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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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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후 5시 즈음, 기자의 신문사 첫 출근이었다. 면접 이후 신문사 기자실에 처음 들어와 동기라는 사람들 옆에 앉게 되었다. 다들 눈앞에 화면 하나씩은 달고 있었는데, 당시 노트북 하나조차 가져오지 못한 기자는 멀뚱멀뚱 ‘이곳’의 분위기를 살폈다. 뭔가 분주하고 바빠 보이는 풍경 속에 예민한 분위기가 풍겨왔고 비교적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과 심각한 표정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섞여 보였다. 무엇을 하느라 저렇게 바쁜 것인지, 저 노트북과 컴퓨터 화면 너머로 뭘 보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헤드’라니 ‘주제기획’이라니 ‘빽’이라니 하는 알 수 없는 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분명 ‘신문사’라고 했다. 기사를 쓰고 신문을 출간하는 곳이겠거니, 글을 쓰는 곳이겠거니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도대체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그 안에서 나도 함께 분주해야만 할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압박감만이 느껴졌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그때, “아, 지금 크게 할 일 없으시면 이것 가볍게 읽어보시면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홍대신문 52기 수습기자’라고 쓰인 종이 두 묶음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긴 듯, 기자는 그 종이의 글들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인가?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기자는 그 종이의 글들을 정말 가볍게 읽어 나갔다. ‘금, 토 마감...’ 글을 다 읽고 머리가 하얘진 기자는 다시 무겁게 글을 읽기 시작했다. 똑같은 글들을 이리저리 펄럭거리며 반복해 읽었다. 어렴풋이 갈피가 잡힐듯하면서도 전혀 잡히지 않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이것이 기자의 신문사 첫 출근 소감이었다. 기자는 분명 아직 동기들조차 모이지 않은 신입기자이다. 그런데도 1학기를 회상해보면, 신문사는 기자의 생활 속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너는 뭐 맨날 신문사냐?” 주변 친구들, 가족들에게서 많이 듣던 얘기였다. 기자는 그러한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신문사가 기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매주 금요일, 토요일만 가면 된다. 크게 힘든 것 없다. 아직 고작 수습이고, 다른 선배 기자들에 비하면 거의 하는 일도 없다. 그렇게 여기며 다니던 신문사였다. 그런데 반면 기자의 주변 사람들 중 기자가 신문사에 다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떠들고 다녔었던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새에 신문사는 기자의 자랑거리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신문사는 기자에게 없는 일인 척하다가도 불쑥불쑥 나타나는 짐 덩어리 같았다. 또한 당시 그다지 새롭거나 신선하지 않았던 1학년 1학기 학교생활의 강력한 한 방의 참신함이었다.

 현재 기자는 이제 막 수습기간을 마치고 준기자가 되어 2학기 개강과 함께 첫 고정란을 작성하였다는 뿌듯함을 기다리고 있다.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낯설고 남의 집 같던 ‘이곳’을 이제는 홍보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남의 집이 아닌 우리 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2학기는 신문사도, 학과생활도 1학기에 비해 훨씬 바빠질 것이다. 여기가 저기고 뭐가 뭐고, 정신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만큼 매주 껴안을 보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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