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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론> 정선희 교수가 추천하는 『소현성록』작자 미상, 정선희 외 역주, 소명출판, 2010

 

  ‘조선후기의 생활문화와 서사기법의 완숙미를 보여주는 장편소설’

  『소현성록』은 17세기 후반에 양반 가문에서 즐겨 읽던 소설로, 당시의 교훈서들을 반영했다고 평가받기도 하고,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면서 그녀들의 자존의식을 표출하여 여성주의 소설의 전통을 확립했다고 평가받기도 하는 작품이다. 삶의 다양한 국면들이 반영되거나 굴절되어 당대인들의 생활과 욕구를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서보다 더 솔직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조선후기 사람들의 의식주와 일상, 예의와 제도의 실행, 삶의 방식과 처세, 여가 생활 및 취향과 같은 생활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더러 부부관계 속에서의 소외감이나 울화, 가족관계 속에서의 세대 간 갈등과 공감, 자기 성찰과 도덕 감정, 희노애락 등의 감정을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처럼 한두 가문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고, 15권에서 40권 이상 되는 대장편에 등장인물이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고전소설 유형을 ‘국문장편 고전소설’이라 한다. 이들은 3대(代)라는 가족사 서술의 전범이 되면서 전·후편으로 연작이 지어질 만큼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하지만 길이가 길고 고어(古語)로 필사되어 있기 때문에 독해의 어려움이 있어 현대의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지 못했다. 물론 위에 제시한 현대역본을 읽는 일도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몇 십 장을 읽기 시작하면 금세 한 권이 끝날 정도로 흥미로울 것이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서양의 고전 작품들만 독서했거나 우리 고전소설 중에서는 판소리계 소설이나 몇몇 영웅소설만을 읽어본 학생들이 고전소설을 보다 폭넓게 읽어 그 문학적, 문화적 가치를 알고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한다.

  『소현성록』은 국문장편 고전소설 유형 중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이들은 낙선재본 소설, 가문소설, 대하소설 등으로도 불리는데, 수천 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상당히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소설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몽 신화에서 천제(天帝)→해모수→주몽→유리로 이어지거나 단군 신화에서 환인→환웅→단군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이 3대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여 4대, 5대로 확장되어가는 가족 서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서사를 읽음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며, 가족과 가문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서사문학의 기법적인 완성도와 세련된 장편화 방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 선악의 대비와 주변 인물들의 활약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반가 여성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정도로 많은 지식이 녹아 있으므로 학생들도 이 소설을 통해 지적인 유희에 빠져보기 바란다.

정리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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