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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 유현준 (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7.09.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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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 (Loft)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이 명제를 뉴욕의 로프트(Loft)처럼 잘 보여주는 건축형태도 없다. 로프트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라고 되어있다. 이 사전적 정의는 단순하게 결과만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더욱 재미있다. 로프트하면 흔히 뉴욕 소호 지역에 있는 로프트를 말한다. 초기 산업시대에 뉴욕은 아메리카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산업도시로서의 기능도 많이 요구되면서 고밀도의 공장이 생겨났다. 그것이 지금의 소호지역등에 많이 지어진 높은 천정고의 건물들이다. 높은 천정고 덕분에 창문도 크게 만들어졌다. 햇볕과 통풍이 잘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닭털 뽑는 공장이나 방직기계들이 들어선 섬유공장들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2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이러한 공장들이 차차 문을 닫고 비어있는 건물로 남아있게 되었다. 버려진 공장건물들은 비어있게 되고 치안문제가 발생하였다. 뉴욕시는 방법을 고안했다. 시는 헐값에 예술가들에게 임대를 주어 비어있는 건물에 사람들이 살게 하였다. 가난해서 임대료를 내기 힘든 미술가들이 이 빈 공장건물에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큰 창문과 높은 천정고는 커다란 캔버스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화가들과 조각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커다란 화물엘리베이터는 완성된 대형그림이나 조각품을 옮기기에도 적합한 최적의 임대공간이었다. 예술가들은 이 공간에서 숙식을 하면서 창작활동을 하였다. 예술가들이 모이자 당연히 그들의 작품을 파는 화상들이 주변건물 1층에 갤러리를 내게 되었다. 그들의 전시회를 보고 작품을 사기 위해서 돈 많은 은행가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뱅커들은 모이면 예술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같은 돈많은 자본가들이 보니 예술가들이 로프트에서 사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였다. 하나 둘 돈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오게 되고 높은 천정고의 오픈스페이스에서 사는 것이 뉴욕 여피(Yuppie)들의 ‘쿨’한 삶의 형태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이 로프트에서 사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던 미키 루크 형님의 젊은 시절 출연작인 ‘9 1/2 weeks’라는 미성년자 관람불가영화를 보면 잘 나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이들을 위한 명품샵들이 들어서고, 당연히 임대료는 오르고, 그걸 구경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정작 비싼 임대료에 예술가들은 다시 다른 동네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과거 푸줏간들이 많이 있던 첼시지역으로 예술가들이 이동해서 이 지역의 부동산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이다. 여기서 약간 곁길로 빠져서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뉴욕시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설계사무소가 밀집된 지역의 사무실을 사면된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설계사무소들은 단위면적당 벌어들이는 돈이 적기 때문에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모인다. 소호지역이 그러했다. 변호사 사무실은 한 10평정도 사무실에서 레이저프린터 한 개와 사무장 한명, 전화 받는 비서만 두고서도 충분한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같은 매출을 건축사무실로 올리려면, 직원 10명은 있어야 하고, 한 사람당 도면 놓는 대형책상과 컴퓨터를 놓아야하는 책상, 대형 플로터까지 두고서야 가능하다. 건축설계사무소는 많은 면적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건축사무실은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모여든다. 건축사무실들이 들어서고 나서 20년가량 있으면서 주변의 상업시설들이 활성화 된다. 멋을 아는 건축가들이 가는 식당이나 카페의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곳과는 다르게 만들어진다. 자연스레 차별화된 멋스런 상업지구가 만들어진다. 이때쯤 되면 일반적인 뉴욕의 10~20년 장기임대계약이 끝나고 이 자리에 IT회사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 뉴욕 부동산의 패턴이다. 

이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면 이동하는 철새처럼 건축사무실이나 예술가들은 다른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그리고 그 지역은 한 20년 후에 뉴욕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서울의 홍대앞일 것이다. 물론 홍대앞 부동산이 오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당인리 발전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연료를 바꾸면서 석탄재가 떨어지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변모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홍대앞은 예술가들이 그 문화를 만들었고 사람이 모이고 그것이 지역사회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서 부동산가격을 올렸다는 점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지금의 홍대앞 땅값은 약 30년 전에 비하면 수십 배가 올랐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시다면 이제 홍대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할 시점이다.

 

유현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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