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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예산에 등록금 붓기, 대학생이 콩쥐인가요?(2)장성보다 높고 험준한 등록금의 장벽, 대학과 정부를 통해 그 해답을 찾다.

수십 년간 견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등록금 장벽, 그 시작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정부의 정책에서 찾아낸 높은 등록금의 출처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한마디로 비싸다. 학생들은 학업을 위해 높은 등록금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장벽은 금색의 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단숨에 훌쩍 넘기에는 너무나도 높고, ‘반값등록금’과 같은 몇 마디 외침으로 부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견고하다. 누군가는 이를 뛰어넘지 못해 장벽 앞에 자신의 꿈을 내놓기도 하고, 누군가는 몇 년에 걸쳐 꾸역 꾸역 이를 넘으려 애쓴다. 많은 이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이러한 등록금, 이 험준하고도 단단한 장벽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1945년 해방 직후 우리나라에 들어선 미군정이 바로 이 장벽의 첫 벽돌을 쌓아올린 주인공이다. 해방 이후 미군정은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고, 신생국가 건설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군정이 택한 것은 국·공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이었다. 많은 일제강점기의 전문학교들이 대학으로 승격되었으며, 경희대, 홍익대, 한양대 등 여러 사립대가 연이어 설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군정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교육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많은 사립대는 국가의 지원이 아닌 학생의 등록금으로 대학의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했다. 당시 적용된 이 원칙은 현재에도 이어져 등록금 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고 있다. 높은 등록금 장벽은 1988년 대학등록금 자율화 정책이라는 시멘트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등록금 책정을 대학의 손에 넘겨버린 이 조치는 많은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실제 1990년 이후 많은 사립대학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준의 등록금인상률을 보였다. 이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통로마저 모두 메워버리며 오늘날의 등록금 장벽을 형성하였다.

 

높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두드림

그간 시행되어온 정부 정책, 과연 높고 견고한 이 장벽을 흔들 수 있을 것인가.

 

높은 등록금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인생에 한 번쯤은 있는 역경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우리 사회에 서는 직업을 가지기 이전 대학을 거치는 것이 마치 필수코스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대학에서 발생 하는 경제적인 문제는 대학 이후 사회에서도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없어지지 않는 등록금으로 인한 경제적인 짐은 사회에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등록금이 대출금으로 그 대출금이 계속해서 빚으로 남아 주거, 결혼, 취업 등 다른 문제에서도 경제적인 악 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인생이 거대한 등록금 장벽을 기점으로 와르르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정부 에서도 이를 단순히 대학 손에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간 정부가 높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해 온 주요 정책과 실효성을 점검해보도록 하자. 


  우선 높은 등록금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한 방안이다. 2010년 정부는 등록금 책정에서 부터 문제를 바로잡고자 각 대학에서 교직원, 학생, 전문가 등 7인 이상이 위원회를 조직하여 적정 등록금을 산정하도록 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제도를 도입했다. 대학의 일방적인 기준과 판단하에 책정되던 등록금을 대학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여 논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제도 도입 첫해부터 대학 중심의 위원회 구성과 형식적인 회의 운영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정부는 학생위원의 비중을 10분의 3 이상으로 규정하고 회의록 공개와 위원회의 자료 요청권을 명문화하는 등의 개정을 거쳤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처벌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성여대, 서강대 등 일부 대학에서 등심 위에 학교 법인이 추천하는 재단인사를 포함하는 등 위원 선정 과정 또한 형평성에 위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회의 자료의 적정성에 대한 잡음도 새어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결산회계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교에서 회계연도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결산회계가 아닌 예산회계 만을 가지고 다음 예산을 책정 하고 있다. 예산안만을 가지고 산출된 등록금은 대학의 또 다른 적립금을 쌓고 그 적립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이 또한 처벌 규정이 없어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문제이다. 


