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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법학 88) 동문법조계의 휴머니스트, 사람을 위하는 변호사

흰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두꺼운 책들로 가득한 책장을 등지고 앉아 책상 위 가득 쌓인 서류들을 살피고 있는 사람.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어떤 직업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흔히 변호사라고 하면 영화 <변호인>(2013)의 송우석 변호사처럼 억울한 의뢰인을 대변하여 법정에서 검사를 상대로 멋지게 변론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정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변호사의 일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올해로 경력 17년 차인 김두환(법학88) 동문은 현재 서초동에 위치한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스스로 차가운 법보다 따뜻한 애정의 마음으로 사건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본교 법학과가 생긴 후 처음 변호사가 된 동문이라 들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변호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가?


A.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공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히 법학과를 선택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변호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법학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 사법시험 공부에 몰두했다. 내가 본교 법학과에 입학한 88년도가 학교에 법학과가 처음으로 신설된 해였는데, 신설학과이다 보니 법학과에 대한 인지도나 지원 같은 것이 미미했다. 그래서 법학과 학생회에서 회장으로 일하며 법학과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또한 외부 활동을 즐기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교내 방송국에서 방송 관련 업무를 하기도 했다. 1, 2학년 초반까지는 그런 외부 활동에 몰두하며 나름의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공부에는 조금 소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3학년 후반기에 접어들고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사법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법학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Q. 변호사는 흔히 날카로운 분석과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외에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하기보다 먼저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분야에서든 경험은 많이 해보는 게 좋다. 별 쓸모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경험들도 모이면 자신의 밑거름이 된다. 법학을 배운다고 해서 꼭 법에 관한 경험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경험을 통해 저절로 얻어지는 원리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법에도 그러한 원리가 존재한다. 그 많은 법전을 전부 외우려 든다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원리를 통해 하나씩 이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이해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다양한 분야를 통해 얻은 경험들이다. 또 한 가지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변호사가 하는 일도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의 일종이므로 날카로운 분석력, 판단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차가운 면이 많다. 법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원리원칙에 따른 공정한 판결일지 몰라도 인간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법 자체로는 ‘차가운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따뜻한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Q. 맡았던 소송 중 기억에 남거나 조금 특별했던 일화가 있는가?


A. 지금까지 변호사로 17년 동안 활동하면서 맡았던 소송들이 매우 다양했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굉장히 많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고르자면 근래 끝마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꼽고 싶다. 이 소송은 박정희 정권이 초헌법적인 긴급조치를 발휘해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조금이라도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국민을 잡아 행했던 가혹행위와 이에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국가에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유신헌법과 당시에 적용되던 모든 법률이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과거에 처벌을 받았던 이들 역시 죄를 사면받고, 억울하게 당한 일들에 대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청구했지만, 본 소송은 하급심에서 국가배상을 인정받은 뒤 대법원에 올라가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에서는 당시의 고문, 학대 사건 등이 형을 집행한 공무원 개개인들의 잘못이므로 국가가 배상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렇지만 고문이나 가혹 행위를 입증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배상은 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70년대에 일어난 사건이라 40년도 지난 일이다. 지금 와서 그 모든 것을 입증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그들은 사실상 배상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의 억지스러운 판결로 인해 피해자들이 보상받지 못하고, 제대로 사건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그 소송을 잊을 수가 없다.  

Q. 많은 이들이 법조계에서 일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바라보곤 하지만 법을 공부하고 로스쿨, 고시 등을 준비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이유에서 꿈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요즘 같은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다. 그렇기에 법조인이 되는 것 역시 특별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도 마찬가지였지만, 법학과에 다니는 대다수의 학생이 법조계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학과에 다니면서도 법조인이 되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렇기에 나 또한 대학원을 이곳저곳 알아보며 고시 준비를 미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조언하고 싶은 것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낮은 존재라 생각하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도전하기도 전에 멈추어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대학으로 순위를 매기며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학생들이 많은데, 대학의 순위는 중?고등학교 때의 성적에 얽매인 결과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로 인해 남들은 나보다 훨씬 우월하다 여기고 ‘나는 그 아이들보다 못하니까 포기할래’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다.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학 시절에 노력해서 못 이룰 것은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못하면 1년 이내에 금방 다른 길을 찾거나 포기하기 마련이다. 나는 현재 자신의 위치가 직전에 행한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4년 동안 기회는 매우 많이 찾아온다. 예전의 내가 어쨌건 더이상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포기는 더더욱 하지 않았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시험이면 시험, 학점이면 학점 그 외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기본적인 것들은 다 준비해야 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먼저 그런 기본을 갖추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나는 요즘 세대들이 우리 세대들보다 너무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한다. 그때는 그래도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라 원하는 자리에 취직해서 일하는 것이 지금만큼 치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가 워낙 침체기에 있는 상태이다 보니 새로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없어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앞으로는 대기업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력도 얼마 안 되고 지금 인기 있는 업계는 계속해서 포화상태로 그 자리에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새로운 수요를 찾아서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어딘가에는 분명 여러분의 자리가 남아있고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또 그 자리를 찾아다니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 추세인 것을 굳이 따르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꿈을 향해 끝까지 정진해 나가길 바란다.   

 

김보문 기자  qhans02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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