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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음악 속, 진정성을 담아내는 당산대형래퍼 딥플로우

힙합 음악은 1인칭 서사다. 그 얘기가 돈 자랑이건, 사랑 얘기건 자신을 솔직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힙합은 진정성을 함축한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노래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너무 개인적이어서 따분하거나,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래퍼의 가사를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생이 음악 속에 진실 되게 그려져야 한다. 래퍼 딥플로우는 지난 14년 동안 한국 힙합씬에서 활약해오며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그런 그를 자기 자신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있고, 솔직하게 그려낼 줄 아는 래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레이블 VMC의 수장이자 어느덧 14년 차 중견 래퍼인 딥플로우의 진정성 있는 얘기를 들어보자.

 

Q. 고등학생 때부터 힙합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대학생 시절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 음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래퍼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10년 가까이 힙합 음악을 만들고 활동하다 보니 ‘이게 내 직업이다’라는 인식 자체는 없었다. 원래 어렸을 때 그림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20대 중반까지 래퍼 활동을 하면서도 잠깐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지냈었다. 나의 경우 소위 한국 힙합씬의 2세대 래퍼인데, 당시까지는 음악 활동을 통해 돈을 번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아티스트의 곡 피처링이나 공연에 참여해도 돈을 받는 경우가 없었다. 요즘에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미디어 출연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돈을 버는 구조가 생기다 보니, 래퍼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개념이 변하기 전부터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힙합은 돈벌이가 안 된다’에 익숙해 있었다. 사실상 래퍼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한 것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영향이 컸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래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래퍼의 수입 보장이 안정되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수입 면에서 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딥플로우의 정규 3집 앨범 <양화>

 

Q. 힙합 음악을 만들 때 본인만의 영감을 얻는 원천은 무엇이며,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은 무엇인가?
A.
 음악 제작은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일상 속 많은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주로 좋아하는 외국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영감을 풀어내는 방식은 음악 장르마다 다른데, 발라드면 발라드만의 화법, 메탈이면 메탈의 화법, 힙합이면 힙합만의 화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변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힙합 화법에 적합한지, 또 딥플로우가 할 수 있는 색깔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힙합 음악에서는 라임이나 비트 선택이 중요한데, 나의 경우는 옷을 고를 때와 비슷하다. 새로운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처럼, 비트를 고를 때도 재지(Jazzy)한 비트나, 펑키(Funky)한 비트가 마음에 들더라도 결국에는 둔탁한 붐뱁(Boom Bap) 비트를 선호하게 된다. 또, 새로운 플로우(Flow)를 만드는 것보다는 가사 내용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어서, 평소 해오던 라임의 형식을 이용해 가사를 쓴다.

 

 

Q. ‘홍대’라는 장소는 한국 힙합씬에서 상징적인 곳으로 표현된다. 본인 또한 가사를 통해 홍대에 대한 애정과 그곳에서의 치열한 활동을 말하기도 했고, 주요 공연이나 활동을 홍대에서 하고 있다. 래퍼로서 홍대라는 장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20대 초, 중반 시절 홍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힙한 장소였고, 홍대를 간다는 행위 자체가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부여가 됐었다. 나 역시 청량리에 살았고, 홍대생도 아니었지만, 홍대에 모이곤 했다. 홍대가 특별한 동네도 아니었고 대학가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홍대가 사람을 이끄는 기운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이전만큼의 분위기는 아니어도, 여전히 홍대라는 장소는 한국 힙합씬의 메카라고 할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나에게 있어서 홍대는 애증의 장소이기도 하다. 정규 앨범 3집 <양화>를 통해 나타나기도 했지만, 20대 후반의 나는 홍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홍대에서 활동을 마치고 당시 살고 있던 영등포로 돌아갈 때 홍대는 나의 성공이자,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로 느껴졌었다. 물론 지금은 홍대에 대한 환상이 가라앉았고, 작업실이 홍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됐다.

 

VMC 컴필레이션 앨범 <VISTY BOYZ>

 

Q. 지난 2003년 라임어택의 음반을 통해 공식 데뷔를 한 이래로 빅딜(Big Deal), 지기펠라스(Jiggy Fellaz)에 소속되어 음악적 행보를 이어갔다. 햇수로 14년이란 시간 동안 내·외적으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래퍼 활동을 직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변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전까지는 래퍼 활동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고, 이 때문에 래퍼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힙합 음악으로 상업적인 성과를 얻게 되면서 래퍼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했다. <양화> 앨범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내 음악을 만드는 것에만 치중했었는데, 이제는 음악 사업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반면, 랩 음악을 만드는 태도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변한 부분과 변하지 않은 부분이 상충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돈이 되는 활동이나 음악에 대해 예전보다 더 잘 알게 되면서 그런 음악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상업성이 떨어지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Q. 현재 VMC(Vismajor) 크루의 수장으로서 레이블을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 힙합씬의 형태를 보면 크루나 레이블 단위로 활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VMC의 음악적 지향점은 무엇인가?
A. 
힙합 장르에는 패거리로 지칭되는 크루 문화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탱 클랜(Wu-tang Clan)과 같이 개성이 뚜렷한 집단의 음악을 들었다. 나 역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온 만큼 크루 문화를 당연하게 이어가게 된 것 같다. 따라서 최근에 한국 힙합씬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적 특색을 드러내는 크루나 레이블이 나타나는 것은 힙합 문화를 더 재밌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VMC 크루를 운영하면서 사람을 뽑았던 기준은, 얼마만큼 음악적으로 교류할 수 있느냐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음악적으로는 발성이나 목소리 톤이 독특한 래퍼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VMC의 음악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특징짓기가 어렵다. 각 개인마다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9월 8일(금) 발매된 VMC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둔탁하고, 하드코어한 VMC 크루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Q. 최근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힙합 아티스트의 미디어 출연이 증가하고 있는데, 래퍼들의 미디어 노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개인적으로 <양화> 앨범을 발표하고 난 후 여러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를 많이 비판했다. 여전히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요구가 완벽히 충족되지 못하고, 악마의 편집으로 희생당하는 측면이 강해, 멋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딥플로우 개인의 정서이다. VMC 레이블을 운영하게 되면서 레이블 운영과 홍보 방법에 있어서 수입적인 측면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때때로 개인의 음악적 세계관과는 다른 생각이 요구된다. 실제 VMC 내에서도 뮤직비디오나 음악 작업 영상을 발표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려고 노력하지만, <쇼미더머니> 출연이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끄는 것이 현실이고, 대세이다. 나 역시 이전 <쇼미머더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발표한 말이 현재에 와서 많이 변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말을 바꿨다는 사람들의 비판에 동의하고,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힙합 아티스트들의 미디어 노출에 대해서는 대중 앞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미디어 노출이 목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 인기 있는 힙합 프로그램이 언제 폐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노출을 자신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Q. 본인에게 힙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리스펙트(Respect)이다. 이전에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답했는데, 지금은 리스펙트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쇼미더머니>에 1세대 래퍼 디리기씨가 출연했다. 디기리씨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편집되어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 여전히 리스펙트의 대상이다. 실제로 그와 만나 얘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내가 어렸을 적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랐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게 존중의 표시를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힙합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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