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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마주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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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지막이다.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왔던 1년은 기억이란 이름 앞에 다가와 추억이 되었다. 이제 기자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난다. 돌이켜보면 무모했고, 무지했을 뿐이었다. 불나방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뜨거운 불에 뛰어들어 열정적으로 사랑하듯이, 현장에 나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고, 뜨겁게 순간을 사랑했다. 하지만 딱 그만큼. 힘든 일정에 지쳐 점점 열정을 잃어가는 기자의 모습을 볼 때면 딱 그 열정만큼 아쉬웠고, 딱 그 열정만큼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한마디로 기자에게 있어 신문사란 누구보다 열정적인 기자의 모습을 비추면 그 만큼의 시련도 안겨주었던, 시원섭섭한 존재였다. 


그런 기자에게 가끔 신문사를 떠난 선배가 이곳이 그립다는 말을 할 때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바쁜 마감에 쫓겨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간이 그리우며, 어떻게 밤을 새워가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기획서가 한 순간에 없어지는 허망함이 그리우며, 어떻게 행여나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하게 만드는 선배들의 눈초리가 그리우며, 어떻게 남들은 다 노는 토요일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아쉬움이 그리운 것일까. 하지만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기자는 그 그리움이 어렴풋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바쁜 마감에 쫓기던 시간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기자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오늘보다 나은 기획서를 만들어갈 자신을 기대하던 순간이 그립고, 고독할 정도로 어둡던 토요일 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동기들과 기울이던 술잔 속의 따스함이 떠오르고, 지독하게 힘들던 밤엔 괜시리 선배에게 더 밝게 말을 걸어 밤새 떠들었던 달빛 아래 우리의 모습이 그립고, 바쁜 와중에도 친구와 게임 한 판 하자며 낄낄댔던 근거 없는 여유로움이 즐거웠고,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 혼잡했던 놀이공원 속 유대감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나 자신 조차 오롯이 감당해내지 못했던, 힘든 일정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투정뿐이었던 신문사는 절대 그립지 않았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마지막이란 이름의 문 앞에 서니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신문사의 밤은 무겁긴 해도 무섭진 않았는데. 사회라는 치열함 속에선 다시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만 같아 두렵다. 아마 앞으로도 기자 앞에 놓인 시간은 이런 기억과 이별의 연속이겠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새내기였던, 어리숙한 2학년이었던 기자의 신문사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군대를 전역한 후에, 혹은 10년, 20년 뒤 우연히 학교에 들렀을 때, 기자에게 신문사란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까. 누군가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고 했던가. 아마 기자의 기억속 신문사는, 잊을 수 없는 한 순간 순간의, 찰나의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돌이켜보면 1년 반이란 시간 속에서 기자에게 신문사가 남긴 것은 늘어난 글 실력도 아닌, 뛰어난 기획력도 아닌,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고, 즐거움이고, 애증이며, 사랑이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S동 211호를 기억한다. 내가 너를, 211호를 기억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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