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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가지 말을 대신하는 한 가지 기호, 이모티콘나를 대신해 울고 웃는 나의 아바타

때로는 백 마디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진솔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크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또 우리는 꾸며낼 수 있는 말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나는 표정을 신뢰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사람들은 모니터의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상대에게 표정을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문자(文字) 속에 자신의 표정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모티콘이 이제 세상을 휩쓸고 있다. 미국 기업소식 전문지 「애드위크(Adweek)」가 2015년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연령을 막론하고 ‘하루 수차례 이모티콘을 쓴다’라고 답한 이들이 30.5%에 이르렀다. 옥스퍼드 대사전은 2015년 올해의 단어로 이모티콘 기호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모티콘의 열풍 속에서 이모티콘은 더 이상 단순히 표정의 대체품으로만 머물기를 거부한다. 모니터를 뛰쳐나와 현실과 상호작용하기 시작한 이모티콘을 만나보자.

 

Word Of The Year, 이모티콘!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작은 친구들

이모티콘이란 무엇인가, 그 정의와 유래에 대하여

2015년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이모티콘' (출처: 영국 옥스포드 사전)

오늘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몇 번이나 썼는지 기억하는가? 기억하기 힘들겠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하루에 수십 번씩 이모티콘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을까. 우선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의 합성어로 문자를 이용해 감정을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모티콘은 스콧 팔만(Scott Fahlman, 1948-) 교수가 1982년 카네기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 컴퓨터 수업 중 처음으로 사용을 제안한 것이 그 유래이다. 이후 메시지 전송량의 제약으로 인해 이모티콘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전의 휴대전화는 한 문자의 용량이 140바이트로 제한되어 있어 긴 글을 담기 어려웠다. 이에 사람들은 더 많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 단어를 압축하거나 생략했고 자신의 감정을 간단히 전달하고자 글자와 기호를 활용해 그들의 표정과 비슷한 형태를 만들기 시작하며 더욱 다양한 이모티콘이 널리 사용되었다. 한편,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문자와 기호만을 조합한 텍스트 형의 이모티콘 영역이 그림문자의 영역으로 넓혀져 유니코드 체계를 이용해 만든 그림 문자인 이모지(?文字, Emoji)가 등장했다. 이모지는 일본어에서 그림을 뜻하는 한자 ‘?’와 문자를 뜻하는 한자 ‘文字’를 합쳐 만든 단어이다. 이모지는 애플과 구글 등에서 이를 새로이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확산되었으며 각종 SNS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어 2015년 전 세계에서 60억 건의 이모지가 쓰일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계속된 발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이모티콘

쉐보레에서 배포한 2016 크루즈 모델 홍보 자료 (출처: http://media.chevrolet.com)

지난해 이모티콘 사전 ‘이모지피디아(Emojipedia)’의 창립자 제레미 버지(Jeremy Burge, 1984-)는 7월 17일을 ‘이모지의 날’로 정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모티콘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기념하는 날로 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기념일을 축하한 것이다. 한편 영국의 번역회사인 ‘투데이 트랜스레이션(Today Translations)’에서는 자사 웹사이트에 프리랜서로 일할 이모티콘 번역전문가를 모집하기도 했다. 급부상한 이모티콘의 위상은 ‘이모티콘 번역가’라는 직업까지 생길 만큼 막강해진 것이다. 또한 구글에서는 단어 대신 이모티콘으로 검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이미지 검색 시 다채로운 결과를 얻게 하였다. 바야흐로 이모티콘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화면에서 일상 속으로, 넓어진 이모티콘의 무대

초창기의 이모티콘은 자판의 기호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했다. 이후 단순한 기호에서 디자인 및 기술적 발전을 이룬 이모티콘은 소통의 매개체 그 이상의 역할을 하며 우리 일상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


▲근엄했던 정치, 이모티콘으로 친근해지다
정치 영역에서는 이모티콘 정치, 이른바 ‘이모지 폴리틱스(Emoji Politics)’라는 명칭이 등장하였다. 정치의 근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권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하여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방송사 CNN에서는 각 후보자의 얼굴과 백악관을 이모티콘으로 제작하여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민주당 후보 힐러리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회사 ‘스냅스(Snaps)’를 통해 자신을 캐릭터화한 이모티콘을 배포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종합시사잡지 「애틀랜틱(Atlantic)」은 대선 특집 기사를 통해 SNS에서 대권 주자를 언급할 때 어떤 이모티콘을 사용하는지를 분석하여 이모티콘을 여론 파악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모티콘 마케팅
마케팅 분야에서 이모티콘은 떠오르는 홍보 수단이다. 쉐보레에서는 새로운 2016년 크루즈 모델을 출시하며 이모티콘으로 이루어진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를 홍보하는 뮤직비디오에서도 가사 중간에 이모티콘을 등장시키는 이색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버거킹에서는 붉은 닭 이모티콘을 통해 신메뉴를 선보였고 도미노 피자는 SNS 게시글에 피자 프로필과 피자 이모티콘을 입력하면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주문의 편의성과 홍보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문화·예술 속 이모티콘
이모티콘은 기본적으로 간단한 기호부터 그림이미지까지 폭넓은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패션계에서는 제품의 무늬나 브랜드의 로고에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디자인 분야 말고도 기존의 문학작품을 이모티콘으로 번역한 서적이 등장하고 소니픽쳐스에서 이모티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예정임을 밝히는 등 이모티콘은 디자인 요소 이상의 예술적 가능성을 품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이모티콘에는 사회 현상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유니코드 협회의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이모티콘 ‘Remember 0416’ 기재와 미국의 총기규제 옹호단체에서 연달아 발생한 총기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애플에 권총 이모티콘을 물총으로 변경하는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모티콘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사회 속에 스며들고 있다.
 

