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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편이냐, 사실의 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선에 선 영화, 역사 왜곡 문제를 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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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디지털의 세상에 사는 우리 세대만큼, 미디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종이의 시대는 저물고, 시각적으로 큰 효과를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했다. 일각에서는 일방향적 정보 전달식의 매체들을 비판했지만,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미지의 역사를 조금 더 정답고 친근하게 만들어준 도구 역시 디지털 매체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미와 사실을 동시에 전달하다보니 종종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과도한 상황 설정으로 인해 엄밀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역사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관점 속 역사는 어디까지 창작의 자유로 인정받아야 하며 어디까지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가? 이에 본지에서는 ‘역사’라는 장르를 다루었으나 역사 왜곡에 있어서 각기 다른 평을 받은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봉 당시 눈길을 끌었던 <덕혜옹주>(2013)는 일제 강점기 때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게 된 덕혜옹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어 잃어버린 조국을 갈망하는 국민의 유일한 희망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역사 속 덕혜옹주는 단 한 번도 독립운동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어릴 적부터 일제의 교육을 받고 자라 마치 일본 아이와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영화 속 덕혜옹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몰락한 조국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일제의 풍족함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최근 <군함도>(2017)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지나친 애국심 고취를 위해 왜곡의 프레임을 씌워버렸다는 비판을 받은 지금, 영화계 내의 자성의 목소리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목을 모았던 <관상>(2012)은 어떨까? 영화는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는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중심으로 영화의 중심 소재인 ‘관상’에 의해 전개된다. 이 영화는 한국적인 색을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에 잘 어우러지게 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물들의 관계가 유교적인 정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적인 정서인 한(恨)을 담아내 한국성이 고르게 드러난다. 그러나 <관상> 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배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 역시 옛 모습을 담기보다는 현대식으로 바꾸어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도 있었다. 이로 인해 <관상>도 역사 왜곡의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으나, 앞선 <덕혜옹주>와 다르게 시각적인 효과를 사용해 한국 특유의 고유성을 담아내 완충시킨 점이 돋보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반면에 <닉슨 (Nixon)>(1995)은 미국의 대표적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완벽히 담아냈다고 평가받은 영화이다. 영화는 미국의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Richard Milhous Nixon, 1913-1994)이 상대 당에 도청 장치를 심으려 했지만 결국 언론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현재 닉슨은 미국 최초의 사임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영화 역시 워터게이트라는 주된 사건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만 중간중간 흑백의 프레임을 덧씌운다. ‘흑백’은 닉슨의 과거의 모습과 실제 닉슨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흑백 프레임은 과거의 모습을 통해 늘 완벽한 승리를 꿈꾸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한 발짝 떨어져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을 끌어내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번째는 언론에 공개되었던 완벽한 모습을 추구했으나 결국은 실패한 정치인의 객관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즉 영화는 그를 마냥 부정적으로 묘사하지도, 그렇다고 옹호하지도 않는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워터게이트 사건과 이를 은폐하고자 한 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그의 인생사와 더불어 그가 이루어냈던 성과 역시 드러낸다. 특히 <닉슨>이 역사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완성도가 높은 이유는 그의 일대기를 역사적 신파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조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해 역사를 단순한 형태로 왜곡한다는 한계점을 지닌 한국 영화가 지향해야 할 역사 영화의 최종점이지 않을까?

영화는 각본가의 손에 의해 탄생한 대본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벽히 창작의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때문에 역사 영화에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주는 파급력을 간과하고 단순히 흥행성을 위해 기억해야 할 사실은 묻고 재미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역사 영화를 단순히 관망하기보다 객관적 성찰과 더불어 한쪽으로 치우진 관점을 가져서 다시는 역사가 뒤틀리는 일이 없도록 미디어와 관객, 상호 간에 노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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