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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가득한 과거와 냉정한 현실 속 사랑 이야기를 담은 『냉정과 열정 사이』(2001)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곳,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에 서다.

  주황색 지붕으로 덮인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피렌체는 해질 무렵 노을과 참 잘 어울린다. 새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옛 것으로 가득한 피렌체에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낭만이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은 그 ‘낭만’을 쫓는 수많은 이들이 사랑을 약속하기 위해 찾는 장소가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피렌체는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의 결말에 배경이 되는 장소이다. 그리움과 진실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 소설은 피렌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잔잔하고 아름답게 두 남녀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돌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두오모의 쿠폴라가 보였다. 처음 이 쿠폴라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감동을 떠올렸다. 그 때는 아직 열정이 있었다. 언젠가 저기서 아오이를 만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야. 내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여주인공 아오이의 시점에서 쓴 책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연인 쥰세이의 시점으로 쓰였다. 기자는 아오이의 시점의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처음 접했다. 책의 이야기는 그들이 헤어지고 난 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상태로 나오지만, 헤어짐에 무뎌질만한 시간이 흐른 뒤의 일상 속에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그들은 서로가 곁에 없기에 공허하고, 허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절대 잊지 않고 살아가는 기억이 있다. 두사람은 아오이가 서른살이 되는 생일 날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을 할 때만 하더라도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두사람이 헤어지게 될 줄은. 쥰세이와 아오이는 10년이란 시간동안 서로 그리워 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들은 너무 아프게 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날 우스갯 소리로 말하던 그 약속만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그날의 ‘약속’만은 잊지 않고 가슴에 품고 살아갔다.

 

  다리 위에 서서 아르노 강을 바라보았다. 강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강을 따라 나 있는 가로수 길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작은 가게들로 가득찬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고 나면 강가에 다다르게 된다. 피렌체의 아르노 강이다. 화려한 도시 피렌체 안에 흐르는 강이라면 떠올릴 법한 그런 모습은 아니다. 생각과는 다르게도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작고 소소한 시골 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이 아르노 강가에 서서 아오이는 쥰세이를 수백 번 떠올렸을 것이다. 강물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추억하며 떠올리기에 이곳은 참 적절한 장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마을이 보였다. 강가를 따라 걷다보면 그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다. 기자는 다리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 위에 서서 한적하지만 예쁜 강가의 풍경을 담기위해 한참동안 셔터를 눌렀다. 낮에 비가 내린터라 촉촉하게 젖은 돌바닥이 아르노 강의 분위기를 더욱 운치있게 만들었다. 눈길을 돌려 다리의 반대 편을 바라보았다. 건너편 다리위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있었다. ‘저 다리가 유명한가?’라는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보니 그 다리는 다름 아닌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였다. ‘오래되다’라는 뜻의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이 강변에 놓인 다리들 중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저 다리에서 아오이는 쥰세이와 걸으며 함께 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티셔츠만으로는 다소 쌀쌀한, 초여름 두오모의 지는 해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서른 살 생일, 축하해.’ 쥰세이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르노 강변을 등지고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 계속해서 걷다보면 거대한 두오모 성당의 외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감에 가득찬 기자는 발걸음의 속도를 점점 높였다. 마침내 둥그런 돔형의 주황색 지붕으로 덮인 웅장한 두오모가 나타났다. 그 앞에 멈춰서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와-’라는 감탄 밖에는 이 순간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기자는 쥰세이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마치 아오이가 된 것처럼 그가 서있을 두오모 광장 앞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곳에 쥰세이는 없었다. 이미 아오이를 만났을테니까. 두오모 앞은 많은 사람들과 비둘기 떼로 왁자지껄했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결국 약속한 날이되어 이곳에서 만나게된다. 그들은 10년이란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서로의 앞에 그리고 진심 앞에 다가서게 된 것이다. 기자는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순간만을 기다렸었다. 쥰세이와 아오이가 다시 만난 두오모. 그래서인가 더욱 이곳이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광장 앞에 서있는 많은 연인들도 그 장면에, 그 대사에 이끌려 이곳에 함께 오게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쥰세이는 과거를 물처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과거는 아픈 기억이지만 놓지 못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쥰세이는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느라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나 아오이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래에는 더욱 행복해지고 싶어서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때처럼 또다시 힘들어지고 싶지 않기에 억지로 그순간을 밀어냈다. 쥰세이는 열정만을 붙잡다 힘들어했고 아오이는 냉정만을 붙잡느라 힘들어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결국 그 사이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냉정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고 열정은 뜨거웠던 쥰세이와 아오이의 과거라고 보여진다. 그들은 그 사이의 ‘현재’라는 순간에서 끝내 사랑을 확인했다. 책의 내용처럼 과거도 미래도 결국 현재를 이길 수는 없었다. 두사람의 사랑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피렌체에서 기자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의미를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를 넘어서 또다른 많은 것들을 느낄 수있었다. 기자에게 이곳 피렌체는 처음 『냉정과 열정 사이』 책을 읽었을때보다도 더,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보문 기자  qhans02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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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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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2017-09-05 12:53:17

    마치 수채화가 머리속에 그려진듯 하네요
    고풍스런 유럽의 풍광이 그려지듯 써내려간 글귀와 사랑의 Story가 참 아름답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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