세계 이모티콘 시장에 부는 한국의 캐릭터 이모티콘 열풍

한국, 세계 이모티콘 시장을 이끄는 주역이 되기까지

서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은 숫자와 특수문자로 만들어졌거나 얼굴과 도구로 된 그림이미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만화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의 모습을 한 이모티콘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만의 캐릭터 이모티콘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된 것일까?
  1990년대 후반, 통상 ‘2G폰’이라 불린 피쳐폰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던 그 시절, 자판의 기호를 조합한 이모티콘이 사용되었다. 요즘에도 자주 사용되는 ‘^^’, ‘ㅠㅠ’ 등의 이모티콘은 당시에 간단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어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컴퓨터로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당시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한 2·3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속 다양한 기호 이모티콘은 이모티콘 사용의 선두주자였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한글, 영어, 숫자, 특수문자로 만든 기호 이모티콘이 자주 쓰이게 되었다. 이후 2005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일본의 이모지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이모지’는 일본 특유의 만화 문자가 결합된 것이다. 기존의 기호 이모티콘보다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한 애플, 야후 등의 기업은 일본의 이모지를 기반으로 한 이모티콘을 만들어 2010년 유니코드에 약 1천 개 이상의 이모지를 등록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네이버의 ‘라인’ 등 다양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등장하며 이모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캐릭터 이모티콘을 만들어냈다. 이 캐릭터들은 우리가 만화 속 등장인물처럼 움직이거나 대사를 하는 등 효과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모바일 메신저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 이모티콘이다.
  한편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카카오톡과 라인의 대표 이모티콘 캐릭터들은 카카오톡프렌즈샵, 라인스토어 등을 만들어 캐릭터가 그려진 옷, 필기구, 스마트폰 케이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이 캐릭터들을 이용해 식품, 의류, 가구, 주얼리 등을 다루는 전문 브랜드와 협력하여 방대한 분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은 오프라인 분야에서 멈추지 않고 미디어 분야까지 진출하였다. 모바일 메신저의 대표 캐릭터 혹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캐릭터 이모티콘을 주인공으로 웹툰을 만들거나 게임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렇듯 한국에서 이모티콘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가 상영되고 스웨덴, 미국 등 서양에서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협력하여 제품을 출시하는 등 한국의 캐릭터 이모티콘은 세계 이모티콘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카카오프렌즈 홍대플래그십스토어 (출처:카카오프렌즈샵 홈페이지)

바야흐로 이모티콘 전성시대

하루하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작은 거인’

점점 더 속도를 높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발전 흐름에 맞추어 이모티콘 역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5년 우리나라의 만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모바일 이모티콘을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유료로 이모티콘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응답 또한 31.3%를 기록하여, 전년 응답수치인 21.1%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모티콘이 최근 몇 년 사이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들 중에도 ▲이모티콘을 통한 정확한 의사표현의 가능 ▲감성적 표현의 가능 ▲편의성 증가 ▲대화자 간 친밀감 향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39-)이 발표한 ‘메라비언의 법칙’에 의하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의 영향을 끼친다. 대화에서 언어적 요소보다는 시각과 청각 이미지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더 중요시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주로 시각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SNS를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디지털세대’에게 이모티콘은 효과적인 비언어적 도구인 셈이다. 간결하고 압축된 형태로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얼굴표정을 표현한 이모티콘은 그 어떤 언어적 표현보다도 정확한 의사표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사회에서 기존의 언어적 요소로는 인간의 감성적인 면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이모티콘이란 간단한 방식으로 개인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도 이모티콘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신속한 메시지 전달과 시간 단축이 이루어지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모티콘이 가져다주는 대화의 편의성 또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모티콘을 통한 대화자 간의 친밀감 향상도 이모티콘 전성시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든 세대 간에 공용어처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이모티콘은 원활한 감정 표현의 기능과 유머러스한 생김새로 인해, 사용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면서 대화 분위기도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를 낳는다.
  이와 같이 각양각색의 장점들을 가진 이모티콘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 개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이모티콘은, 사회 전반적인 영역들로 점차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의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코리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이모티콘을 선거 참여 독려에 활용했다. 지정된 해시태그를 트윗하면 자동으로 기표 모양 이모티콘이 삽입되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이모티콘이 본격적인 정치 홍보 영역에 활용되기 시작한 사례로, 앞으로 더 많은 정부기관이 이모티콘으로 정책에 대한 설명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이모티콘이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보완대체의사소통시스템(AAC)과 접목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완대체의사소통시스템은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한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의 수업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하여,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불편함을 돕는 수단으로서 이모티콘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교육 분야에서도 이모티콘 활용 가능성은 역시 밝다. 미래 교육재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교과서는 새로운 학습 환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텍스트 전달 및 자료 첨부 등의 기본적인 기능만을 포함해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에 사회적인 언어 및 비언어적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이모티콘 툴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모티콘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더 간단히 표현하기 위해 탄생했던 이모티콘은 이제 그 존재 의미를 넘어서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미래의 우리가 마주하게 될 이모티콘의 존재감은 그 크기를 함부로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기 시작한 작은 눈뭉치가 거대한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 이 ‘작은 거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구효정, 「이모티콘을 활용한 초등학교 시각문화 미술교육 활성화 방안」,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
김기란, 최기호 『대중문화 사전』, 현실문화연구, 2009, (311페이지).
안대현, 「대학생의 이모티콘 사용실태와 인식조사」, 영남대학교 대학원, 2014

 

김보문 기자 qhans0211@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이수현 기자 ng1462@mail.hongik.ac.kr

정민주 기자 tjzero2004@mail.hongik.ac.kr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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