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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회화 98) 동문브랜드의 색을 입히는 젊은 예술가

길거리에 한 번 나가보자. 복잡한 거리 사이 곳곳 각양각색의 색깔을 가진 매장들이 환하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매장의 디자인을 접하고, 소비하고, 향유한다. 그런데 여기,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브랜드의 색을 불어넣고 그리는 젊은 예술가가 있다. 오리지널 웨이브(Original Wave)의 김남희 대표는 정관장 HUB, 토즈 스터디 센터 등 50개가 넘는 브랜드를 예술가의 감성으로 디자인하며 이제는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브랜드에 생기를 불어넣어 꽃을 피우는 젊은 창업가, 김남희 동문을 만나보았다.

Q. 본교 회화과에 진학해 작가의 꿈을 키워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 기간 작가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리지널 웨이브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A. 홍익대학교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미대라고 해서 어렵게 들어갔고, 4년간 자부심을 가지며 다녔다. 그런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전시에 불러주지 않았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함께 졸업했던 동기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소속이 없어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고, 각자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아무도 우리 작품을 전시해주지 않으면 우리라도 전시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작품 전시와 경매를 병행하는 ‘스튜디오 유닛’을 만들게 되었고,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스튜디오 유닛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한 대표님이 자신의 매장을 꾸며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디자인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로고 제작과 매장 인테리어까지 모든 작업을 4주 안에 마쳐야 하는 상황에 주변 친구들은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며 나를 말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왠지 모를 뜨거움을 느꼈다. 결국 밤잠을 설쳐가며 프로젝트를 완성시켰고, 내가 상상했던 디자인 콘셉트가 세상에 모습을 선보인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다행히도 그 브랜드가 이후에는 이른바 ‘대박’을 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오리지널 웨이브가 다지인한 'TOZ TOWER' / 사진제공: 오리지널웨이브

Q. 오리지널 웨이브는 회사의 브랜드를 만들고, 일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팅(Creative Directing)’을 하는 회사라고 들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란 단어가 다소 생소한데, 그 개념과 오리지널 웨이브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선 오리지널 웨이브는 일명 ‘브랜딩(Branding)’을 하는 회사다. 어떤 회사가 브랜드를 새로 런칭할 때 혹은 기존의 브랜드가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할 때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을 한다. 우리 회사를 디자인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오리지널 웨이브는 마케팅 전략부터 브랜드의 방향성, 스토리텔링, 심지어는 음악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아울러 폭 넓은 컨설팅을 하는 회사다. ‘브랜딩’이란 어떤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일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요소는 브랜드의 이름일 수도 있고, 매장의 분위기 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매장의 향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과정을 총괄하는 주체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면 각각의 팀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처음에 설정한 정체성에서 벗어나 중구난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부분들을 총괄하고 조절하며 각 팀과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일, 이것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다. 

오리지널 웨이브가 디자인한 'ALO 매장' / 사진제공: 오리지널웨이브

Q. 대학생활 중 집안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


A. 대한민국에서 홍익대학교 정도 다닌다고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아버지의 사업이 갑작스럽게 실패하여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외국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 학교도 모르고,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관심도 없었다. 내가 부모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계급장, 학생이라는 계급장 이런 것을 다 떼고 오롯이 나만 남았을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가 스스로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일종의 강박 같은 것이 생겼다고 할까. 이 때문에 사실 요즘도 주말이나 휴일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생각들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Q. 회사 이름이 ‘오리지널 웨이브’일 뿐만 아니라. 회사 모토 또한 ‘우리는 당신을 오리지널로 만든다(We make you original)’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예술가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 예를 들어 고흐 같은 경우 자신의 찢어질듯한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만의 내면에 집중했던 작가의 작품은 세월이 지나더라도 오리지널로 남는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오리지널리티란, 가장 자기답고, 자신의 본연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장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가 오리지널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이는 작품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내 삶의 방식에도 적용된다. 지금 나의 모습이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다.

Q. 작가에서 전시 기획자로, 또 다시 사업가로 변신한 사람으로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아티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A. 수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틀을 짜는 사람들이 항상 성공한 다는 것이다. 꼭 사업을 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회사든 그 구조를 먼저 자놓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자신이 언제나 ‘나는 그저 누군가가 고용한 디자이너야, 나는 그냥 고용된 선생님이야.’ 라고만 생각하면 평생 누군가가 자기를 고용해줘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틀을 짠 사람도 본인보다 그렇게 잘날게 없는 사람일 테니까, 내가 어디 가서 꿀리진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마 요즘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내 적성을 잘 몰랐다. 그래서 서른 살 정도까지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참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열정페이’를 받으며 일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재능은 학교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엔 누군가 그림을 잘 그리면 “너 화가하면 되겠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화가의 재능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별로라 하더라도 “웃기네!”하며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끈기’. 다음 달에 내 통장에 100만 원도 안 들어올 것을 알지만, 오늘 술을 사먹을 수 있는 ‘패기’, 자기 자신과 오롯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이 모두 화가로서의 재능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고민하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을 하거나 무작정 사회로 뛰어들면 조금 불행해지는 것 같다. 마흔 살이 넘어서 ‘나는 아직 덜 논 것 같다!’ 라거나 ‘나는 누구인가’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20대는, 이것저것 충분히 경험해 보고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을 채우는 기간이다. 절대 나에게서 무엇인가를 뽑겠다는 생각을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서른 살 전까지는 약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조재형 기자  cjhpmk0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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