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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회화01) 동문그림으로 펼치는 상상의 나래를 통해 발랄한 에너지를 전하는 작가

어린 시절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상상 속에서는 머리가 하늘을 뚫을 만큼 키가 크는 것도, 무심코 버린 머리카락이 수많은 내가 되어 함께 춤을 추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본교에서 회화과를 전공한 서현 동문은 이렇듯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일들을 따뜻한 그림체와 특유의 독특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 작품인 『눈물바다』(2009)에 이어서 『커졌다!』(2012)와 최근에 발간된 신작『간질간질』(2017)을 선보인 그녀의 알록달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본교 회화과뿐만 아니라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도 그림을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및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림을 배울 수 있는 회화과를 택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시각디자인도 복수전공 하였다. 그 과정에서 처음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을 접하게 되었고 담당 교수님과의 면담 중에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소개받았다. 어릴 때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림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방식이 익숙했고 이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러한 꿈이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다니면서 구체화되었고 그림책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다. 

Q. 최신작인 『간질간질』을 비롯한 작품들을 보면 글자의 크기가 변하거나 색깔이 바뀌기도 하고 배열이 달라지면서 리듬감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준 이유가 무엇인가? 


A. 평소에 이야기를 만들 때 글로 길게 서술하기보다는 글은 짧게 쓰고,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글이 아닌 그림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글재주가 없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느끼고 상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보다는 그림의 비중을 늘렸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쓸 때 엄청 고민을 하게 된다. 짧지만 재미있게, 맛깔나게 읽힐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게 되는데 특히 『간질간질』에서는 글이 짧고 추임새가 많다 보니 마치 시조처럼 더 리듬감 있는 글이 완성되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주인공인 아이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움직임이 글자에서도 느껴졌으면 해서 전반적인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림 속 아이의 흥겨움을 이어받아 글자도 춤을 추듯이 표현하면서 글과 그림이 따로 놓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글을 그림글자처럼 처리하였다. 그래서 다른 작품에 비해 글이 그림에 더 잘 녹아있는 편이다.  

Q. 타 인터뷰에서 작품에 주로 노란색과 파란색이 쓰인 이유가 두 색깔이 작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A.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서사적이거나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기보다는 색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의미한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컬러이고, 나에게 재미있는 느낌을 주는 색이다. 두 색을 각각 혹은 함께 그림에 썼을 때 생동감이 느껴져서 즐겁게 많이 사용했다. 그러다가 어린이 문학학회에서 발표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노란색’이라는 색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노란색은 빛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이지 않는가. 달빛이나 별, 햇빛, 조명 같은 경우도 그 속의 빛을 표현할 때 노란색으로 칠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노란색이 발산하는 컬러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고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노란색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기호에서 비롯된 막연했던 선택이었지만 색을 쓰며 공부할수록 이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Q. 전시회나 관련 행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하다.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


A. 독자와의 만남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린다. 아무래도 작가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고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생각보다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서 독자와의 만남이 늘 설레고 긴장된다. 최근에 인상 깊었던 순간은 코엑스에서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의 출판사 부스에서 진행한 사인회이다. 당시 사인을 할 때 그림책에 맞게 관련된 메시지를 적어드렸는데, 예를 들면 그림책 『눈물바다』에는 ‘슬플 땐 시원하게 펑펑 울어봐’라는 메시지를 쓴다. 이는 작품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이기도 한데 어떤 어머니가 이 책의 사인을 받으시다가 이를 보고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시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눈물바다』는 눈물과 슬픔처럼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감정들을 코믹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쓴 작품이었다. 눈물은 주로 슬픈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이지만 이를 통해 맺혀있던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울면 아무래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힘들고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던 것이 떠오르셨나 보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고 이제는 아이가 슬픔을 잘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그림책의 주 독자층은 아이들이지만 성인인 부모님도 이를 읽고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찾아주셨구나 싶어서 감동했었다. 보통 작가가 작품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는데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듣는 새로운 해석과 의미들은 작품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그래서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감사하다.

Q. 성인 독자도 존재하지만 주 독자층이 아이들인 만큼 그들의 눈높이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작품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A. 본인도 성인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말해줄 때 아직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사실 모든 성인은 아이의 시절을 겪었다. 따라서 성인도 아이의 시선과 눈높이를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지만 세월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간질간질』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춤을 추며 나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 책을 읽는 사람, 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하는 사람들의 순간, 실체가 없는 유령 등을 모두 뚫고 지나가는데 이러한 모습은 아이들이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른의 시각에서는 이것이 그저 불가능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유연했던 사고가 시간이 흐를수록 딱딱해지면서 경계가 생겨버린 것이다. 누구든 어떠한 계기나 노력을 통해 스스로 그것을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의 직업이 그림책 작가라서 아이들의 시선을 상기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살리려 노력했기 때문에 아이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고가 완전히 굳어버리는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해에 세 번째 창작 그림책을 출간하였고 여러 전시와 행사에 참여하는 등 꽤 바쁜 일정을 소화하였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지금은 그림책을 만들고 있지만 창작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한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으면 어떤 형태의 작업이든 하고 싶다. 그래도 나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창작 형태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으로 아직 거창한 것은 없고 꾸준히 작품을 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이 시간이 흘러 쌓이게 되면 하나의 모음집이자 작가의 세계가 될 텐데 각각의 작품이 그 세계 안에 녹아들어 독자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개별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완성도 역시 중요해서 항상 이를 염두에 두면서 작업하고 있다. 독자들이 ‘○○하면 저 작가의 작품이다.’라는 한두 마디의 문장이나 단어로 인식할 만큼 일관성 있는 세계였으면 좋겠다.

Q.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준비를 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A.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주 해봤는데 성인인 대학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에게도 아이들과 같은 이야기를 해줘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과 시도는 삶에 큰 도움이 되고 자신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 하루에 한 가지씩 재밌는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에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그리고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매체와 상관없이 재밌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등 이야기 자체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 읽는 것이 힘들면 영화나 드라마, 만화 무엇이든 좋다. 자신이 경험하는 것들로 인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는 경험도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 물론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쁘겠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이야기를 즐기길 바란다. 우리 모두 많은 이야기를 품은 재밌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민주 기자  tjzero2004@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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