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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70년대, 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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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6)을 읽으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의 삶을 그들의 불행한 삶에 빗대어 비교하며 비교적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안도하는 일이었다. 애꿎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서 자신의 행복을 되짚어보곤 한다. 적어도 이 소설에서 그런 이기적인 생각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다수의 기관에서 필독도서로 지정된 책인지라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이를 자주 읽었었고 난장이 일가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절로 숙연해졌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함께 피와 눈물로 얼룩진 처절한 삶의 현장을 먼발치에 떨어져 방관할 수밖에 없는 나를 볼 때는 내 스스로가 성가시게 밉기도 했다. 또한 이 소설은 내 또래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과 감정들을 나타내고 있어 나에게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빈곤한 시대를 살아간 소수자들의 이야기지만, 이는 한국 현대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동안 자연스레 잊힌 것이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된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과정에서 희생된 그들의 삶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지금도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덮을 것은 덮고, 안고 갈 것은 안고 가며 누군가의 멍에를 품에 안고 세상은 저만치 흘러버린다. 덮여진 것들을 꺼내 읽어보면 나는 그것 어딘가의 한 편이 젖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70년대, 나는 그 고난의 시절을 직접 겪어보진 못했지만, 그 시절에 대해 돌이켜보고 싶었다.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라 일컫는 때, 나의 부모님조차도 갓 태어난 시대인 70년대는 고도의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며 탄생되었다. 도시의 빈민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 수준에도 미달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렸다.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억압받는 근로조건 속에서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의 궁핍한 심리상태와 함께, 가진 자들이 보이는 위선과 사치, 교묘한 억압 등은 근로자들을 더욱 절망 속으로 몰아갔다. 그 안에서도 소시민들은 계속해서 저항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벽은 냉혹하기만 하다. 가난과 부당함이 맞물린 타락한 사회는 그들을 한계에 맞닥뜨리게 한다. 이런 냉혹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보고 있다 보면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아니 행동을 취한들 별 나아질게 없는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 그 속에서 그들은 절망을 느끼고 만다.

  이전에 <베테랑>(2015)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통쾌함을 느꼈다고들 했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본 후에도 답답함에 온종일 괴로웠다. 정확히는 씁쓸한 감정이었다. 영화에서 화물 운수업에 종사하는 한 일용직 노동자가 ‘신진 기업’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지만, 그것을 담당하는 ‘재벌 3세’는 도리어 그에게 이른바 ‘갑질’을 행사한다. 그리고는 노동자에게 살인행위에 가까운 폭행을 저지른다. 영화의 소재로 쓰였던 모기업의 일화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보면 분명 사회 어디선가 비슷한, 아니면 그보다도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허구지만, 그 허구에는 현실이 반영되어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괴롭힘당하고 그에 대항하는, 70년대를 살았던 난장이 가족은 결코 그때만 존재하는 게 아닌가 보다. 지금도 이렇게 극단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약자는 계속해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비유적 표현으로 끝을 맺지만 결국 주인공 난장이는 자살한다. 해결 방법의 전제가 현실이 아님으로써 부당한 사건은 미해결의 상태로 남았다. 애초부터 약자들의 삶이 나아질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또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는 내 주위의, 지금도 존재하는 수많은 난장이 가족들에게 나는 끊임없는 관심을 표명할 것이다. 난장이 가족이 70년대 빈곤층의 모습만은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중에는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난장이들이 적지 않다. 좌초되었던 그들 한 명 한 명의 삶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물의 흐름을 타고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상은 성장통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책 속 난장이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계속하여 귀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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