 6년 동안의 긴 법정공방으로 이어졌지만 단순히 원고측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후 성희롱 사건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성범죄 방지와 관련한 각종 법령, 제도, 기구 등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의 바람이 붐과 동시에 개개인의 노력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성범죄 발생 빈도수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0일(월)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사이트’의 경우, 한 학우가 3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과 외모 비하가 있었음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6년 9월 가톨릭관동대 의대에서 특정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남학생들의 단체 대화방 내용이 공개되며 해당 학생들은 모욕죄로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고려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으로 남학생 8명이 정학 5개월 등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대학에서 성희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성 관련 문제는 비단 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며 본교 역시 지속적으로 성범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본교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원인을 알아보고 더불어 성 관련 기관 및 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본교에 찾아온 불청객, 성범죄

지난 10월 26일(수) 미술대학 회화과에 재학 중인 한 학우가 자신의 SNS에 2014년 당시 미술대학 학생회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여 큰 파장이 일었다. 사건 발생 후, 미술대학 학생회장은 본교 학우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았으며 탄핵안이 소추되어 직무정지를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센터에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는 성폭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학우들이 사건의 진위 여부보다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만 집중한 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일명 ‘마녀사냥’을 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 사건을 전환점으로 미술대학 내 성범죄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가 기록되기 시작하였고, 페이스북 ‘홍익미대 성폭력/여성혐오 대나무숲’ 페이지가 개설되어 미술대학 내 성폭력 및 여성혐오 사례의 공론화가 시도되었다. 또한 피해 학우들은 침해받았던 권리를 자발적으로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히 관련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7일(화) 광고홍보학부에서 발생한 SNS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4월 5일(수)에는 홍익대학교 대나무숲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공과대학 건설도시공학부 소속 학우임을 밝히며 OT, MT에서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었음을 밝혔다. 해당 글은 좋아요 수 800개를 넘으며 학우들의 큰 관심을 받았으나 건설도시공학부 학생회 측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열흘 후인 15일(토) 피해자 측은 익명 사이트인 에브리타임에 가해자에 대해 법적 처벌이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이에 공과대학 학생회장 김영주(도시4) 학우는 “이번 사건을 공론화시키지 못한 것은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적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으며 건설도시공학부 학생회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 채 사건을 성평등상담센터로 인계하였다.”라며 “차후 축제에서는 더욱 총력을 기울여 성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광고홍보학부 사과문

성범죄, 도대체 왜 일어나는가?

▲허울뿐인 성 교육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적 괴롭힘과 관련하여 접수된 진정 사건 중 교육기관에서의 발생 건수는 전체의 12.5%였다. 이 가운데 ‘대학교’ 관련 사건이 40.5%를 차지하여 교육기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대학교가 학생간 성범죄 사건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생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령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현재 실시되는 성범죄 예방 교육은 시간만 채우면 그만인 온라인 교육이 대부분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6년에 공개한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2·4년제 대학의 96.9%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실제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은 33.5%에 그쳤다. 『양성평등기본법·성폭력방지법』에 따라 대학생들은 1년에 1회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이는 의무이수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참여율은 저조했다. 또한 성교육을 듣는다고 해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대부분이며 정확한 정보 또한 제공하지 않은 추상적인 교육이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빈번하다.

▲한국 사회 기저에 깔린 왜곡된 성 의식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단순히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및 차별현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성을 단순히 성적대상으로 규정하는 남성중심의 성문화와 청소년기부터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형성된 잘못된 성의식이 깔려있다. 또한 음란물에 노출되는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잘못된 성지식을 접한 청소년이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반드시 성범죄의 대상이 여성이라는 선입견 역시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분석」에 따르면 남성이 피해자인 성폭행 건수는 지난 2010년 702건에서 2014년 1375건으로 5년 동안 195%(673건)나 늘었다. 그러나 성 관련 문제에 있어 남성은 무조건 가해자의 입장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피해자가 된 남성은 이를 신고하거나 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끊이지 않는 성범죄, 본교의 대처 방안은?