  또 하나, 정부는 날로 치솟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등록금인상률상한제를 실시하였다. 이 또한 2010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각 대학의 등록금인상률을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로 제한하고 기준을 넘을 경우 행·재정 제재 등의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제도이다. 제도 시행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매년 등록금을 그래프로 제시하며 본 제도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등록금을 결국 동결 혹은 인하했다고 보도해왔다. 하지만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4년제 180개 대학의 1인당 연평균등록금은 667만 5,000원으로 전년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보도의 등록금은 줄어든 입학정원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로, 결국 높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등록금에 관한 정부의 정책에서는 대학생이 겪는 경제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06년 OECD 국가 간 등록금 비교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이 등장 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2012년 정부는 국가장학금 사업 시행계획안을 확정 발표 하였다. 국가장학금 시행 3년 차인 2015년 정부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정부는 국가장학금 제도로 인해 대학생의 대출액이 감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근로시간이 감소하고 학업시간은 증가하였다고 제도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 또한 그 성과를 체감하고 있을까. 대학교육연구소의 ‘국가장학금 제도 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학기 전체 233만 명의 대학생 중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42%, 2014년 2학기에는 41.7%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대학생 가운데 절반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현 국가장학금은 B학점 이상이라는 성적기준을 두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저소득층일수록 아르바이트 등으로 공부에 몰두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 5명 중 1명가량이 성적기준 미달로 인해 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3년 수혜범위를 3분위에서 8분위까지로 넓히면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등록금 경감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시에 3분위 이상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 감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차상층 학생에게는 학비 부담을 덜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지원되며 사실상 가장 많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득연계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다른 정부의 재정 지원 정책은 바로 학자금 대출 제도이다. 정부는 대학생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해 2009년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다른 기관에서 따로 관리하던 학자금대출과 장학금 업무를 통합하였다. 학자금 대출과 관련하여 한국장학재단은 채권을 발행하여 대출재원을 금융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며 이 채권을 정부에서 보증하도록 하여 조달 금리를 낮추었다. 또한 모든 대출업무를 인터넷으로 시행하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한국장학재단을 기반으로 대학생이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후 상환’이라는 학자금대출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는 기존 제도와 달리 1인당 대출한도가 없으며 거치기간이 길어지고 거치기간 중 이자납부의 부담이 없다. 또한 소득 발생 전까지 상환부담이 없으며 상환기간 또한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별도로 정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는 소득계층에 따른 별도의 이자 지원이 없는 등 제도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실제 이용률 또한 저조하다.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 같은 재정지원 정책은 말 그대로 재정적인 지원을 보탤 뿐 높은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많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대학은 교육비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을 완전히 덜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청춘(靑春)을 위한 진정한 등록금이 되기 위해서는

빈 수레가 된 등록금 정책을 위한 지침서, 대학생의 외침

정부는 등록금의 짐을 덜기 위해 다양한 정책 을 펼치고 있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하다. 정부의 많은 정책들이 ‘반값등록금’이라는 외침을 반영하여 등록금의 액수를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높은 등록금 장벽을 부수는 것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단순히 등록금 액수를 낮추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이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학재원에서 대학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등록금은 대학교육의 질적 성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고등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의 투자는 현저히 부족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민간부담 공교육비는 OECD 평균(0.8%)보다 높은 1.3%를 기록했지만, 정부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1.1%)보다 낮은 0.9%를 기록했다. 따라서 정부는 일률적인 등록금 인상규제정책보다는 대학의 여건 및 질적 수준 개선 노력과 연계하여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 순 등록금 수준을 감소시키고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증가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과 정부 어느 하나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주지 못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직접 나선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터무니없는 등록금 인상에 직접 거리로 나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2008년에는 끝없이 오르는 대학 등록금에 반대한 대 학생 수천 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 투쟁으로 학생들이 서울 도심으로 진출한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당에서 청년들의 생각을 반영한 등록금 정책을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는 잠시 표심을 얻고자 했던 보여주기 식 공약이었을 뿐 대학생들의 살림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2016년에는 수원대 학생들은 학교 측이 적립·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영해 등록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험·실습 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을 입증해 승소했다. 아직 1심뿐인 결과지만 이는 등록금 반환 관련 첫 재판 판례로, 사립대의 등록금 환원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이를 필두로 본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의 물결을 타,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만들어 지난해 10월 9,782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중앙지법원에 입학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본교는 전 총학생회장 이 대표 소송인으로 참여했으며 현 ‘Begin, Again’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재판에 직접 참관해 지속적으로 학우들에게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 국립대학 기성회비 소송이 몇 년 동안 진행된 것으로 보아 향후 등록금 반환 소송 역시 오랜 재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어 지속적인 학우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등록금은 순전히 대학생이 짊어져야할 몫으로 여겨졌으나 2008년부터 이어진 학생들의 노력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가 되었다. 이에 청년들의 생각이 반영된 등록금 동결 정책이 나타났지만 학생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실제로 2016년 등록금 반환 소송에서는 승리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학생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알바생과 학생이라는 신분을 수십 번씩 바꿔가며 살고 있다. 만개하는 5월의 장미와 함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다. 이제 장미처럼 마음껏 세상을 꿈꾸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등록금 정책 역시 새로운 발걸음을 딛어야 할 때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문구가 당연시되는 사회가 아닌 내가 흘린 노력과 땀만큼 그 열매를 거두고 청춘이 곧 스펙이 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정이솔 기자 dlthfrhkd@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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