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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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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았던 제19대 대선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리고, 목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인선이 한창이다. 갓 집권한 여느 정부처럼 여러 가지 신선함과 독특함도 엿보인다. 역사 교과서 폐지 지시도 사이다 맛이고, 일자리 위원회를 첫 작품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가상하다.
그러나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대통령이 되는 것 그 자체가 궁극의 목표였던 대통령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모름지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면, 국민의 여망을 모아서 구체적으로 나라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특히 이번 대통령의 경우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自嘲)와 탄식을 딛고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기대는 몇 가지의 제스처 만으로 충족되기 어렵다. 실제로 세상이 변화하고 빵이 입속으로 들어가야 충족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개혁을 조금 세게 추진하면 기득권의 저항이 격렬하고, 조금만 현실과 타협하면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층이 싸늘하게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줄을 타는 대통령도 어렵지만 지켜보는 지지층들도 어렵다. 혹시라도 세게 비판했다가 대통령이 저쪽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백기투항이라도 할까봐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외줄타기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이다. 왜 아슬아슬하게 이쪽저쪽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개혁을 하기 위해서다. 기득권 세력과 지지층의 따가운 시선들 속에서 조금씩 국민들의 보편적인 여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외줄을 타는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런 궁극의 목표를 망각한 채 외줄타기 그 자체에만 몰두할 경우, 자신이 당초에 왜 이 높은 줄 위에 올라오게 되었는지를 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지상 최대의 목표가 ‘외줄 타기를 안전하게 마치는 것’ 그 자체로 변질될 수 있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고 마라톤은 완주에 의의가 있을지 몰라도, 대통령은 ‘임기를 대과(大過)없이 마치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없다. 물론 꼭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다가 힘이 부치면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적어도 ‘끊임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촛불이 만든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길이다.
  돌이켜 보면 태블릿 PC의 존재가 보도된 작년 10월 24일 이후 우리나라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길을 걸어 왔다. 외줄타기도 이런 외줄타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힘을 합쳐서 해냈다. 이제 문 대통령도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던 시민들이 주판알을 튕기지 않고 그 자리에 섰듯이, 문 대통령도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외줄을 타는 진정한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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