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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 허준, 지하에서 웃다

지난 5일(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우리는 대한민국 깊은 곳에 뿌리내린 님비(NIMY, Not In My BackYard) 현상과 장애인 혐오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5일 오후 강서구에서 열린 주민토론회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토론회였다. 토론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 장애인단체와 학부모단체, 강서구 주민 400여명이 참석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나뉘었고,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에 긍정적으로 보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을 왜 무릎까지 꿇어가며 특수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것이고, 왜 다른 이들은 이를 끝내 반대하는 것일까


서울시교육청과 특수아동 학부모들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이유는 특수아동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에 의하면 현재 강서구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약 200여명이다. 하지만 강서구의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한 곳 뿐이며 교남학교의 정원은 약 100명가량으로 한정되어있다. 더구나 특수학교가 없는 인근 지역의 특수교육 대상자들 또한 교남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차편을 이용해 30분~1시간 거리의 타 지역 특수학교에 통학을 하거나, 혹은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즉, 서울시교육청과 특수아동 학부모들은 특수아동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강서구 주민들은 이에 완강한 거부 의사를 보였다. 주민들은 해당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오지 않고,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해당 지역이 상대적으로 타 서울 지역에 비해 낙후한 상황이고, 지역 내에 구암 허준의 출생과 관련하여 박물관이 있으니 연계한 국립한방병원을 지어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국립한방병원의 이야기는 지난 총선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워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한 곳 있지만, 서울시의 25개 구 중 8개 구엔 아예 특수학교가 없다는 점을 들어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4년 전부터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해온 상황이고 작년 8월 행정예고를 함과 동시에 예산도 배정받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교육청은 해당 부지는 법적으로 학교로만 사용할 수 있어 한방병원설립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청의 주장에 김성태 의원은 교육청에서 마곡지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강서구 내 다른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한다면 어떨까? 이에 대한 주민들의 대답이 명확하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교육청에서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제공하겠다는 말에 동요하지 않았던 점을 비추어 볼 때 강서구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듯하다. 더구나 지역의 낙후성을 강조하여 특수학교를 반대한 점을 볼 때, 그들은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지역이 더 낙후하거나,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생각과 다르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교육부와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에서 실시한 ‘특수학교 설립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연구’에 따르면 특수학교가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주민들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단순 부동산 가격의 인상 뿐 아니라, 특수학교 설립과 함께 운영되는 각종 복지 시스템도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특수학교는 끝내 거부하고, 국립한방병원 설립만을 외치는 강서구 주민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의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전하고 있다. 즉, 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모든 국민을 정의하는데, 그 사람의 장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사태를 보고 있자면 사람의 존엄이, 사람의 권리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단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일반 주민에게 필요하지 않고, 국립한방병원이 설립되는 것이 지역 발전에 좋다고만 하는 주민들에게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일까? 만약 국립한방병원이 해당 부지에 설립된다 하더라도, 허준이 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편집국장 양승조  hiujimi@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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