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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보다 높고 험준한 등록금의 장벽, 대학과 정부를 통해 그 해답을 찾다.

밑빠진 예산에 등록금 붓기, 대학생이 콩쥐인가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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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되고 긴 입시 시간을 지나 얻어낸 대학합격증은 학창시절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모두 날려버릴 만큼 반가운 존재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대학교에서 쥐어준 또 다른 문서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쁨과 설렘도 사라지게 하고 만다. 바로 어마어마한 액수가 적힌 ‘등록금 납부 고지서’.값비싼 등록금은 오롯이 대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짐이다. 도대체 왜 그리고 언제부터 대학생들은 등록금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을까? 높은 등록금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학과 정부의 대책과 그 실효성 그리고 더 나아가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보도록 하자,

대학, 진리의 상아탑(象牙塔)인가 눈물의 우골탑(牛骨塔)인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의 현황을 짚어보다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골탑’이란 학비 마련을 위해 내다 판 소의 유골로 세운 탑이라는 뜻으로, 소를 팔아야 할 정도로 높은 등록금을 가진 대학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단어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년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연간 등록금 평균은 약 609만 원으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6년 기준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약 421만 원인데 비해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약 737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 재학생의 약 81%가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학생들이 겪는 부담감은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기 위해 부모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마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통계청이 작년 11월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8,600명 대상)’를 보면 과반의 학생들(58.0%)이 ‘부모님(가족)의 도움’을 받아 등록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등록금이 집안의 경제적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통계에 따르면 10.7%의 학생은 학자금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의 유형은 크게 등록금대출(입학금+수업료)과 생활비대출로 구분할 수 있는데, 먼저 등록금대출의 경우 2011년 1조 5,965억 원에서 2015년1조 1,483억 원으로 매년 감소 추이를 보였다. 등록금대출이 줄어든 것은 2012년부터 도입된 국가장학금제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5년 1학기 기준 국가장학금 수혜자가 전체 재학생 대비 40.3%에 그친 것을 고려해 볼 때, 학자금대출 문제의 근본적인 해소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생활비대출의 경우 2011년 2,279억 원에서 2015년 4,521억 원으로 4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생활비대출의 증가는 등록금 이외의 교재구입비, 교통비 등 부수적인 교육비증가를 보여줄 수 있는 수치로, 이를 통해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6.4%의 학생은 스스로 학비를 마련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높은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업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2015년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508명을 대상으로 ‘2015학년 1학기등록금 마련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학을 결심했다고 밝힌 32.1%의 학생 중 1~3학년의 경우 66.7%의 학생이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높은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학에서 찾아보는 등록금 문제의 원인

