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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S동

드디어 이 제목을 쓰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몰랐는데, 시간의 흐름은 이와 관련된 수많은 관용구를 모두 꺼내 말해보아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무서운 것이다. 마지막 S동 211호 기사의 제목을 왜 이렇게 짓고 싶어 했는지조차 이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야 할 만큼 마지막을 바랐던 시점과 실제로 마지막이 다가온 시점의 간극은 너무나도 멀었다. 결국 마지막 수기를 쓰는 날이 온 지금 이 순간에도 ‘퇴임’이라는 단어는 기자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S동 211호 기사를 작성하면 기사에 실을 일러스트를 신청할 때 일러스트 기자님이 참고할 사진을 올려야 한다. 기자는 이번까지 3번의 S동 211호 기사를 쓰면서 그때마다 모두 같은 사진을 사용했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셀카를 찍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 같은 사진인데도 각기 다른 일러스트 기자분의 손길로 창조된 또 다른 기자의 얼굴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과연 마지막으로 실리게 될 기자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전 기사의 일러스트처럼 머리를 노랗게 그려주신다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염색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 참 설레고 복잡한 기분이다. 


다소 뜬금없고 맥락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기사를 쓰는 기자의 심리적 상태가 글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신문사를 떠나게 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기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수많은 언덕들이 눈에 선하다. 매주 방심하는 사이에 치고 들어오는 수많은 일들로 경사진 언덕을 오르는 과정 속에서 기자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와는 분명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기자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단순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시절의 자신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있었던 시기였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시기에 으레 하는 고민들조차 발끝을 살짝 적시고 간 파도처럼 후루룩 넘어갔고 입시가 한창일 때에도 위기의식이나 불안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모든 일에 그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낙천적인 믿음으로 일관해 와서 느껴본 감정의 폭이 일정했다. 그래서 말이든 글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실제로 겪은 경험이 아닌 책이나 드라마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대부분이었기에 삶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이 없어 말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입장이 아닌 듣는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글을 적는 순간조차 나에 대해 무엇을 내보여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분명 신문사에 들어온 이후에 많은 일이 있었고 감정의 폭 역시 넓어졌지만 그렇다고 이전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그 모든 일은 다른 의미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신문사’라는 거대한 언덕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굴곡들을 넘으면서 세상을 향해 걸어갈 다리가 튼튼해지고 있음을 느꼈을 뿐이다. 신문사 생활이 끝나고 기자가 아닌 일반 학우로 돌아오면 올라야 할 언덕이 사라져 한동안 평평해진 땅을 어색하게 걸을 것 같다. 이제 직접 언덕을 짓고 이를 올라가야 하는데 한 번도 무언가를 스스로 해 본 일이 없던 기자에게 이것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에 순응하고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이전의 생각이 틀렸음을 안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돌이켜봤을 때 가장 오르기 힘들었던 지금의 언덕이 그렇게 대단치 않았다고 느끼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 순간이 다가오기를 기꺼이 기다려본다. 

 

정민주 기자  tjzero2004@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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