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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도서관 열람실 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다

“학우님,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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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간고사가 끝났다. 어느덧 햇볕이 따가워진 캠퍼스 안에는 그동안 열람실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우들이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들 대부분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터이다. 한 뼘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니 열람실 안에서는 서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홍익인’이나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의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는 “서로 조심 좀 하자.”라며 불편을 토로하는 글이 가득 게시되었다. 매년, 매 학기, 매 고사(考査) 마다 반복되는 불편 사례를 ▲소음유발 ▲집중방해 ▲자리독점 ▲악취유발의 대표적인 4가지로 분류하여 각 상황별 특징을 살펴보고, 각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우리 모두 불편하지 않은 열람실을 만들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당신의 음악은 안녕하십니까?”

바쁘게 넘어가는 책장 소리 너머로 알 수 없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할 때면, 모두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노력한다. 알 수 없는 소리의 근원을 찾던 학우들은 한 학우의 귀를 바라보게 된다. 과도하게 큰 소리가 나오는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볼륨을 과도하게 높여 주변에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경우, 노트북 열람실이 아님에도 노트북을 반입하여 타자기와 마우스로 소리를 내는 학우 등도 열람실 소음의 주범으로 심심치 않게 고발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봤는지 소리 내어 웃거나 옆 사람과 속닥거리는 학우들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게시판에 오르내렸다. 열람실은 공용 공간이므로 사용 시 서로를 위한 예절을 지켜야 하지만, 매번 일부 학우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위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우들은 ‘이어폰 소리 줄이기’ 캠페인 등을 벌여 자율적인 개선을 하는 한편 일정 횟수 이상 반복되는 경고를 받을 경우 열람실에서 퇴실하는 삼진아웃제를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마지막으로 휴게실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열람실로 넘어와 불편을 겪었다는 의견과 함께 휴게실과 열람실 사이의 방음 시설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등장하였다.

 

“나는 어디인가, 여긴 또 누구인가?”

무언가 여러 색상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학우의 삼색 볼펜이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색을 바꿨다. 보다 못한 옆 사람이 쪽지를 건네면서 볼펜은 더 이상 색을 바꾸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흔들거림이 느껴졌다. 다리를 흔드는 학우의 움직임이 책상을 통해 느껴졌고, 한 편에서는 몸을 흔들어 의자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옆 사람은 열람실을 떠나고 만다.다리를 떨거나 볼펜을 딸깍거리는 등 주변의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경우도 열람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제기된 경우와 달리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상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학우들도 이 경우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조용히 의견을 전달하고 본인이 스스로 조심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설문조사 의견을 많이 제출하였다. 다만, 문제가 지속될 경우 열람실 지킴이 등 제3자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여 서로의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컬러독점! 라인독점! 열람실독점?”

도서관 문이 열리자마자 어떤 학생은 자신의 책을 각각의 자리마다 하나씩 꺼내놓으며 자리를 맡아둔다. 이후 도서관에 늦게 도착한 자신의 친구들을 데려와 맡은 자리를 내어준다. 겨우 찾은 빈자리에도 어김없이 개인물품이 쌓여 있다. 한 학우는 어렵게 자리를 잡아 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부터 사용했던 자리라며 비켜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등장한다.이렇듯 도서관 열람실의 자리를 사석(私席)화하거나, 타인의 자리를 맡아두는 행위가 증가하면서 많은 학우들이 열람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장실을 갈 때처럼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리를 사석화하여 지속적으로 사용하거나 책 하나만 올려놓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빈자리를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좌석 부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학우들은 현재 중앙도서관과 문정도서관이 열람실 좌석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거나 예약 기계가 고장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따라 보다 구속력을 갖춘 제도적 보완과 함께 좌석예약가의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본교 사이버강의 학습의 부재자 확인 방식을 차용하여 일정 시간동안 부재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짐을 강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열람실 자리 독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등장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경우를 위해 사물함을 설치한다면 좌석 위에 개인 물품을 올려두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제출되었다.

 

“나에게는 향기, 남에게는 냄새.”

몇 시간째 책만 들여다보니 집중이 되지 않았던 학생은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친구와 농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었다. 운동하고 나니 배가 고파진 그는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도서관 자리에서 먹기로 결심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주섬주섬 먹을 것을 꺼내자 주변 학우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듯 도서관 열람실에 운동 후 샤워를 하지 않고 입장하거나 음식물을 반입하는 행위는 주변 학우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음식물 냄새와 개인 체취뿐만 아니라 과도한 향수 냄새 등 후각적 불쾌함을 주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우들은 객관적인 제재 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후각적 불쾌함에 대한 문제는 무엇보다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열람실은 타 학우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임을 인지하고, 자신을 되돌아보아 열람실을 사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이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쾌적한 열람실 이용을 위해 도서관 예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음식물 섭취는 도서관 외부의 휴게실을 이용하고, 운동을 한 후에는 교내 곳곳에 위치한 샤워실을 이용한 뒤 도서관을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앞서 다양한 도서관 열람실 민폐 유형에 대해 알아보았다. 도서관 열람실 민폐는 개인적인 버릇등과 같은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되어 타학우에 대한 비난과 차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각자 공부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는 있지만, 같이 사용하는 공간인만큼 함께 있는 사람을 배려, 존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율적인 규제와 더불어 열람실 사물함 설치등과 같이 열람실 시설 및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도서관 열람실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지표, 「대학 도서관 열람실의 효율적 운영방안」, 서울산업대학교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2006


정재림 기자 bigheadjerry96@mail.hongik.ac.kr
조성호 기자 leopard31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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