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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다 (1)디지털 시대, 종이와 펜에 대한 예의

그리 먼 과거도 아닐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하철 역 안 곳곳에서 신문을 사는 사람들과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지하철, 버스 등에서 종이로 된 신문, 잡지, 책을 읽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아니며 그들이 손에 쥔 것은 스마트폰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책과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일까? 그런 것은 또 아니다. 접근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 그들은 여전히 뉴스를 읽고 책을 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한 가지는 바로 종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함께 역사를 걸어 온 종이, 

그 찬란했던 탄생부터 후퇴까지

인간의 가장 위대하고도 친밀한 발명품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다.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 종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정보를 담고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친밀하고도 오래된 미디어였다. 이 미디어를 만들기 위한 재료인 종이는 많은 이들이 잘 알다시피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papyrus)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진나라 범엽이 편찬한 후환서 『채륜전(蔡倫傳)』에 따르면 그 보급은 중국 진나라의 채륜이 종이와 볼록 인쇄술을 발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600년경 한국과 일본에 종이제조법이 전파되었으며 사라센 지역에 포로로 잡혀간 종이제조기술자들에 의해 종이는 이슬람,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차례대로 전파되었다.

▲‘종이’, 기록문명의 싹을 틔우다

9~10세기에 두루마리 대신 접는 책이 탄생되었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인쇄에 기초를 둔 귀족, 학자들의 지식 독점 시대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책이 대량생산 되면서 출판물의 르네상스를 이룩하였다. 이후 19세기 미술 공예운동과 20세기 예술 운동으로 인해 책은 조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크게 기여한 것은 스마트폰과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과 신문, 잡지는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며 보관을 위한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뉴미디어에 비해 한정된 시각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종이 낭비도 막을 수 없다. 이에 반해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으로는 더 이상의 자리차지 없이 몇 십 권의 책과 몇 백 개의 뉴스를 접할 수 있으며 종이 낭비 없이 다양하고 막대한 양의 시각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인쇄 매체는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던 정보 및 지식 전달의 매체로서의 왕좌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사라지는 종이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등장으로 점점 많은 이들이 신문과 책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종이는 신문과 책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생겨난 이메일은 그 엄청난 속도감 때문에 받으려면 며칠이 걸리는 편지를 뒤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손에는 노트 대신 태블릿 pc, 노트북이 들려있으며,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노트북, 태블릿 pc를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이를 통해 필기까지 하는 추세이다.

한편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종이의 보금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카드 사용률 세계 1위 국가로, 소액결제조차 카드로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종이로 된 지폐가 필요 없는 지금, 입출금의 내역조차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종이 통장이 웬 말인가.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종이통장의 단계적 감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가 100년 넘게 사용해 온 종이통장은 찾아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종이매체의 몰락, 출판업계에 불어 닥친 겨울

종이의 몰락, 현실로 다가오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앞서 보았듯이 종이, 그 중에서도 종이를 기반으로 한 매체는 그 특성과 한계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종이를 사용한 콘텐츠의 대표 격인 책과 관련된 산업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출판산업 부문별 매출액은 7조5,8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어들었으며, 출판사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8% 감소한 4조278억 원이었다. 책의 소비규모 또한 줄어들었다. 2015년 기준 서점 등 유통사 매출은 3조4,3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으며, 오프라인 서점 매출액은 1조3,800억 원, 온라인 서점은 1조1,8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00억 원가량 줄었다. 국내 출판 시장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전자책, 웹소설 등 디지털 매체의 성장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동(同)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은 1,258억 원으로 2014년(1,004억 원)보다 25.4% 증가하며 강세를 보였다. 또한 전체 출판 산업에서 전자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33% 성장해 2014년 1.2%에서 2015년 1.6%로 증가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주요 통신사와 포털사이트에서 유통하는 전자책 매출까지 포함할 경우 전자책 시장 규모는 1,500억-1,600억 원 수준으로 더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아 공식 통계에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변화에 따라 책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의 성장과 더불어 감소하는 종이매체의 수요는 오프라인 서점의 감소를 가져왔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순수 서점 수는 1,625개로 2011년 대비 127개(7.2%) 줄었고 문구점 겸 서점 수를 포함하면 2,331개로 2년 전에 비해 246개(9.5%) 줄었다. 10년 전인 2003년에 비해서는 순수 서점은 622개, 문구점 겸 서점은 1,258개가 사라졌다. 종이매체에 대한 수요가 하락해 서점 수가 줄고, 또 그로인해 책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출판산업의 침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그 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며 그 위기를 역설했다. 수천 년의 역사와 함께하던 종이의 몰락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종이의 시대가 저물고 새롭게 펼쳐진 

