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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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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매스컴에서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저출산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를 국가적 재난 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음지에서 행해지는 낙태 수술이 다시금 원인으로 지목되어 낙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성 인권 신장운동을 주도하는 여러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정부가 저출산 기조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 ‘낙태 단속 강화’ 정책이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법에서는 몇 가지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적 임신 중절 수술은 암암리에 병원에서 행해져 왔고 사실상 정부 당국은 이를 단속하지 않은 채 묵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까지 묵인해왔던 낙태 시술을 강력히 단속하여 집도한 의사와 당사자인 여성을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필자는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란이 되는 ‘낙태죄’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분명 남성과 여성 모두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이른바 낙태죄는 같은 책임을 가져야 할 남성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 단지 태아가 자라나는 곳이 여성의 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과 의사만을 처벌하는 지금의 법은 성차별적 요소를 갖는다. 그렇기에 우선 낙태와 이에 대한 문제점들을 토론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이 자주 내세우는 근거 자료 중 가장 대표적인 자료는 낙태 직후 고통에 꿈틀대는 태아가 나오는 동영상이다. 이때의 태아는 이미 뇌가 발달된 것은 물론 신체 기관이 작지만 또렷하게 생성된 이후이다. 이 정도로 태아가 자라나려면 최소 5개월 이상은 태아가 산모의 자궁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이 시기의 인공 임신 중절수술은 산모에게도 매우 위험하며 큰 후유증을 유발한다. 때문에 이 시기 이후의 낙태는 산모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세포 단위에서 사람의 형태로 자라나기 이전의 시기에는 여성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출산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란 많은 것의 포기를 뜻한다. 여성의 몸과 체형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과 사회적 위치, 정서적인 면에서도 여성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은 상황이,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순히 모든 행위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논리로 여성에게 비현실적인 출산과 양육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기본권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낙태 불법화는 현재 행해지고 있는 낙태 시술을 더욱 음지로 숨게 할 가능성이 크다. 낙태 시술을 가볍게 여기며 깊은 고민 없이 선택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낙태 시술의 불법 여부는 그들의 선택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원치 않는 임신과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낙태수술을 지양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한 예방책으로 무조건적으로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것이 큰 실효성을 갖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가장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주체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만일 남성이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결국 아이를 낳을 것에 대한 최종적인 선택은 여성에게 있다. 국가는 저출산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기보다 국민들이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근본적인 원인들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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