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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개론> 김준년 교수가 추천하는『선물: 한 일상 행위의 인문학적 이해』

작지만 알찬 책 한 권을 소개한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조규형 교수가 쓴 『선물: 한 일상 행위의 인문학적 이해』라는 책으로, 올 3월에 출판되었다. 책이 책을 부르고 책이 책에 응답한다는 상호텍스트성의 간명한 진리가 말하듯, 이 책은 선물의 의미를 되새기는 학문적 논의의 기원이 된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1872-1950)의 「선물론」에 대한 화답이다. 모스의 「선물론」은 1925년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었지만 워낙에 선물 현상에 대한 획기적 고찰이었기에 학계 내에서 사장되지 않고, 프랑스에서는 1950년에 책자로 다시 태어났다. 영어 번역본은1966년과 1990년에, 우리말 번역본은 『증여론』이란 제목으로 2002년에 출간되었다. 조규형 교수가 요약한 선물을 바라보는 모스의 관점은 다음과 같다. 과거 원초사회에서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선물은 순수한 의미의 선물로 존재하지 않았다. 선물은 허심탄회하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도 의무이고 받는 것도 의무이며 또 보답하는 것도 의무라는 것이다. 즉 선물은 “주고-받고-되돌려주는” 흐름 또는틀 속에서 반복되는 현상으로서 사회 유지의 주요 요소인 교환의 형식을 취한다. 또한 모스는 선물 교환이란 단순한 물건의 교환을 넘어 두터운 의미의 교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선물의 교환이 인격과 영혼의 교환이자 공유가 될 때, 선물은 경제적인 것이자 존경, 도덕, 심미, 감정모두를 포함하는 일상의 심연으로 격상한다는 것이다. 조규형 교수의 선물에 관한 논의는 사회의 총체적 구조 속에서 선물 교환의 함의를 탐구한 모스의 「선물론」에 근거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선물 행위에 담긴 핵심 사안들을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톺아보는 인문학적 탐문이다. 가볍게는 박재삼의 시 「햇빛의 선물」과 오 헨리(O. Henry,1862-1910)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단상에서 출발하여, 깊게는 선물행위가 물물 교환과 분업, 족외혼과 근친상간 금기, 희생제의와 애니미즘, 주술론과 물신주의, 예술의 아우라 등등과 맺고 있는 묵직한 관련성들을 하나하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피에르 부르디 외, 자크 데리다, 칼 폴라니 등의 이론이 갖는 선물론에 대한 반론들을 성찰하며 우리 시대에 대한 차분한 점검을 하기에 이른다. 모스를 통해 조규형 교수가 훑어보았듯이, 폭력이나 전쟁 대신 교환을 통한 평화의 증대를 꾀하는 선물 행위에는 인류가 쌓은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발표한 비평 논문의 결론부에서 광화문 촛불집회에 “동참한 모든 이들은 운동의 강도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진리를 선물 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지난촛불집회의 경우 “선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딱히 다르지 않다는 애매성이 개재되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선물을 주고받는 노력(Conatus)은 스피노자도 전적으로 동의할 기쁜 일이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선물을 잘 주고 잘 받는 것은 지혜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art)까지 요구되는 행위이다. 우리는 그간 선물을 잘 주고자하는 지혜와 기술을 펼쳐왔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로부터 선물을 잘 받고도 교환의 미덕은 안중에도 없고 외려 심히 이상한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찜찜하다 못해 슬퍼진다.

정리 조재형 기자  cjhpmk0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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