뉴미디어 시대의 서막

뉴미디어는 종이매체를 밀어내고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예로부터 종이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보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이가 없는 일상생활을 상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전달매체 ‘뉴미디어(new media)’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종이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고대 문명시절부터 우리 곁에서 대체 불가한 완전한 물건으로 꾸준히 사용되어온 종이가 단 몇 십년 만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뉴미디어란 무엇일까. 과연 뉴미디어가 종이매체를 완전히 밀어내고 새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 뉴미디어란 무엇인가

뉴미디어는 6~70년대 사이 반도체, 컴퓨터, 신소재 등의 전기‧전자분야가 왕성하게 발전하던 시기에 다양한 기술들의 융합으로 탄생했다. 생각보다 이른 등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빠른 등장이 무색하게 기존 미디어들의 사이에서 뉴미디어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기 어려워 대체품으로 쉽게 자리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급속히 팽창하고, 뉴미디어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자 뉴미디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전화 등 기존 대중 매체들의 속성이 하나로 통합된 멀티미디어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종이를 대체할 유일한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블로그, 위키피디아, 소셜미디어 등이 바로 이 뉴미디어에 속한다. 현재, 선진국을 필두로 한 세계의 모든 주요 국가들은 뉴미디어의 개발을 당국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뉴미디어는 지금보다도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이다.

출처: 픽사베이

▲ Ebook이 종이 책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처럼 쉽게 미디어를 만들 수 있던 시대는 없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이렇게 진보하기까지 걸린 많은 세월동안 우리는 줄곧 종이매체에 의존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너무 많은 콘텐츠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게 되자 사람들은 유행에 따라, 혹은 발전되는 속도에 따라 더 나은 콘텐츠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미디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시키는 것이 더욱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Ebook’ 역시 처음에는 종이를 대체할 뉴미디어로 불리며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두꺼운 책들이 하나의 ‘판’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천권의 책을 담아도 무게나 부피가 늘어날 염려도 없고, 책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가던 수많은 나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며, 출판과 유통비가 들지 않아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Ebook은 출시되고 난 몇 해 동안 출판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였다. 전자책 서점인 리디북스는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전자책의 매출은 1,258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Ebook 시장의 성장은 금세 수그러들어버리고 말았다. 전자책이 여전히 종이 책 시장 규모에 3%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자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전자책 개발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매체를 옮긴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분명 사람들의 콘텐츠의 소비성향이 디지털화된 형식으로 바뀌었고, 그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을 개발하였지만 수년간 지속되어 온 매체를 단 숨에 성공적으로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뉴미디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매체이지만 Ebook을 통해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이 세상의 모든 아날로그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체 가능한 기술이 적용되기까지 아직 종이 책에게는 시간이 남았다. 어쩌면 기술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 같은 것이 전자책의 등장을 통해 보여진 것은 아닐까.

 

참고자료

류성진, 「인터넷 뉴스 무료 이용과 종이신문 콘텐츠 (불)만족도가 종이신문 정기구독 이탈 의향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학보55(4), pp. 233-260, 한국언론학회, 2011.

최낙진,「디지털시대 신문산업의 가치사슬  모형에 관한 연구: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디지털 포털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45(3), 한국언론학회, 2001.

 

 

최유빈 기자(neyobin@mail.hongik.ac.kr)

김보문 기자(qhans0211@mail.hongik.ac.kr)

조재형 기자(cjhpmk0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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