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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을 다양한 문화 속 한 줄기로 인정할 사람, 나야 나!

“나는 누군가의 팬이다!” 편견 속에서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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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단어이다. 국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이 단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덕질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아이돌이다. 그러나 일부 무책임한 팬 활동을 강행하는 집단으로 인해 평범하게나마 아이돌 팬 활동을 하는 것은 고되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 나이 먹고도 아이돌을 좋아하다니 정신 못 차린다’는 소리부터 곱지 못한 시선까지 아이돌 덕질은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낭비라고 여겼던 이들의 돈과 시간은 결국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고 나아가 어떤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지금부터, 청년들의 시간 속에 자리를 잡은 팬덤 문화를 이야기해보자.

 

▲팬덤, 너는 누구니?

‘팬질’, ‘덕밍아웃’, ‘일코 해제’ 등 주변에서 자주 사용하나 언뜻 봐서는 전혀 뜻을 파악할 수 없는 이 단어들은 사실 팬덤과 관련이 있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이 합쳐진 합성어로,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 정의한 개념이다. 이후 팬덤은 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대중문화가 확산되며 나타난 현상 중 하나로, 팬덤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문화로 정의한 ‘팬덤 문화’라는 단어 역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팬덤의 역사는 1980년대 초, ‘조용필의 오빠 부대’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팬클럽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조직을 결성하여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한 최초의 사례는 조용필의 팬클럽이다. 이후 1990년대 서태지, 젝스키스, HOT가 등장하면서 팬덤의 크기는 점차 커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이제는 10대 중심의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20대, 나아가 30, 40대의 앰(엄마)들의 팬덤 문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화제성 1위를 차지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실제 투표를 분석한 결과, 20, 30대가 전체 투표 비중의 과반수를 차지하였으며 40대 역시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잘 모르는 자신들을 유희적으로 ‘할미픽(할머니의 픽)’, ‘줌마(아줌마)픽’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그 사례이다. 또한 이전에는 그저 가수의 CD를 사는 정도에서 팬덤 활동을 그쳤다면 이제는 팬의 이미지가 곧 가수의 이미지라고 주장하며 색다른 산업을 시작하고 있다. 가수의 이름을 내건 기부부터 봉사까지 자선적인 성격의 활동을 하며 그들의 이름을 의미 있는 일로 끌어들인 것이다. 또한 아이돌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고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우는 등 팬덤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범적 사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팬덤을 향한 엇갈리는 시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렇듯 팬덤은 시대를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에 둘려싸여 있다. 누군가의 팬이라고 밝히며 그와 관련한 얘기를 꺼낼 때면 “가수 혹은 배우 때문에 쓸데없는 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네 일이나 제대로 해라”, 혹은 “상업적인 이미지 같은 상술에 넘어갔네.”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비록 이런 말은 삼갈지라도 어쨌든 비슷한 관심사가 아니라면 조금 오바스럽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부모님께 좋은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콘서트 가고, 아이돌 굿즈를 사냐며 돈 낭비라고 혼내세요. 저는 그저 사람들이 다른 곳에 쓰는 돈을 조금씩 모아 팬클럽 활동을 하는 건데 말이죠.”

 

“심지어 팬 카페 부회장을 하다보면 ‘그렇게 까지 활동해도 그 아이돌은 너 모른다’라는 말과 같은 자조적인 말을 듣곤 해요. 그러다 보니 내 행복을 위해서 했던 일이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그 아이돌의 노래를 건너뛰고 다른 노래를 재생하곤 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남들 앞에서는 부정해야 하니까 가끔은 씁쓸하기도 하고요.”

 

익명을 요구한 20대의 이들은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자신들이 팬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아이돌 팬임을 밝히는 순간 사람들이 자신을 극성맞고 민폐 짓을 하는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팬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팬클럽 사이의 집단 충돌 및 연예인을 상대로 한 스토킹, 사생팬, 사이버 테러 등으로 인해 팬덤 문화를 하위 문화로 취급하곤 한다.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치기 위해 건전한 팬덤 문화를 형성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여전히 시끄럽고 소용없는 짓으로 치부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혀져 있다. 동경하고 좋아하는 스타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돈을 모아 ‘조공’을 하는 것부터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래를 재생하는 ‘스트리밍’ 역시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식의 질타를 받는다고 전했다. 특히 음악 차트가 곧 인기 순위라는 인식으로 인해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전부 재생해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새벽 차트는 전부 그들의 노래로 가득 차있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음원차트 100위 안의 노래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의 노래가 아이돌 노래로 구성되어 있어 그 외의 장르가 차트 밖으로 밀리고 주목 받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적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팬덤 문화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처럼 개인 혹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걸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는 팬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수의 얼굴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발적으로 선행 활동을 자처하는 등 팬덤 문화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렇듯 팬과 가수가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지금, 오히려 팬덤 활동으로 자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좋아하는 아이돌이 여자 댄스 가수여서 춤을 따라하다 보니 운동과 함께 체중 감량이라는 자기개발도 되더라고요. 가수에게 자랑스러운 팬이 되고자 더욱 노력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삶의 일부가 된 그들에게 점점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얻는 것은 없어요. 다만 자기만족이고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지친 하루 중 유일하게 웃는 시간이 그들의 음악이나 동영상을 볼 때예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이 시간을 쓸데없다고 함부로 정의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단순히 활동을 넘어 한 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은 ‘팬덤’. 팬덤은 더 이상 10대들의 향유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를 넘어 긍정적인 영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대 팬덤은 앞서 보았듯 10대보다 더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남들에게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면도 있다. 이전에 생겨버린 팬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들의 삶의 일부를 부정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사고방식에 대해 특정 잣대를 갖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당당하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20대 팬덤 문화도 다양한 문화적 운동으로 바라봐야 할 때이다.

 

 

김나은 기자(smiles3124@mail.hongik.ac.kr)

권미양 기자(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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