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23 목 18:36
상단여백
HOME 기획 청기백기
삭막한 우리 사회의 건조한 표면, 휴학진정으로 나를 위한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는 그날까지

“아, 휴학하고 싶다.” 오늘날 많은 대학생이 하루가 멀다고 내뱉는 말이다. 학업을 위해 어렵게 걸음한 대학이지만 그 속에서의 생활이 중반으로 접어들 때 즈음 많은 이들은 학업을 잠시라도 쉬고 싶어 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껴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졸업 후 이른바 백수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높은 등록금에 휘어진 등을 조금이나마 펴기 위해. 이들은 어쩌면 스스로 휴학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압박에 못 이겨 휴학을 결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휴식의 달콤함과 동시에 씁쓸한 뒷맛을 지닌 ‘휴학’,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휴학생의 현주소

말로만 듣던 휴학,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경로를 선택했을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5월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휴학 경험이 있는 대졸자는 2016년 기준 130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9% 증가했다. 휴학을 경험한 이들의 비중은 2007년 36.3%를 기록한 뒤 2011년 43%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44.6%의 비율로 최고치를 경신하였으며 전체 대학생의 절반가량이 휴학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학 사유로는 병역의무 이행이 68.5%로 가장 많았으며, 취업 및 자격시험준비(27%), 어학연수 및 인턴 등 현장경험(15.1%), 학비마련(11.4%)이 그 뒤를 이었다. 어떤 이유로 이토록 많은 이들이 각 사유를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사정을 들어보도록 하자.

 

휴학생 기호 1번

국가가 나를 부른당의 후보 군인(21)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두 피하고 싶은,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그 이름, 군대. 앞서 언급한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96.8%에 달하는 남성이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휴학을 선택한다. 여타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고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 학우들이 3학년 이전에 입대하기를 희망하며 휴학을 결심한다. 하지만 2년여 간의 군복무로 졸업시기와, 이에 따른 취업 시기까지 늦춰지면서 제대 후 취업준비, 혹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더라도 휴학을 결정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원치 않지만 피할 수 없기에 남성들에게 군휴학은 결코 달갑지 않다. 현재 군휴학을 앞둔 이우철(자율2) 학우는 “아직 학교를 좀 더 다니며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싶은데, 군대 때문에 휴학하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라며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을 하더라도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대부분 졸업하고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군대에서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군 인적자원개발 방안, 즉 대학 원격강좌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강료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원격강좌 수강료를 평균 50% 감면하고, 부대 내 인터넷 이용시설의 PC를 장병 5명당 1대꼴로 확대 보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래도 싫은 것은 사실이다.

 

휴학생 기호 2번

백수 아닌 휴학생이라 당당의 후보 취업준비생(24)

군대에 이어 휴학을 선택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자격시험, 어학연수, 인턴 등 결국은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이어지는 각종 준비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0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학년생들의 경우 다른 학년과 달리 졸업 연기(52.8%)를 가장 큰 휴학 사유로 꼽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불황과 높은 경쟁률의 영향으로 얼어붙은 취업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 휴학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으로 정상적 혹은 성공적이라 여겨지는 경로가 못 박혀있으며, 백수는 이 경로를 벗어난 이탈자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되지 않기 위해 혹은 명절날 자신을 향한 친척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피하기 위해 백수가 아닌 휴학생을 택하는 것이다. 지난해 휴학한 황현지(E-마케팅4) 학우는 “취업을 위해서는 여러 자격증이 필요해 휴학을 선택하게 되었다”라며 “휴학을 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나 졸업 후 준비를 하는 것이나 총 소요되는 기간은 같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졸업 후 직장이 없는 이들을 백수로 낙인찍는 경향이 있어 후자의 경우 더욱 불안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는 스펙에 목매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휴학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업종제한 등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이용률은 낮은 실정이다.

 

휴학생 기호 3번

이번 학기 등교는 식당의 후보 알바생(22)

여기 또 다른 타의로 인해 휴학하는 이들이 있다. 높은 등록금으로 학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휴학을 택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이들이다. 실제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년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 평균은 약 609만 원으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비단 등록금뿐만이 아니다. 매학기 초 구비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양과 두께의 교재,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 지침을 선사하는 하루 5천원은 족히 드는 교통비,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와 지내는 서러움과 함께 매달 날아오는 각종 요금 고지서 또한 학생들의 지갑을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다가오는 학기 휴학을 결심한 나현균(영어교육2) 학우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동시에 해보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공부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고 장학금도 놓쳤다”라며 “결국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업을 잠시 포기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정부에서는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장학금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B학점 이상이라는 성적기준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로 공부에 몰두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쉴 휴(休), 배울 학(學). 휴학은 말 그대로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단 의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사회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숙면이 다음 날 학습의 능률을 보장하듯 휴학은 대학이라는 4년을 더욱 값지게 만들 수 있다. 기계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강의실에서 벗어나 학업에 지친 자신을 되돌아보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 어쩌면 학생들에게 휴학이란 시간은 사회에 나가기 전 어떤 모습의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능성의 시기이자,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 단계일지 모른다. 장차 이 시대를 이끌어나갈 청춘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기보다는, 그들의 이유 있는 ‘쉼’을 응원해 주는 것은 어떨까.

 

정이솔 기자 dlthfrhkd@mail.hongik.ac.kr

조재형 기자 cjhpmk001@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