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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상 속 특별함, 그 순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これえだひろかず, 1962- )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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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뜻하지 않게 찾아온 오후의 여유로움, 그 가운데서 홀로 생각에 빠져 저 멀리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특별한 듯 반짝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마치 이 같은 순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는 매 작품 맑고도 담백한 화면 속에서 묵직한 깊이를 전달하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낸다. 일본영화의 거장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데뷔작 <환상의 빛>(1995)에서부터 제52회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받아 이목을 끌었으며, 이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벤쿠버영화제, 상파울루영화제 관객상 등까지 수상하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공기인형>(2009)과 같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가족’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 “일상 속 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매 작품에서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무도 모른다> 스틸컷
<아무도 모른다> 스틸컷

하지만 그의 작품 속 가족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는 흔히들 정상적이라 생각되는 형태를 이탈한 가족의 이야기를 오히려 잔잔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려내어 관객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가족에 대한 고찰을 가능케 한다. 그의 데뷔작인 <환상의 빛>의 주인공 유미코 또한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지만 갑작스러운 남편의 자살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가족’에 천착하는 감독의 작품세계는 이후 작품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실화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는 관객에게 엄마가 떠난 후 남겨진 네 남매의 일상을 응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감독은 관객들에게 눈물 그리고 이를 통한 얄팍한 동정이나 연민 따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의 카메라는 냉정할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의 삶을 중계하고 있다. 감독은 어른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방치된 아이들의 일상을 오히려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그려내고, 관객들은 담담하고 잔잔한 화면 속 섬뜩하고도 참담한 현실을 더욱 생생히 두 눈으로 직시하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두 작품은 모두 일련의 아픔을 겪는 가족이 아픔을 이겨내고 진정한 의미의 가족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주인공 료타는 병원을 통해 6년간 함께한 아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것이다. 영화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사실상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그가 피가 섞였지만 다른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을 ‘파파’라 부르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아이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를 통해 한 남자를 아버지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도록 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컷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컷

한편,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외도로 버려진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동생을 그들의 식구로 맞이하며 시작된다. 이들은 배다른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이렇듯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매번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마치 전 세계 인간 군상 중 하나를 꼽아 그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사회의 엄격한 시선에 의해 특이하고 특별해지는 한편,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개개인에게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는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철학을 전달한다. 일상의 모습을 통해 일생의 메시지를 던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도 그의 시나리오가 될 만한 특별함이 반짝거리고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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