늘어날 땐 입맛대로, 줄어들 땐 까다로운 등록금

입학금·등록금의 불투명한 책정기준
이처럼 학생들에겐 턱없이 비싸기만 한 등록금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일까. 등록금의 수취자인 대학 내부에서 등록금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자. 등록금은 매년 말에 전년도의 예산을 토대로 해당연도의 물가를 고려하여 책정된다. 이때 한해 동안 지출한 총 세출 규모를 계산하고 세입원을 분석하여 이중 등록금이 차지할 금액 또는 비율을 결정하거나 세입원의 결손 금액을 등록금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편성한다. 즉, 모든 대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확한 책정 근거 없이 대학의 자체적인 판단 하에 등록금 책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이 청구해야할 ‘적정 등록금’은 얼마인지 학생은 물론이고 대학 스스로도 모르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대학교육연구소 소장 박거용 교수는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의 원가 계산을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입학금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기준 신입생 1인당 평균 입학금은 국공립대의 경우15만 4천 원, 사립대의 경우 77만 3천 원이다.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이 전체 등록금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입학금 역시 무시할 수없는 금액이 되었다. 지난해 청년참여연대가 입학금 상위 32개 대학과 하위 2개의 대학을 합한 총34개의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금 명세를 분석한 결과, 26개의 학교가 입학금 산정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게는 0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을 웃도는 이 입학금마저 산정 근거가 불명확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징수된 입학금이 과연 입학금을 낸 신입생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는지 그 사용처마저도 불분명하다. 이렇게 입학금의 책정 기준과 사용처가 명백하지 않은 까닭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모두가 수취한 입학금을 등록금에 포함시켜 통합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왜 내는지도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입학금의 존폐를 두고 대학과 대립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책정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또한 대학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높은 등록금의 또 다른 주범으로 떠올랐다. 많은 대학이 기존의 30% 이상의 학생위원이라는 기준을 무시하거나, 겨우 숫자만 맞추는 정도로 등심위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비율은 학생위원들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학생위원의 비율을 대학본부위원의 비율만큼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위원 구성 수의 형평성 문제는 완벽히 해소되기 어렵다. 학생위원과 대학본부위원 이외에 등심위의 캐스팅보트인 외부전문위원 위촉 권한 또한 대학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고려대 등심위의 경우 학생위원과 대학본부위원이 6명으로 동수였으나, 총장이 위촉한 외부전문위원이 대학본부 측의 손을 들어주며 대학본부의 등록금 인상안이 채택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부전문위원의 추천 권한을 대학이 독점하는 것은 등심위제도의 도입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등록금에 목매는 대학재정대학이 등록금 문제에 쉽사리 한발 물러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대학연구소에서 발표한 ‘등록금 의존율 수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사립대학의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3.2%에 이른다. 반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33.3%로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는 대학 자체적인 재원확보 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대학에서 등록금 이외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금운용 전문화나 기부금 시스템마련과 같은 별도의 수입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3년 교육부에서 조사한 국내 33개 대학의 투자수익률은 -0.14%로 손실을 기록했다. 전체 대학의 86%가 사립대학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대학의 대부분이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학의 자산운용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이 보유한 재산의 대부분이 수익률이 낮은 토지나 임야로 구성되어 수익창출에 있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사용 차기 이월자금’ 항목을 사용하면 실제 집행되지 않았거나 따로 남은 돈의 용도를 명시하지 않고도 등록금 책정 때 인상요인으로 제시할 수 있다. 당장은 쓰지 않더라도 일단 지출 항목으로 분류해 놓으면 이월금은 남겨진 채 다음 해 예산을 확대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대학의 적립금과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공개한 전체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2010-2014년 기준 8조 1,872억 원으로 이월금까지 합산하면 총 8조 9,402억 원에 이른다. 이 적립금은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 건축, 장학, 퇴직, 기타적립금으로 구분되는데, 건축적립금이46%(3조 769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쌓아둔 적립금만큼 학생에게 투자되는 예산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2010-2011년의 경우100%를 넘어야 할 교육비 환원율이 평균70%에 그치기도 하였으며, 전임교원확보율의 기준미달 문제 또한 몇 년간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대학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적립금에 대한 교육부의 마땅한 행정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어떠한 개선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적립금은 누적되지만, 교육환경개선과 같은 학교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학생에게 전가됨으로써 비합리적인 등록금 인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대학부터 바로잡아야 할 ‘적정등록금’ 개선방안 

학생과 대학이 함께 두드리는 공정한 등록금 산정을 위하여

투명한 등록금 재정운영교육부는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문제에 맞서 지난2009년부터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교비 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적립금의 구체적인 사용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장처리가 시급했던 ‘기타처리금’의 액수제한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처럼 대학 적립금에 대한 규제 법규가 미비하여 대학의 자발적인 등록금 산출기준 및 사용 내역의 공개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제도적 허점이 고쳐지지 않아 양심적인 대학의 재정운영이 투명한 등록금 재정운영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아쉬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성공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정착현재 많은 대학이 낮은 학생위원 비율과 불공정한외부전문위원 선정 과정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등록금 책정 과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로 등심위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먼저 학생위원과 대학본부위원의 실질적인 동수위원 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외부전문위원의 경우 대학본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무회계 등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학생위원들의 이해를 돕는 취지에 부합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한발 더 나아가 현재 등심위에서 대학본부가 제출하는 자료는 회의장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체적인 조항에 의해 열람수준에 그치고 있다. 학생위원들이 자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은 학생들의 자료에 대한 요구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등심위에서의 심사·의결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 등심위에 대한 고등교육법은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심의 결과를 등록금 책정에 반영할 것을 권고할 뿐 마땅한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등심위에 의한 공정한 등록금 책정을 위해서는 이 조건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윤예본 기자 yoon99@mail.hongik.ac.kr

조재형 기자 cjhpmk0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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