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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위험한 함정에 빠지다

일상에 찾아온, ‘신뢰’의 탈을 쓴 낯선 손님,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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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론조사의 시대’이다. 판촉을 위해 고객의 의견을 묻는다는 기업부터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알려준다는 일간 신문과 저녁 시간 뉴스방송까지 더 이상 통계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학문이 아닌,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우리의 삶에 자리 잡았다. 이렇듯 사회 전체에서 일부를 적절히 선택해 의견을 물어 통계를 낸 ‘여론조사’는 글에 힘을 실어주고, 사람들에게 현재 사회의 분위기를 쉽게 알려주는 손쉬운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외의 여론조사는 실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며 연전연패(連戰連敗)를 기록 중이며, 번번이 큰 오차가 발생하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론을 대표하고 변화시키는 여론조사

여론조사의 개념과 활용에 대해 알아보다

 

‘여론’이란 사회 구성원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이는 현대 사회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대중의 경향이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여론조사’라고 하며, 대게 전화나 면접 등을 이용하여 이뤄진다. 여론조사가 자주 활용되는 분야 중 하나인 마케팅에서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마케팅에 적용한 결과, 3,000억원 이상 매출을 상승시켰다. 한편, 언론에서도 최근 여론조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청년실업이나 논란이 되는 정책 등 각 사회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알아보고,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사에 근거를 더하거나 독자에게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도구로써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론조사가 가진 힘은 과연 무엇일까. 여론조사는 단순히 현 사회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편승효과’와 ‘언더독(Underdog) 효과’와 같은 기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편승효과란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세한 사안을 대중이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례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1% 앞서자 대의원의 표가 노 후보 쪽으로 대거 이동했던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는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효과를 일컫는다. 1948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에서 토머스 듀이에게 큰 차이로 뒤지고 있던 해리 트루먼이 본 선거에서는 4.4%p의 근소한 차이로 이긴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렇듯 여론조사는 여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상업과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여론조사의 결과와 실제 여론이 다른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생활 패턴의 변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수합된 정보가 대표성을 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여론조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 이제부터 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여론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한 번 알아보자

 

‘여론’에 적중하지 못 하는 ‘여론조사’

여론조사에 담긴 함정을 살펴보다

 

질문 선정 과정의 오류

질문자가 범할 수 있는 오류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수는 바로 ‘질문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류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아야 하는 역사적사건을 알고 있는가?’ 의 질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아야 하는’과 같은 불필요한 작성자의 가치판단을 집어넣어 자유로운 답변을 방해한다. 이외에도 2가지 이상의 질문을 한 번에 하거나, 명료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여 제시된 답변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객관식 질문의 경우에는 보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고 보기를 제한적으로 마련하거나 큰 범주와 작은 범주를 동일 항목에 배치하여 답변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표본 설정 과정의 오류

더 많은 사람을 조사할수록 실제 전체의 의견과 더 비슷한 여론을 조사할 수 있으나,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매번 모든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모집단 중 일부를 선택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는데, 이렇게 뽑힌 사람들을 ‘표본 집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표본 집단을 협소하게 설정하는 경우, 전체 의견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종종 이전 자료와 비교하여 여론이나 상황의 변화를 분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비교 자료와 현재 자료의 기준이 다를 경우에도, 오류를 범하여 결과 해석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자료 수집 과정의 오류

통계를 내기 위한 자료 수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전화설문조사의 경우 집전화의 비중이 매우 높아 가정주부, 노인 및 무직자의 답변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더불어 집전화를 설치하지 않는 가정의 의견은 조사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여러 방식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중복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으며, 부재중 인원이나 답변을 거절하는 이들로 인해 선출된 표본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등 자료 수집 과정에서도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저하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

 

결과 도출 과정의 문제

여론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서술하는 방식을 변경하여 설문 결과를 왜곡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그래프를 변경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그래프의 기준 간격이나 기울기를 일정치 않게 임의로 변경하여 상황이 급변한 것처럼 조작하거나, 큰 차이가 나는 결과를 작은 차이가 나는 것처럼 꾸미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서술 방식을 변경하여 여론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조사자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설문을 임의로 누락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만 취사선택하여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도 발생할 수 있다.

