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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종이와 펜에 대한 예의

종이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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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갈림길에 선 종이신문, 진퇴양난에 빠지다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줄어든다

 

지금 여러분은 이 기사를 무엇으로 읽고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자. 본지는 2016년까지 종이 신문만을 발간하다가 2017년부터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동일한 기사를 지면과 웹상에 싣고 있다.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신문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은 가판대에 놓인 종이신문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볼수 있는 디지털 신문을 먼저 접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거의 유일한 언론매체로서 사회적 소통의 창구였던 종이신문마저도 그 존폐를 놓고 저울질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종이신문의 입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2016 한국언론연감』과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를 통해 종이 신문 구독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종이신문 구독률은 같은 조사를 했던 1996년 69.3%에서 2016년에는 14.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신문 정기 구독률은 1998년 64.5%를 기점으로 매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구독 여부와 관계없이 신문을 읽는 비율인 열독률을 조사한 결과 역시1996년 85.2%에서 2016년에는 20.9%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수요의 감소는 곧 발행 부수의 축소 절차를 밟는다. 한국ABC협회에서 발표한 연도별 발행 부수와 유료부수 인증결과를 보면 2010년 141개 일간지의 하루 평균 발행 부수가 1천105만부인 것에 비해 2015년 161개 일간지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는 974만6천부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국 일간지 개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발행 부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더 많은 부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 종사자의 이직과 신문 가판의 폐지를 비롯한 경영 악재에 종이신문은 안팎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어 더욱 고립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라지는 종이 언론 매체들, ‘잠시만 안녕’이라 하지만 사실상 ‘폐간’

이러한 상황 속에 결국 대안을 찾지 못해 폐간하는 종이 언론 매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주요 종합 일간지의종이 신문 폐간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긴 역사를 자랑했던 신문들이 폐간되거나 종이신문 발행을 하지 않고 인터넷 신문만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86년에 창간한 영국의 일간지 는 작년 3월부로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온라인홈페이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의 역사를 가진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와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가 경영난으로 인해 폐간하였다. 「뉴스위크」의 경우 다시 종이 잡지를 발간하였으나 이전보다 훨씬 적은 부수로 발행하였다. 국내의 경우 1982년부터 발간한 대표월간지 「레이디 경향」이 적자로 인해 휴간되었으나 사실상 폐간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처럼 영원히 우리 곁에 존재할 것만 같았던 종이 매체들이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추억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디지털 신문, 날개를 달고 성장하다.

더 나은 플랫폼을 찾아 떠나가는 국내 신문 산업의 변화

 

오늘날의 매스미디어는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가 공존하며 경쟁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디지털 신문의 이용률에 비해 종이신문의 이용률은 상당히 저조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대다수의 신문사에서는 종이신문의 발행부수를 줄이기 시작했고, 신문업계의 수익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광고 수입 역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종이 신문과는 반대로 디지털 신문을 통해 들어오는 광고 수입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Pew Research Center에 의하면 디지털 광고 수입은 작년대비 20% 증가해 현재 569억 달러(약 67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더 이상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각 신문사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뉴스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디지털화

아날로그 방식의 종이신문은 디지털 신문으로 전환되었다. 수익 구조의 중심이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들은대부분 유료화 되었다. 처음으로 유료 플랫폼을 출시해 인쇄매체의 디지털화를 구축한 것은 매일경제신문이다. ‘매경e신문’의 등장으로 기성 신문사들은 연이어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를 단행하였으며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통 저널리즘의 중심에 서있던 대다수의 신문기업들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식정보종합기업으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홍석현 사장을 필두로 ‘디지털 퍼스트’ 형태로의 변화를 알렸다. 모든 뉴스의 생산을 디지털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일보의 기자들은 처음부터 지면이 아닌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라갈 것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작성하고, 이들이 쓴 기사는 다시 신문제작, 시사매거진제작 등으로 매체 성격에 맞게끔 재가공 되어 지면에 개재했다. 또한 콘텐츠 유형에 따라 다양한 부서가 생겼는데 24시간 실시간 뉴스를 생산하는‘EYE24’와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가는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ECHO’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중앙일보가 디지털화를 통해 빠른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선일보>는 다양한 지식 및 정보전달에 초점을 맞추었다. ‘e조선경제’를 통해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경제·금융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연동하여 개설한 ‘잡앤(JOB&)’사이트를 통해 20-30대 청년 구독자 층을 위한 취업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방송사에서도 뉴스 소비경로가모바일로 바뀌자 신문사의 행보를 쫓아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BS는 모바일 카드뉴스를 제작해 그래픽 위주의 뉴스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스브스 뉴스’라는 계정을 만들어 딱딱한 시사뉴스에서 벗어나다양한 뉴스 소재를 공급하며 차별화하기에 나섰다. 또한 지난 2월부터는 ‘비디오머그’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긴 뉴스기사들을 다섯 컷의 장면으로 요약하여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디지털 신문의 전망

