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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다시 걸어 나가는 인고의 길

청춘들의 대학 새로고침, 반수·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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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반수 준비 중이라서요.” 

마치 잠정적 이별 선고를 받은 기분이다. 첫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지나 돌아온 바로 이 시점, 뜨거운 여름 방학을 보내고 온 이도 있겠지만, 열나게 머리를 싸매야 했던 방학을 보내고 돌아온 이도 있을 것이다. 2학기의 시작, 지금은 바야흐로 반수와 편입의 계절이다. 반수, 혹은 편입을 준비한다는 동기와 선후배의 선전포고는 이제 그리 놀랍지 않은 해프닝이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으로나마 생각해보았음직한 것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반마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던 지각쟁이가 한 명씩 있듯, 어쩌면 다음 학기부터 같은 강의실에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이 친구들은 대학마다, 학과마다 꼭 한 명씩은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점점 이렇게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종로학원 하늘교육에서 집계한 전국 반수생 수는 2014년 기준 6만6천440명(전체응시 인원 대비 반수생 비율 10.9%), 2015년 6만9천290명(11.4%), 2016년 6만8천192명(12.3%)으로 해마다 반수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수의 시기를 놓친 고학년의 편입률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올해 국민일보에서 추린 대학정보공시센터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SKY 대학에 진학한 편입생의 수는 2016년 기준 1,833명으로 전년도(1,719명) 대비 6.2% 증가했다. 대학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새내기들의 다시 쓰는 수능 일기 ‘반수’
각종 반수 학원의 상담실이 가장 문전성시(門前成市) 하는 때는 바로 6월이다. 대학생의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자 여름방학의 초입인 이때는 수능까지 딱 6개월, 반년이 남은 시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대부분의 대학에서 군입대와 같은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1학기 휴학을 허용하지 않아 1학기를 마치고 반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해 수능에 도전해볼 여지가 있는 6월이 반수생들에게는 마지노선인 것이다.
대학 입학의 기쁨도 잠시, 그들이 수험생 시절 내내 기대했던 대학 생활을 등지고 다시 수능 시험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지난 시험에 기대했던 성적을 받지 못해 원치 않는 대학, 학과를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 경우이다. 재수보다 실패의 위험부담이 적은 반수나 편입을 이용해 원래 목표했던 대학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목표했던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대를 품고 들어온 학과의 전공수업이 생각보다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두 번째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근 4년 간 반수생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학과의 취업률이다. 대학 간판이 취업 스펙 중 하나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반수를 통해 본교에 입학한 J씨는 자신이 반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함께 반수를 준비하는 동안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더 나은 학벌에 대한 아쉬움으로 전적대에 입학할 때부터 반수를 고민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점수에 맞춰 선택했던 법학 전공도 잘 맞지 않아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남들보다 먼저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는 반수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이 선택한 반수라는 길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었던 것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이를 먹는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놀기 좋고 공부하기도 좋다는 20, 21살을 스스로 외부와 통제하며 보내야 한다는 상황이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반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거듭할수록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디딤돌을 위한 젊음의 선택, 편입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은 반수라는 선택지와 함께 편입 또한 고려하고 있다. 대학 편입이란 일반적으로, 신입생으로 입학하지 않고 타 학교 3, 4학년으로 중도입학 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대다수 대학 편입 전형은 3학년 재학생이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학교에서 신입생으로 다시 시작해도 시간적 부담이 덜한 저학년 학생들이 반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 학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고학년들은 대부분 편입을 선택하고 있다. 편입에 대한 대학생들의 수요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00학년도에 편입률은 2.0%를 넘어섰으며, 이후 현재까지 1~2% 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편입을 선택하는 동기도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과거 대부분의 편입은 대학생들을 사회에서 더 나은 학벌로 인정받는 학교로의 ‘업그레이드’ 수단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뿐만 아니라, 적성에 맞는 전공과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으로 그 인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실제로 본지는 편입을 선택하고, 현재 이를 준비하고 있는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본교 2학년에 재학 중인 C씨는 더 좋은 공부 환경에서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편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입학 후에 생각했던 것처럼 전공 공부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아 열정을 쏟기 힘들었습니다. 또 낙후된 학교 시설과 타 학교에 비해 열악한 학습 지원 환경 때문에 편입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녀는 편입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점은 무엇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업과 편입 준비를 병행하며 얻은 부담감과 함께,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토로했다.


“전공공부와 편입 준비를 병행하려면 부담이 돼요. 그래서 3학년부터 휴학을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생각입니다. 학교생활을 이어나가는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겪기도 해요. 그래도 편입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춘들은 새로운 상아탑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 걸어온 길을 되돌아 도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당장은 ‘뒷걸음질’로 느껴질 수 있음에도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꿈꾸는 ‘더 나은 미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학벌과 학습 환경에서 파생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갈망이 청년들을 반수와 편입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로 하여금, 어떻게 해야 이 땅의 대학생들이 처음부터 마주한 자신들의 교육 현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낳게 한다. 최근 정부는 공기업 입사 지원서에 학벌을 미표기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가 힘든 길을 다시 걸어가려 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이켜 세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책장 속 빛바랜 참고서를 다시 꺼내는 청춘들의 지친 손길 위에 비칠 이러한 한줄기 볕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예본 기자(yoon99@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rhr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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