한 해가 멀다하고 대학가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회악의 4가지 요소 중 하나가 성범죄인 만큼 본교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내 기관인 성평등상담센터를 운영하고, 학생사회에서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성인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교내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교내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사후처리 및 2차적 피해 방지와 같은 제도는 완벽히 구비되어 있지만 이에 관한 홍보 및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성평등상담센터
성평등상담센터는 서울·세종캠퍼스에 설치된 교내 기관으로 학내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 접수와 상담 ▲피해자의 보호와 심리치료 ▲피해사례의 조사 및 사건 처리 업무를 담당한다. 본교의 성평등상담센터는 학생상담센터와 같은 공간안에 있어 상담 및 심리검사에 대한 지원 등 학생상담센터와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사후 처리뿐만 아니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홍보 및 교육을 실시하여 성폭력 사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본교에서는 교수진 및 교직원에게 연 4시간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였다. 교수진, 교직원의 성평등 의식 함양 역시 성 관련 문제 예방과 처리과정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종 캠퍼스 성평등상담센터 김미영 팀장은 “성범죄문제는 남, 여를 떠나서 개인의 사적영역과 경계에 대한 존중과 인간적 공감의 부재에서 발생한다고 본다.”라며 “학생들의 인권 및 인간 존중 의식 함양을 위하여 짜임새 있는 교육을 확대하고, 양성평등기본법을 적극 반영한 자체적인 성희롱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성폭력·가정폭력 온라인 예방교육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이를 참여한 학우들에게는 사회봉사시간 2시간을 인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본 센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대동제에서는 캠페인 활동을 통해 홍보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를 인지하고 참여하는 학우들은 드물다. 남가영(예술3) 학우는 “이러한 동영상만 시청해도 봉사시간 2시간을 준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성평등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아 전반적으로 좀 더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성인권위원회
성인권위원회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산하 기구이다. 오로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 성인권위원회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은 학우들의 신고와 문의를 받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후 교내 성평등상담센터와 피해자를 연계시켜주는 것이다. 이후 신고접수 된 사건이 내부적으로 성폭력 사건이라고 판단되면 심의위원회(성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린다. 이때 위원회는 성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2명과 학생의원 3명 그리고 교육지원국장으로 구성된다. 이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장상희(컴퓨터4) 학우는 “성인권위원회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사를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학우들의 2차 피해를 막고 도움을 주는 안식처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이후 성인권위원회가 완벽히 구성이 되면 학우들의 성인식 변화를 추구하는 캠페인과 성희롱 및 성폭행의 명확한 증거 수집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성인권위원회는 성인권 관련 캠페인과 정기 세미나 등 성인권인식개선운동 및 반성폭력운동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적어 참여율 증진을 위한 노력과 학우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조형대 윤리위원회
지난 4월 18일(화)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조형대학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학우가 같은 과 선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후 에브리타임 및 조형대학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조형대 윤리위원회(가칭)에 대한 안내가 게재되었다. 조형대 윤리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조형대학 학생회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상담기구이다. 본교에서는 학칙으로 ‘성폭력 등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을 두어 교내·외에서 발생한 성문제 사안을 해결하려 하지만 익명성 보호, 피해자에 대한 의료적·경제적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도움이 미비하다는 점이 인지되고 있다. 이에 조형대학에서는 작년부터 타 대학에서의 성문제 해결 사례를 바탕으로 성문제에 관한 제도와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추후 조형대학은 학칙 개정을 통해 조형대학 학우뿐만 아니라 모든 학우들이 성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측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다.

 

▲광고홍보학부 자체 대응
한편 지난 2월 본교 광고홍보학부의 일부 남학우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학부의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일어난 직후, 광고홍보학부 학생회에서는 피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응을 준비하였으며, 페이스북 광고홍보학부 학생회 페이지를 이용하여 사건 처리 과정을 즉각적으로 알렸다. 현재는 가해자들에게 학칙에 의거한 엄중한 징계가 내려진 상태이다. 광고홍보학부 학생회는 카카오톡 옐로우 아이디 계정을 더욱 활성화시켜 학우들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였으며, 광고홍보학부 강의동인B교사동 3층 복도에 가해자들의 사과문을 게시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 또한 학부 및 학부 내 소모임에서 실시하는 MT 활동 시 본교 성평등상담센터에서 제공하
는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의무적인 교육을 행하고 있다.

본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범죄와 관련된 글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는 대학생들의 무너진 성 인식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건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한 노력들이 모여 최근 대학생 연합체 ‘펭귄 프로젝트’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펭귄 프로젝트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대학에서 겪을 수 있는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반(反) 성폭력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성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에 대한 개개인의 올바른 인식이다. 성의식 개선과 예방 교육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예방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끊이지 않는 성범죄로 그늘진 지금, 건강한 대학가 성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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