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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어나가는 대학원생

남병수(영어교육07)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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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한복판의 어느 흐린 날이었다. 우중충 한 하늘, 그러나 왠지 모르게 포근하게 다가오는 오후의 첫 자락에 기자는 남병수 동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교내의 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로 들어서자 코끝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커피 내음에 취하려는 찰나, 먼저 도착해있다는 그의 연락에 급히 주위를 훑던 기자는 한 권의 책과 마주하고 있는 남병수 동문을 발견했다.

  처음 마주하게 된 남병수 동문은 기자에게 인터뷰 이전부터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그가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2017 신춘문예 미술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읽은 그의 당선 평론 <예술, 인류 구원의 노래를 부르다>를 통해 그가 품고 있는 안목은 감히 기자 스스로 범접 할 수 없다고 느껴졌었고, 이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으로 연결됐다.

  첫 인사를 건넨 기자는 우선 평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신춘문예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신춘문예란 ‘언론사에서 지면을 마련하여 평론계에 있는 분들의 심사를 빌어 신예를 발굴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당선된 그의 평론은 인간 개개인을 어떤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면서도 동시에 공동체로서의 인류 역시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글이 담은 내용을 풀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당선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그가 지은 수줍은 웃음을 시작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레 그의 근황으로 넘어갔다.

  그는 현재 연세대 일반대학원에서 비교문학 협동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비교문학이란 용어가 생소하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단순히 문학들을 비교하면서 어떤 것이 같고 어떤 것이 다른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닌, 한 차원 더 깊이 접근하여 무엇 때문에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공부를 이어가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자신의 학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어교육과로 입학했지만 국어 교육학과, 예술학과까지 복수·부전공한 다소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는 그는 본교 재학 시절, 여러 학문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그 갈증을 직접 풀어나가던 학생이었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단순한 자신의 지적 자위행위인지 아니면 정말 학문 그 자체에 대한 배움의 욕구인지 헷갈렸다고 한다. 또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에너지가 있었지만 그것을 어디서 해소해야하는 지를 잘 몰랐다고 했다. 그러던 중 3학년 1학기 전공수업에서 접한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에 빠져 200장이 넘는 PPT 자료로 발표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문학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느꼈으며, 그 후부터 계속 관련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매학기 전공으로만 22-23학점을 수강했다는 그는 바쁜 일상 속에 어느 순간부터 주중에 세 시간 이상을 자보지 못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식사를 하는 등 소소한 낙을 즐겼다며 웃음 지었다.

  기자는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그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현장에서 글을 씀과 동시에 배움을 통해 인식을 깊이 하고, 그것을 다시 현장에 녹여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연구도 진행하고 학계에서 일도 하며 우리 사회와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다는 소망은 덤이었다. 끝으로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한 기자에게 그는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팍팍한 사회 현실이지만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당부했다. 어쩔 수 없이 사회 구조 안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개인들이 단순한 부품에 그치지 않고 저마다 살아 꿈틀댈 때, 그 움직임들이 함께 ‘응축되어’ 힘을 발휘 할 때, 비로소 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와의 오랜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나서면서 다시 마주한 겨울날의 오후는 유난히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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