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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체벌과 부모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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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은 아동학대보도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학대자의 80프로 이상이 부모라는 점으로 이들 대부분은 자녀의 훈육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벌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전통적으로 가정 또는 학교 교육에 있어 아동에 대한 훈육 또는 징계수단으로 용인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훈육 목적의 체벌이라 하더라도 체벌은 그 자체로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주고 부정적 자아개념을 유발하며 폭력을 학습시킴과 동시에 아동학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비판에 따라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가 늘고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19조는 “국가는 아동이 부모, 후견인, 기타 양육자의 양육 받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신체적 폭력에 당연히 체벌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협약당사국에 아동체벌금지법의 제정을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재 스웨덴, 독일, 핀란드, 뉴질랜드를 비롯하여 52개국에서 가정내 부모의 체벌을 비롯하여 모든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는 민법에 자녀 체벌을 금지함과 동시에 부모가 15세 미만 아동에게 경미한 구타를 할 경우라도 기소의 대상이 되도록 하였고, 민·형사 재판에 있어 체벌 항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체벌을 정의하거나 직접적으로 허용하는 명문규정 없이 민법상 친권자의 자녀 보호와 교양을 위한 징계권의 내용으로 자녀에 대한 체벌권을 인정하면서 민, 형사 책임의 면책항변사유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체벌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적절한 훈육적 체벌’을 허용하면서 예외적으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경우만을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인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아동권리보호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동의 기본권 주체성은 오늘날 당연히 인정되지만 아동이 구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우리헌법 제10조상의 인간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 규정은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직접적 권리규정으로 그 해석에 적극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아동의 신체적 완전성 및 인격권의 보장은 아동 권리보장의 전제이자 출발이며, 이는 제3자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도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가정내 아동체벌금지가 우리 헌법상 부모의 자녀양육 및 교육권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부모의 자녀 양육 및 교육권에서 자녀 체벌권이 직접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는 부모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의미에서 보장되는 자유가 아니라 자녀의 보호와 인격발현을 위해 부여되는 기본권이기에 아동의 신체적 완전성 보장과 인격권 보장을 위한 제한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아동의 경우는 권리침해에 대한 방어가 실질적으로 어렵고 부모에 의한 체벌 남용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쉽지 않으므로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아동체벌은 사실상 다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훈육과 징계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지속되어왔다. 어느 누구에게도 타인의 행동교정을 위해 또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체벌을 가할 권리가 허용되지 않듯이 이제 부모도 더 이상 그 예외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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