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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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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영화의 흥행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국내 영화에서도 천만 영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천만 영화는 누적관객 수 천만 명을 기록한 거대 흥행작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인 오천 만 인구 중 천 만 인구는 5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율이다. 그렇기에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한국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라고 하면 스케일 면에서나 내용상에서도 조금 가볍게 보거나 굳이 극장에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물론 할리웃 영화를 비롯한 유명 해외 영화들에 비해 국내 영화가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이 뒤쳐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산업은 매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영화산업의 발전에 따라 한국영화를 찾는 이들도 당연히 함께 늘어났다. 좋은 감독과 유명한 배우들, 그리고 재밌는 스토리로 흥행몰이에 성공하면 단기간에 천만을 넘는 관객을 모으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물론, 천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관객을 끌어 모아 많은 양의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천만 영화가 영화산업의 발달을 이끌어 줄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천만 영화의 증가가 영화산업 전반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천만 영화가 내뿜는 화려한 빛 아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분명 존재한다. 이제부터 천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 그 한계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천만 영화의 한계점으로 지나친 내용상의 왜곡 문제를 들 수 있다. 이윤 창출만을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를 만들어 냄으로 인해 역사적 사건들이 무분별하게 왜곡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물론 극의 구성상 재미를 위해 감독이 주체적으로 일정부분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창작의 자유라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14년도에 개봉한 영화 <명량>에서는 극의 재미를 위해 실존하였던 인물인 배설 장군을 흉악한 간신배로 그려냈다. 그러자 그 후손들은 억울하게 자신의 조상과 집안을 모욕당하게 되었다며 감독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또한 역사를 왜곡한 영화가 천만 영화로 흥행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잘못된 역사를 받아들이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 역시 문제다.

두번째로는 국내영화가 천만이 되기 위해서 구성하고 있는 스토리가 뻔하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천만 영화가 눈물을 쥐어짜내는 신파극으로 끝을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천만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신파적 요소는 영화의 구성적 결함을 단순히 감동과 슬픔을 유발하는 신파극 소재로 덮으려는 이유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영화의 개연성은 줄고, 작품성 등이 떨어지게 된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감동을 신파적 요소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끌어내려 하는 것은 이제 사람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올 뿐이다.

마지막으로, 천만 영화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대형 배급사들의 스크린 독점 문제이다. 국내 대형 기업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배급사들이 존재하는데, 해당 배급사를 통해 제작된 영화는 극장 스크린 수를 상당 수 장악 하게 된다. 물론 제작비용을 지원받는 면에 있어서도 소규모 배급사에 비해 제작 지원비가 풍족하므로 훨씬 퀄리티가 높은 영화를 만들기 쉽지만, 그렇게 스크린 수 마저 독점적으로 장악해버리고 나면 그와 동시에 상영하게 되는 다른 영화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대형 배급사 제작 영화들에 밀려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 시간대로 몰려난 다른 영화들은 스크린 수가 적고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 사람들이 볼 기회조차 없어지게 된다.

이렇듯 천만 영화는 순전히 그 영화가 갖는 우수성 만으로 천만 명에 이르는 흥행 기록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화가 개봉하면 언제 천만 관객을 넘을지 기록을 세우며 여론을 몰아가는 몰아 주기식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전에 비해 영화산업이 발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시장은 오히려 더욱 좁아졌다고 한다. 대형 배급사들로 인해 사라져가는 작은 제작사들과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무명 혹은 신입 감독들, 그들이 그들의 ‘작품’만을 가지고 정당하게 영화시장에 나아갈 수 있도록 개선된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 영화시장은 대기업들의 독식으로 인해 다양성이나 개별성과는 거리가 먼 이윤 창출만을 목표로 하는 상업 영화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진정한 영화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천만 영화의 그림자를 살펴보는 것도 분명히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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