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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 때의 악몽

 

쥐도 막다른 길에서는 고양이를 문다. 근래 북한이 취한 일련의 행동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현재 북한은 마치 탈출구가 없는 구석에 몰린 쥐처럼 행동하고 있다. 물론, 그 막다른 길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지만, 막다른 길을 둔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불안함이 더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핵 포기 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긴장을 완화시킬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앞선 달콤쌉싸름에서도 지적했듯,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는 더더욱 심상치 않다. 미국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본국 땅에 B-1B 폭격기를 일시적으로 배치하기도 하였으며, 김정은과 트럼프의 물어뜯기는 계속되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2월에 발표된 연합뉴스의 <선제타격론 찬반 논란…‘전쟁위험, 불가’ vs ‘옵션에 넣어야’> 보도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사한 결과 ‘확전 가능성이 있지만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43.2%의 응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2014년의 설문결과보다 6.9%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또한 지난 9월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설문 중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전국 성인남녀 1004명 중 60%가 ‘찬성’의 뜻을 보였다. 이러한 설문 결과를 보자니, 국민들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전쟁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과거부터 역사는 우리가 전쟁으로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흙이 되었고, 흙이 되지 못한 자들은 흙이 된 자들의 고통까지 짊어지고 살아가야했다. 단순히 전체 인구 중 몇 명이 사망했는지 혹은 부상을 입었는지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전쟁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나약한 모습을 보게 된다.


군필자들이 군대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육군 병장 만기 전역한 필자가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전쟁’의 ‘전’자에도 끼지 못하겠지만 나름 전쟁 직전까지 경험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2015년 8월의 이야기이다. 당시 필자는 북한에서 3km 떨어진 최전방에서 적의 남하하는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8월 초 근무지에서 몇 km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했고, 잦은 북한 비행기의 국경 근처 비행으로 근무 중 엄청난 긴장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사이렌이 울렸다. “실제상황, 현 시간부로 적 포탄 낙하”라는 방송은 고요하고도 묵직하게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모든 곳을 울렸다. 우리는 신속하게 간이 대피호로 숨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늘을 찌르는 소리가 들렸다. 포의 사격 소리였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었다. 호 안에서 멍하니 무전기만 바라보며 있는데 부대의 막내가 눈에 들어왔다. 전투화부터 팔에 쥐고 있는 소총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 모습은, 멍하니 있던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라는 불안함을 전염시켰다. 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다른 분대원들 모두 표정에 생기가 없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적의 전투기가 넘어올지도 모르니 화포 당 최고 선임자를 제외하고 피신하라는 명이 내려졌다. 당시 최고 선임자였던 필자는 언제 죽어도 당연한 그 곳에서 약 5일간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때의 기억은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


단지 죽음의 공포에 겁나서 하는 이야기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전쟁을 조금이나마 무겁게 생각해달라는 의미이다. 이 신문을 읽고 있는 대다수 독자들은 전후세대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고, 전쟁이라고는 영화나 문학 작품 등을 통해 접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전쟁을 겪지 않았다고 전쟁의 참혹성을 모른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 설문조사만의 결과를 보았을 때 혹시 우리가 전쟁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옳은 전쟁이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전쟁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만 어쩌면 승자는 없을 수도 있다.

 

편집국장 양승조  hiujimi@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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