 

응답자의 부정확한 답변

설문 응답에서 응답자가 실제 본인의 의견을 표현 했는지 알 수 없기에, 응답자의 부정확한 답변은 정확한 여론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침묵의 나선 이론’에 따르면 응답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대세 의견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더불어 최근 실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대외적으로 지지를 표현하지 않는 ‘샤이 유권자(Shy Voter)’가 등장하여 최근 선거 때마다 정확한 여론조사에 난항을 겪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질문자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답변을 하거나, 모르는 사안이 있음에도 자신의 무지를 감추려는 태도로 부정확한 답변을 하는 등의 응답자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오차 간극을 줄이기 위한 여론조사의 다양한 대안

완벽할 수 없으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 필요해

앞서 여론조사의 한계에서 살펴보았듯 여론조사는 조사 내용이나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조사 내용이나 방법을 달리하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RDD 방법과 반복비례가중 방법을 통한 오류 극복

 성별, 연령, 지역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전화조사는 그 간편성을 인정받아 대표적인 여론조사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조사시간대와 선정된 전화번호에 따라 응답률과 표본대상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를 통해 표본 선정 시 지역, 성별 등의 각 집단을 대표하는 대상을 무작위로 선발하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RDD 방법은 조사 시간대와 선정된 전화번호가 갖는 낮은 응답률과 특정 표본 대상만을 선정하는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여론조사 기관은 전화조사를 통한 여론조사 시 RDD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DD 방법은 전화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대상자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낮은 응답률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는 응답률이 낮은 집단에 대해서 가중치를 부여하여 여론조사 결과를 추정하는 반복비례가중 방법이 있다. 이는 여론조사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변수의 비율을 전체 설문조사의 비율과의 대비를 통해 오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낮은 응답률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설문 대상자의 심리를 예측한 질문지 변경

 샤이 유권자는 예측 결과에 큰 변수를 가져온다. 실제 지난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힐러리의 압승을 점쳤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는 힐러리를 지지하였으나, 실제로는 트럼프를 뽑는 사람이 다수 존재했고 결국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제18대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큰 지지율을 얻었으나 투표 결과는 다른 양상을 낳기도 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이와 같은 샤이 유권자의 반대되는 설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해 설문의 내용을 변경하기도 한다. 트래펄가(Trafalgar)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 대상자에게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 대신 ‘어떤후보가 주변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느냐’고 물었고 이를 통해 다른 기관과 다르게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였다. 이처럼 대상자의 정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 설문 대상자의 심리를 이용한 적절한 질문지 내용 구성 또한 설문의 오차간극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공동 조사를 통한 여론조사 신뢰도 제고

RDD 방법, 반복비례가중 방법, 설문지 내용의 변화 이외에도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각 여론조사 기관마다 달라지는 결과로 인해 수용자가 어떤 결과가 옳은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여러 언론사가 한 기관에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맡기는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과도한 조사비용 문제를 언론사 간의 공동 투자로 극복하고, 표본 대상의 수를 늘려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짧은 조사 기간과 낮은 조사 대상자 수를 해결할 수 있고, 사람들 역시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완벽할 수 없다.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 방법, 내용 등의 한계로 오차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 방법에 따라 특정 대상이 배제되기도 하며, 조사자는 질문 내용에 따라 자신의 의견과는 정반대되는 의견을 표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 기간이나 선호도 조사에 있어 ‘여론조사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지닌 영향력은 지대하다.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고, 그것이 몇 퍼센트 수치로 나오게 되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혹은 확고히 할 수 있게도 한다. 그것이 바로 여론조사의 힘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의 결과를 맹신하지도 괄시하지도 않는 수용자의 태도이다. 여론조사는 하나의 수치이지 절대적인 결과가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조사하고, 수용자는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여론을 위한 여론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현 기자 luminous0411@mail.hongik.ac.kr

정재림 기자 bigheadjerry96@mail.hongik.ac.kr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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