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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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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신기한 볼펜이 있었다. 본디 펜이란 눈에 보이는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인데, 그 펜의 경우 바로 글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으로 색을 칠해야 비로소 적은 것들이 종이 위로 하얗게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현대의 심층 암호 기술 중 하나로 알려진 스테가노그래피는 그리스어로 ‘감춰진’이라는 뜻의 ‘stegano’와 ‘쓰다’의 의미를 가진 ‘graphos’가 합쳐진 단어로 ‘감춰진 글’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어린 시절 흰 종이에 투명한 볼펜으로 메시지를 숨겨 전달하듯, 스테가노그래피는 이미지 파일이나 MP3 파일 등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기밀 정보를 숨겨 전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의 암호학에서 가르치는 암호화(encryption)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을 방해하기 위해 커다란 자물쇠를 매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것이 접근해야 하는 성벽인지조차 알아채지 못하도록 전혀 관련 없는 것으로 가려놓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의 유래는 어린 시절의 신기한 볼펜을 넘어 기원전 5세기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리스의 왕 히스티에우스는 페르시아의 왕 다이루스에게 인질로 잡혀있었고, 자신의 양아들에게 페르시아에 대한 항전을 명령하기 위해 밀서를 보내야 했다. 왕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노예의 머리를 깎아 두피에 내용을 새기고, 시간이 지나 밀서의 내용이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자 그를 아들에게 보낸다. 이로 인해 그리스는 페르시아에 대한 항전을 시작하였고, 이것이 문서로 기록된 인류 최초의 스테가노그래피이다. 이후에도 스테가노그래피는 인류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어져 왔다. 특히, 2차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인들은 비밀 메시지를 점 하나의 크기로 축소하는 ‘마이크로도트(microdot)’를 창안하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은밀하게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9·11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Al-Qaeda) 또한 테러준비에 필요한 데이터를 성인물 이미지, 영상 등 전혀 관련 없는 파일에 숨겨, 즉 스테가노그래피를 이용하여 전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전쟁 상황 등에서 기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이 기술은 최근 일반인들의 컴퓨터를 위협하는 존재로 언급되기도 한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암호 기술 중 하나로써 정보보안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일부 사이버 공격자들은 이를 악용하여 랜섬웨어, 악성 코드 등을 유포하는 등 많은 이들의 보안 성벽을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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