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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아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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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진실을 전하는 사람일까?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다. “Our job is to report the news, not fabricate it. That's the governments job.” 왜곡은 정부의 일이며 언론은 그저 정보전달자와 대중을 연결하는 중계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본 기자는 오랜 시간 동안 기자 외의 다른 직업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기자라는 꿈과 신념을 향해 한눈팔지 않고 달려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진실을 전하는 사람일까?”

처음 기자라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저 신문과 글쓰기가 좋아서였다. 하지만 이 직업에 매료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자만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언론사들의 노력으로 밝혀진 ‘파나마 페이퍼’와 ‘박근혜 게이트’는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던 기자의 정의감을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들처럼 진실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세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서, 기자라는 꿈에 다가서기 위해 고등학교 3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게 기자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다른 동아리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턱대고 홍대신문사에 지원했다. 그 후 논술시험, 기자들과의 면접, 주간교수 면접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은 기자는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매주 배정된 주제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직접 취재를 나간 기사도 있었고 자료를 받아 작성한 기사도 있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상황의 주체가 ‘나’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기사로 작성될 모든 상황은 타인에 의해서 발생하였고 정보는 또 다른 타인에게서 전달 받는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토대로 기사가 작성된다. 이렇듯 진실은 기사로 쓰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 독자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그 상황의 주최자에 의해, 혹은 정보전달자에 의해 진실이 왜곡 됐다면 어떻게 될까? 기자는 진실 아닌 진실을 기사로 작성하게 된 것이며 독자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한 흔히 말하는 ‘기레기’가 되는 것이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혹시라도 표기가 잘못될까봐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물론, 개념의 정의가 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참고자료들을 수도 없이 들여다봤다. 또한 운동 경기 같은 경우에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혹시라도 승패 결과가 변화되었을까 마감 직전까지 확인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기사에 들어간 모든 인터뷰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기자가 작성한 첫 번째 고정란 ‘개념어사전’의 주제였던 ‘컨시어지(Concierge)’의 참고 자료 또한 모두 정확한 정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장 이번 호의 주제기획 주제인 여론조사 또한 실제 상황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지 않는가? 기자는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기자’라는 직업은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그저 눈에 보이는 ‘사실’을 글로 혹은 말로 표현하는 직업이었다. 다만 일반인 보다 접할 수 있는 사실이 다양하고 깊으며 그 사실들을 통해 또 다른 사실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내가 동경한 수많은 기사들 그리고 기자들은 진실을 밝힌 것이 아니라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면서 보게 된 또 다른 사실들을 독자, 즉 나에게 전달해 준 것이었다.

이제 기자에게 ‘기자’는 진실이 아닌, 사실을 전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언제나 변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으며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일방적인 전달자가 아닌 소통해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기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 많은 피드백을 보내주길 바란다.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의 신념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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