이렇듯, 신문이 디지털화 되는 것은 단기간에 끝날 변화로 보이지 않는다. 신문기업들은 자사의 경쟁력을 위해서 디지털 신문으로의 발전을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뉴스는 더 이상 단순한 사실 기록의 형태인 ‘기사’(記寫)가 아닌, 다양한 콘텐츠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독자들은 뉴스 콘텐츠를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종이 신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디지털 신문이 대체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를 내비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신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해당 종사자들이 더 좋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찾아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다. 훗날 더욱 발전된 매개체가 등장한다면 그때 또다시 신문 시장에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디지털 신문 역시 종이신문처럼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변화의 바람에 휘청이는 학보사

저물어가는 종이매체의 전성기, 피할 수 없는 과제

종이신문의 몰락은 비단 기성언론 뿐만 아니라 대학언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종이매체의 수요가 낮아짐에 따라 학보사역시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결국 폐간에 이르는 전철을 피할 수 없었다. 영남대학교 학보사의 경우,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수요가 줄어들자 1만부 이상 찍어내던 학보를 6천부 수준으로 줄였으며, 대구가톨릭대 또한 최근 들어 1천부 이상 부수를 줄여 격주로 발행하고 있다. 여기에 인력난, 편집권 침해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학보사 또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학생들이 교내 신문이나 교지를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7.4%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보사의 주요 독자층인 20대가 뉴스 자체를 적게 소비할뿐더러, 그 소비마저도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학우들의 취향에 맞는 기사를 제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1980~90년대의 대학 사회와 달리 대학 공동체가 붕괴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학내 소식을 다루는 ‘대학면’은 더 이상학우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사회면’이 강세인 것도 아니다. 과거대학언론은 기성언론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나, 현재는 기성언론의 대안적 역할을 하는 학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사회적 현안이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더라도 기성언론보다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속성의 부족 또한 학보사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신문이 최상의 신속성을 가진 매체였으나 SNS와 학내 커뮤니티의 발달로 학우들은 굳이 학보를 통한 정보 습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학우들은 ‘대나무숲’,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이 신속하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학내 커뮤니티가 언론사를 대신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구조가 고착화 되었다. 심지어 교내 언론사들은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기보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에 동조하는 경우 또한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7-3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7-3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학신문들도 기성신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매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퍼스트’정책이다. ‘디지털 퍼스트’란 종이신문에만 천착해 온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개념을 담은 용어이다. 경희대학교 학보사인 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의 가장 큰 변화는 지면 발간 후 온라인에 기사를 올리는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온라인 기사를 먼저 올린 후 학생들 반응에 따라 지면에 싣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독자들에게 뉴스레터를 1주일에 3회씩 발송하고, 카드뉴스와 클립형 영상 등 구성을 디지털환경에 맞춘 점이 단연 돋보인다.

지역 공동체 중심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부산대학교 학보사인 은 학내뿐만 아니라 관공서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에도 신문을 배포한다. 기사의 내용 또한 지역 하천 오염, 지역지하철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내용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 실제로 사회부에서 부산 금정구의 ‘젊음의 거리’ 도로 곳곳이 파손됐다는 보도를 한 후에 바로 도로가 정비되는 등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학보사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이렇듯 각 학보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소통전략과 지역 중심 콘텐츠를 갖춘다고 해서 위기가 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학보사의 성격부터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민주주의의 투사’와 ‘학술지’ 역할을 하던 학보는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불분명해졌다.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면서, 재미와 실용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성격의 정립이 필요하다. 본교에서를 담당하고 있는 정군기 교수는 “학보는 대학신문이라는 특성과 한계로 학술적 성향이 강하고, 학교당국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아카데미즘이강한 신문이다 보니 학내 구성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라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철학이나, 예술, 미학 및 사회과학에 관한기사를 줄이고, 학생들에게 재미, 감동 등을 전달하고,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문명의 태동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우리에 곁에 있던 종이는 이제 수평선 너머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만이 해답은 아니다. 편리하기만 해 보였던 인터넷 신문은 신뢰성의 문제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며, Ebook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오히려다시 종이매체를 찾는 모습도 보인다. 이른바 ‘아날로그 감성’이다. 손가락 한 번의 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종이 표면의 질감만이 줄 수 있는 안도감을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종이와 인터넷,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피할 수 없는대립 속에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이의 갈림길에 서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무는 종이와 떠오르는 디지털,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참고자료

하승태 외1명, 「미디어 이용량과  선호 콘텐츠 유형이 미디어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 전통적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아우르며」, 한국언론학보55(1),  한국언론학회, 2011.

장지해 외 1명,「종이의 발명과 인쇄술: 회권과 인쇄술」, 한성대학교, 20081./ 홍혜연, 「책 미디어 변천에 따른 시대적 담론 : 문자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종이책의 변화와 의미」, 기초조형학연구5(3), 한국기초조형학회, 2011.

 

정민주 기자(tjzero2004@mail.hongik.ac.kr)

김보문 기자(qhans0211@mail.hongik.ac.kr)

조재형 기자(cjhpmk0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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