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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그려진 감시사회의 모습들

감시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발가벗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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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막스 쉬렘스는 2011년 페이스북(Facebook)이 수집한 자신의 데이터들에 대한 반환 소송 끝에 1,200여 쪽에 달하는 문서를 전달받았다. 해당 문서에는 그의 친구 목록과 그가 읽은 기사,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목록 등이 담겨있었으며 이는 그의 인간관계와 정치적 성향, 성적 취향까지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이와 같은 일은 비단 쉬렘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은 물론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신용카드 결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네트워크와 CCTV에 거래 내역과 위치가 저장된다. 어느새 우리는 제3자에 의한 감시와 관찰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감시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묘사된 감시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감시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세 편의 영화를 들여다보자.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0>(2006)에서는 10만 명의 비밀경찰이 활동하던 1984년 동독의 감시사회를 조명한다. 동독 국가안전부에서 일하는 비슬러 대위는 유명한 극작가인 드라이만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고 감청 장치를 설치하여 드라이만의 사생활을 낱낱이 감시한다. 그러나 드라이만의 무고함을 알게 된 비슬러 대위는 이 감시를 계속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나 나치 독일과 같은 전체주의 독재 국가에서 비밀경찰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까지 민간인을 사찰하여 반(反)체제적 정치활동을 탄압했으며, 영화 <타인의 삶>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민간사찰에 대한 비밀경찰의 이념적 고뇌를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스노든(Snowden)>(2016)은 2013년 전직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계약요원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 1983~)이 ‘프리즘 프로젝트’를 폭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리즘 프로젝트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정보 등을 비롯해 여러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미국의 개인정보수집 계획으로, 영화에서는 스노든이 프리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죄책감과 감시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일상의 모든 활동이 감시당하는 모습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1948)에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독재자 ‘빅브라더(big brother)’를 연상시킨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앞서 영화 속에 묘사된 과거와 현재의 감시사회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미래의 감시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필립 K.딕(Philip K. Dick, 1928~1982)의 동명 SF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2002)는 현상의 감시를 넘어 미래까지 감시되는 모습을 다룬다. 영화의 배경인 2054년의 워싱턴 DC에서는 범죄예방관리국의 미래예언 시스템을 통해 예비범죄자들을 체포한다. 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법철학과 운명론적인 고민 뿐 아니라 미래의 감시사회에 대한 상상까지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기존 감시사회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1인 독재자에 의한 국민적 통제만을 다룬 데 반해 이 영화의 감시기술은 범죄 예방을 위한 선의의 기술로서 등장한다. 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 등 여러 도시에서는 범죄예측 서비스인 프레드 폴(PredPol)을 적용해 범죄를 예측하고 있다. 프레드 폴은 과거 범죄가 일어난 지역을 6개월 단위로 학습해 특정 장소에서 언제 어떤 유형의 범죄가 일어날지 예측하며 이를 통해 범죄 예방률이 기존 대비 15~20% 향상되는 데 기여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거래와 소통의 효율성은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특징이며, 전산과 기록을 통해 이루어지는 감시는 이러한 효율성과 편리함에 동반하여 이루어지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그러나 지금의 감시는 오웰이 말하는 빅브라더가 아닌 이동성과 속도를 선호하는 사회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감시사회 속에 살고 있고, 이에 적응하면서 현대문명의 윤택함을 누린다. 다만 <스노든>에서처럼 누군가에 의한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이면서도 강경한 규제 방안의 마련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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