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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비극,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시라노의 진실한 사랑 이야기

뮤지컬 <시라노(Cy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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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 파리, 이른바 ‘낭만’을 행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삶은 남들이 꿈꾸는 낭만 그 자체였다. 그는 인생의 첫발을 귀족 집안에서 뗀 것으로 모자라, 수사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공상 과학소설을 쓰는 등 문예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왕실 근위대로 참전할 정도의 용맹함 또한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힘겨루기의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는 펜과 칼 모두를 손에 쥔 그는 항상 결투에 휘말리기 일쑤였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36세의 젊은 나이에 인생의 막을 내렸다.

 

강렬하지만 짧았던 그의 인생은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1868-1918)에 의해 제2막을 올리게 된다. 에드몽 로스탕은 특히 격정적인 삶 속에서 지켜왔던 그만의 낭만,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라는 희곡을 완성시켰다. 그의 이야기 속 시라노는 실존했던 시라노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검술과 말솜씨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탁월하다. 하지만 화려한 문장으로 자신의 전쟁 일화를 자랑하는 그의 목소리도 작아질 때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그의 코에 관해서였다. 그는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큰 코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며,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그가 용기 내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로스탕의 시라노는 그간 오페라, 발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해왔지만 국내 무대에서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홍광호, 김동완, 최현주 등의 배우가 합류한 이번 작품은 배우 출신 류정한 프로듀서가 배우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내보인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총 2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막에서 시라노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록산을 향한 마음을 내보이려 하지만, 록산이 크리스티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내 마음을 접는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와 상반된 특징을 가진 인물로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말솜씨가 없어 록산을 사로잡지 못한다. 시라노는 록산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며 크리스티앙을 돕는 동시에 남몰래 자신의 마음을 토로한다. 반면 2막에서는 전쟁에 나선 크리스티앙의 죽음으로 1막과는 상반된 비극적인 분위기의 극이 진행된다. 록산은 수도원에 들어가 홀로 지내고 시라노는 여전히 마음을 숨긴 채 자신의 말재간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준다. 죽음에 다다라서야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시라노의 모습은 이야기의 결말을 비극으로 몰아넣는다.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한 사람만을 사랑했지만 끝끝내 이를 제대로 내보이지 못하는 시라노의 모습은 답답하고 또 안타까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적 결말은 오히려 시라노라는 이름 앞에 낭만과 순수라는 수식을 가능하게 한다. 과연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기 코가 커서 슬픈 한 남자, 시라노가 내놓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는 것은 어떤가.

 

전시기간 : 2017년 7월 7일(금) - 2017년 10월 8일(일)

전시장소 : LG 아트센터

관람시간 : 화-금 오후 8시(수요일 3시 마티네 있음) / 주말 오후 2시, 7시

관람요금 : VIP 140,000원, R석 120,000원, S석 80,000원, A석 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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